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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북경일기(집구하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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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느리게 행동한다는 뜻의 만만디(慢慢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조금 중국을 안다는 사람들은 모든 문화를 흡수해 새로운 양태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중화(中華)사상 속에서 중국을 이해하려 할지도 모른다.

아직은 일천하지만 지난 2개월여 중국연수기간 동안 이같은 생각이 꼭 맞지도 또 틀리지도 않다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중국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스럼 그 자체라고나 할까. 자연에는 불편함과 편리함,그리고 경이와 공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오르내리는 경이적인 경제성장, 아니면 만리장성이나 자금성의 세계적 문화유산 너머로 바라보는 중국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일반 서민들(老百姓)의 생활과 경제,그리고 문화를 통해 21세기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는 중국의 실체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1편: 집구하기/면전에서 흥정하지 마라



외국생활은 집 구하기부터 시작된다. 다행히 좋은 집이나 주인을 금방 찾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집을 구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게 지난 7월초. 말로는 들었지만 베이징의 여름이 그렇게 무더울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낮평균기온이 40도를 넘나든데다 습기까지 서울과 비슷해 가히 살인적인 더위였다. 아는 친구를 통해 한국인 중개인을 소개받은 후 연수학교인 사회과학원에서 멀지않은 왕징신청(望京新城)이라는 곳을 찾았다. 베이징 공항에서 18키로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위치상으론 적격이었다. 북경에 진출한 한국인이 3만여명에 이르다보니 대형아파트단지에는 조선족들이 근무하는 복덕방이 수두룩하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 순간 일단 아파트 모양부터 서울과 다르다. 30층이 넘는 고층인 것은 비슷한데 사방이 모두 창문이 달려있고 온통 외곽은 온통 에어콘 환풍기 투성이다. 같은 동에 동서남북향 집이 모두 있다는 뜻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중국은 같은 층이라도 몇호,즉 남향이냐 북향이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상당하다고 한다.(물론 이것은 왕징신청 아파트 이야기다. 한국처럼 전 동이 한쪽 방향을 가리키는 아파트도 많으니 오해없길…)

에어콘은 서울처럼 거실이나 침실에 하나정도 있는게 아니고 모든 방마다 모두 설치돼 있다.그러니 밖에서 보는 아파트는 온통 에어콘 환풍기 천지일 수밖에.

단지를 걸으면서 또한번 생소한 장면을 접하게 되는데 즉 제복을 입은 젊은 청년들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중국공안(경찰)이 할 일이 없어 아파트 경비를 서는줄 알았다. 동행한 조선족에게 물었더니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고용된 보안요원(保員)들이란다. 현재 왕징신청에만 약 4천8백여세대가 거주하는데 여기에 1백여명의 보안요원들이 있다고 들었다. 관리사무소가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이처럼 많은 요원들을 거느리나 했더니 글쎄 월급이 한달에 6백위안(약9만6천원)정도라 한다. 그제서야 중국인구가 13억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둘러보기로 한 23층을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면 또한번 중국인구에 대한 생각을 떨칠수 없다. 바로 모든 엘리베이터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탑승객들을 맞는 엘리베이터 걸들이다. 세상에 무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승무원이 필요하단 말인가. 이들월급은 5백원.

인구많은게 죄인지,아님 나라가 못사는게 죈지…

아파트는 생각보다 깨끗하다. 내장도 훌륭하고 바닥이 나무로 돼 있어 편안한 감마저 든다. 우리기준으로 30평 남짓한 아파트(방셋에 거실하나)인데 월 집세를 물었더니 6천원정도.





일단 집값이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더니 30대 후반의 주인은 원하는 내부설비가 있으면 해주겠다고 온갖 친절을 다 떨었다. 동행한 중개인은 나중에 전화하겠다며 서둘러 나를 집밖으로 끌어냈다.

중개인왈: 중국사람들과는 흥정을 잘해야 하는데 집을 얻을 때 면전에서 가격을 흥정하면 안된다. 어차피 주인은 받을 가격보다 비싸게 부르게 되는건데 면전에서 얘기하면 (자신이 맘에 드는 집일 경우 특히) 빨리 계약하겠다는 생각에 싼 가격에 집을 얻을 수 없다. 중국 집주인들은 전화로 흥정을 해야 상대에게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면전에 없는 고객은 조건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곳으로 간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중국인들의 생활속으로 들어오면서 처음배운 상술중 하나.즉”집은일단 둘러보고 전화로 흥정하라”였다.

하기사 오죽하면 타오자환자(討價還價:물건을 살때는 모든 조건을 내걸고 흥정한다)라는 말이 중국 중고교 교과서에 버젓이 등장할까.

다른 두곳을 둘러봤지만 처음집만 못해 이튿날 중개인에게 집값흥정을 부탁했다. 결과는 1천원을 깎아 5천원. 달러로 환산해보니 6백달러 남짓해 괜찮다 싶어 다시 그 집을 찾아 좀더 자세히 집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들은대로 주방은 같은 평수의 한국아파트의 절반에 불과했고 화장실은 비좁았다.(이 두가지는 중국주택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옺장이며 TV,책상등 필요한 가구는 대부분 갖춰져 있어 비디오와 책꽂이,침대시트정도만 부탁하고 계약을 했다. 회사에서 잠시 휴가를 내 온터라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좀더 신중하지 못하고 계약하는 바람에 곧바로 뼈져린 후회를 감수해야 했다.

아참 여기서 한가지 꼭 알아야 할 점. 중국에는 세입자의 경우 복비를 내지 않는다. 집을 계약하고 복비걱정을 했더니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혀를 찼다. 이유인즉 중국의 부동산중개법은 돈을 가진자가 보다 많은 부담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 중국에와서 처음으로 느낀 고소함이었다. 전기세나 전화세,물세등 세입자가 사용하는 시설비용을 제외한 아파트관리비 역시 주인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상하이에선 한국처럼 양측이 모두다 복비를 계산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같은 제도를 한국이 좀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난 왜 집을 얻고나서 뼈져리게 후회를 했을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