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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북경일기3-입주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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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입주를 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뭘까.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전기나 수도,전화등 가정생활에 필수적인 설비를 확인하는 일이 아닐까. 물론 베이징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보다 먼저 챙겨봐야 할게 하나 있는데 바로 물이다. 베이징의 수돗물과 공기가 안좋다는 얘기는 미리 들었지만 실제 와보면 공기보다 심각한게 물이다. 공기는 2008년 올림픽 개최도 있고 이 때문에 시내 곳곳에 녹지사업이 한창이라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다. 그러나 수돗물은 워낙 석회질이 많이 함유돼 있는지라 개선이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집에서 수돗물을 대야에 받아놓고 몇시간이 지나면 바닥에 회색빛 석회질이 침전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때문에 외국인은 물론이고 어느정도 산다는 중국인도 집에서 모두 생수를 배달시켜 마신다. 요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씻을때는 수돗물을 사용하지만 일단 요리에 들어가는 물은 모두 생수를 쓴다. 국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경우 이놈의 국을 끊이는데 들어가는 생수가 많아 물 사용량이 적잖다. 물값은 종류별로 다른데 18.9리터 한통에 10위안-20위안(약 1천6백원-3천2백원, 중국돈 1위안당 한국원화 비율은 1백60원 정도다) 정도다. 4인 기준으로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할 경우 일주일에 2통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이쯤되면 물맑은 한국이 복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수도세나 전화세 얘기도 좀 해야겠다. 수도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월 수도 검침원이 집집을 돌며 계량기를 확인한다. 입주해 보름쯤 지나 검침원이 왔는데 계량기를 확인하더니 즉석에서 고지서를 두장 발급해 준다. 하나는 수도료인데 10리터에 16위안. 1리터에 1.6위안이니 수도료는 비교적 싼편이다. 다른 하나는 오물처리비인데 10리터에 4위안. 물 1리터 사용할 때마다 0.4위안이다. 그런데 막상 고지서를 받고 요금을 납부하려 하면 여기서부터 짜증의 연속이다. 고지서에 써있기를 공상(工商)은행과 상업(商業)은행,아니면 건설(建設)은행에서 납부할 수 있다고 해서 집 부근 건설은행으로 갔더니 창구 아가씨왈, 공상은행으로 가라면 눈을 위아래로 휘갈긴다. 다음에 다시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얘기 하겠지만 중국인들의 불친절은 정말이지 올림픽 금메달 감이다. 가게든 길거리든 하여간 친절한 사람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힘들다.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중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음 하려면 경제발전 이전에 친절운동부터 전개해야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하여간 은행아가씨의 눈이 무서워 두말 않고 버스를 10분쯤 타고 공상은행으로 가서 요금을 납부했다. 도대체 내가 돈내면서 왜이렇게 천대(?)를 받아야 되는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3개월여 중국생활을 하다보니 어느정도 적응이 됐다.

이사하고 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 사용이다. 기자라는 신분 자체가 인터넷 없이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이 내가 사는 왕징이라는 곳은 베이징에서도 가장 인터넷 환경이 좋은 거주지역중 하나다. 아파트 마다 ADSL 설치가 가능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구도 많아 서비스도 괜찮은 편이다. 입주 일주일쯤 지나 곧바로 블루웨이브(bluewave)라는 회사에 인터넷 신청을 했는데 이들은 먼저 3백위안의 보증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직원은 인터넷연결에 필요한 모뎀이 고장나거나 분실할 경우에 대비한 보증금이라는 설명이다. 기가 막혀 먼저 인터넷을 설치한 주위 한국인들에게 물었더니 집주인이 보증을 하면 보증금이 필요없다고 했다. 당장 집주인에게 요구해 보증을 받았고 다행히 보증금없이 인터넷 신청을 끝냈다. 그러나 인터넷 신청후 곧바로 설치를 해주겠다던 직원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설치를 완료했고 인터넷 개통까지는 이후에도 3-4일이 지난 후였다. 아마도 보증금을 내지 않고 집주인에게 보증을 시킨 죄(?)값을 치룬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중국인들에게 물었더니 신청하면 늦어도 2일이내에 직원들이 와서 설치를 해준다는 설명이었다. 인터넷 비용은 월 사용시간에 관계없이 1백50위안(약 2만4천원)이니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물론 중국경제수준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다음은 거류증 받기 까지의 황당함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