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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취미 활동, 그리고 자원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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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취미 활동, 그리고 자원 봉사

김호선 SBS 차장

자녀를 미국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요구 받는 것이 바로 기부금과 자원 봉사입니다. 미국 공교육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과 다른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소 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부금은 눈치껏 소액이라도 낸다 하더라도 자원봉사는 직접 학교에 가서 뭔가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모에겐 사실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아니지만 지인의 학교는 거의 매일 학부모를 학교에 오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습 지도를 거의 학부모들이 한다고 하더군요. 제 지인은 그래서 이럴 바에야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우리 가족의 경우도 학기 초에 자원봉사 활동 안내를 받고 고민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아내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학기가 마무리될 때쯤 우리 부부는 자원봉사를 하길 잘 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내가 참여한 자원봉사는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 반 학생들과 관련한 파일들을 정리하고 체육 시간에 달리기 지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 자체로만 보면 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었죠. 하지만 매주 가야 한다는 점과 교사들을 직접 대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들이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아내도 처음엔 이런 점들 때 문에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문제들은 별다른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자원봉사를 통해 얻는 장점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학교라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아이들에게 많은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했습니다. 엄마가 교실에 매주 찾아오는 것만으로 아이들에겐 안도감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자원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웠을 반 친구들의 성향 같은 것들을 잘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 자녀들과 소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아이들 교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됐습니다. 교사들은 자녀 학습과 관련한 조언은 물론 학교 생활 관련 정보, 지역 사회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를 주기도 했습니다. 낯선 미국 땅에서 교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여러 모로 가족에게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내가 학교 자원봉사에 나가는 동안 큰 아이의 리틀 야구 리그 자원봉사는 제가 맡았습니다. 어린이 야구에 무슨 자원봉사까지 필요한가 싶으실 수도 있지만 어린이 야구는 말 그대로 자원봉사를 통해 이뤄집니다. 리그 참가비는 구장 사용료와 유니폼을 맞추는 정도에 들어가는 비용이고 심판부터 코치, 팀 매니저, 스코어키퍼 등 경기에 필요한 모든 인적 자원은 자원 봉사를 통해 이뤄집니다. 저는 경기 전에 필요한 훈련에 맞춰 아이들에게 공을 던져주고 아이들이 친 공들을 모으는 그야 말로 코치 보조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와 함께 그라운드에서 호흡하고, 그 어떤 메이저리그 야구보다 더 흥미진진했던 경기를 보는 일은 연수 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말 놀라웠던 사실은 팀 코치를 맡고 있는 아버지들의 열정이었습니다. 팀 훈련과 경기에는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코치들은 모두 다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까지 아이들의 야구 훈련 시간에 맞춰가며 지도하고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생업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의미를 두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6~7년 넘게 코치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일부는 나중에 메이저리거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극성스럽게 가르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녀들과 야구를 즐기려는 부모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야 학교에 부모가 주기적으로 가는 것 자체가 금기시돼 있고 아이들의 취미생활에 아빠가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떤 면에서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수 기간 느낀 것 가운데 하나는 아이의 일상을 아이의 입을 통해 말로 듣는 것과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알아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점입니다. 부모가 직접 참여하고 함께 할 때 아이의 진정한 본 모습을 보게 되고 또 속내도 함께 털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연수 기간 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원봉사에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어느 곳이든 아이가 있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실 일이 있다면 나서서 해 보시길 권합니다. 미국 문화도 모르는데 어설프고 말이 안 통해 창피라도 당하면 어쩌나 지레 겁 먹고 뒤로 물러서면 얻는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좀 실수하고 영어가 안 통해 답답하면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1년 뒤면 떠날 미국 땅에서 새로운 경험 한 번 더 하는 것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