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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코로나 이렇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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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코로나 이렇게 넘겼다

미국에서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된 것은 2020년 3월 말쯤부터였다. 곳곳에서 Stay at home 명령이 나오면서 학교가 문을 닫고 상점들이 제한적으로 영업했으며 사람들의 발이 묶였다. 연수 3분의 1을 남기고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져 아연실색하는 순간이었다. 허나 필자는 꽤나 시골 축에 속하는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에서 연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팔자가 나은 편이기도 했다. 워낙 초기에 여행을 다녀서 여행에 대해 큰 미련이 없는 상태였던 점도 다행이었다. 거기다 아쉬움을 줄였던 것은 아이가 학교에 빨리 적응해 영어가 많이 늘었던 상태여서 그 뒤에도 코로나 뉴노멀에 빠르게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2020년의 코로나 사태가 언젠가는 찰나와 같이 느껴질 때가 올지 모르지만 아이와 지낸 4개월의 시행착오를 정리해본다. 미국에서 할 수 있는 교육에 이런 것도 있다는 점에서 참고하면 좋겠다.

학교의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
필자는 콜롬비아의 한 사립학교에 아이를 보냈다. 미국 학교는 5월 중순 방학이기 때문에 실제 아이가 학교를 못간 것은 약 1개월 반 정도였다. Stay at home 명령이 나오자마자 아이의 학교에서는 2~3일 계획을 짠 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Zoom을 이용해 매일 아침 담임 선생님이 출석 체크 및 조회를 했고, 하루 2~3차례 줌 수업이 이어졌다. 줌 수업 이후에는 아이들끼리 채팅하는 시간이 있어서 친구에 대한 아이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효과도 있었다.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기능했던 것은 우리 학교의 경우 선생님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했기 때문이었다. 매일 교과별 선생님들이 그날 진도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렸고, 아이들은 그걸 본 뒤 숙제를 해 스캔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담임 선생님은 이 숙제를 매번 확인하고 평가했다.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 반복되자 아이들도 학교가 아예 문을 닫았다는 점을 잊는 것 같았다. Zoom 수업 중에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다가 눈이 화면에서 떠나거나 딴 짓을 하는 것 같으면 바로 주의를 주고 집중하도록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학기가 끝날 때는 ‘드라이브 스루 아이스크림 파티’를 했다. 학교에 마스크를 쓴 선생님들이 주차장 테두리를 따라 길게 늘어서고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온 아이들이 차 창문을 열고 선생님들과 마주 보면서 한 학기가 끝나는 점을 축하했다. 우리 아이는 창문으로 선생님이 내밀어준 아이스크림보다 실제 선생님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점이 반가워 울었다. 천재지변 속에서 무력하게 손 놓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한국 학교들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아이의 학교는 또 코로나가 일시 소강상태였던 6월말 썸머스쿨을 전격적으로 열어서 우리 부부의 환호를 받았다. 매일 8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스페이스캠프, 그리스신화캠프를 총 4주간 알뜰살뜰 보낼 수 있었다. 수업시간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절차를 마련해 소수 학생만 받는 것으로 교육 당국의 허가를 얻어 연 수업이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안 해도 그만이었을 텐데 막판까지 아이들의 돌봄을 위해 노력하는 점에 또 한번 감동받았다.

‘epic!’ ‘Mystery Science’ 등 교육용 사이트 활용, 그리고 디즈니플러스
학교에서 열심히 했지만 아무래도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챙겨야 하는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을 영어를 좀 더 열심히 하는 기회로 삼아봤다. 다행히 영어를 잘하는 아내가 이를 맡아줬는데, 이때 사용했던 방법을 소개해본다. 학교에서도 추천받은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 학교에서 널리 사용하는 ‘epic!’(getepic.com)이 대표적이다. 어린이 도서가 잔뜩 모여있는 전자책 플랫폼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아이디를 공유하고 있어 무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책을 찾아서 화면으로 읽게 했다가 오디오북으로 듣게 했다가 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아이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결 수월해졌다. 처음에는 영어책을 잘 읽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오디오북으로 책을 들으며 종이접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한두시간씩 혼자서 놀기도 했다.
각종 과학 이슈를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설명하는 Mystery Science 사이트도 값지게 활용했다. 특히 코로나로 학교를 못간 약 1달 간 free trial을 활용해 더 쏠쏠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내용이 쉽지 않은 것도 있어 같이 영상을 보면서 설명도 해주는 게 필요했다.

또 하나 디즈니플러스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 심지어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에서 아직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월 9달러에 쓸 수 있어 활용해 볼 법하다. 필자의 아이도 처음에는 아무리 만화여도 영어로 된 콘텐츠를 싫어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귀가 트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걸 경험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달리 한글 자막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강제적 영어 듣기가 가능하기도 하다.

오디오클립 앱, 리디북스 어린이 도서, 어린이 씽크빅
영어로 된 콘텐츠만으로는 아이가 질릴 수 있어서 한국에서 이고 지고 온 아이템들도 대방출해 활용했다. 우선 필자가 평소 사용하던 전자책 사이트 리디북스도 알차게 썼다. 월 6500원짜리 구독 서비스에 어린이 코너가 있는데 많진 않지만 아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세계명작동화 같은 것들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 또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오디오클립’ 앱에서 창작자들이 만드는 어린이용 이야기도 아이가 열심히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오디오클립은 무료다.
한국에서 학습을 위해 가져왔던 웅진 씽크빅 북패드도 좋았다. 원래는 학습지를 했었는데 학습지를 가져가는게 짐스러워서 태블릿pc로 매주 공부를 하는 서비스를 썼다. 필자는 공부를 전자기기로 많이 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는 매주 다양한 전자책이 업데이트 되고 각종 교육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나 유튜브에 접속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자기기 사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적절히 잘 사용하면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