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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사는 재미 2-영어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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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처음 연수를 가게 되면 저처럼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영어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저 혼자 가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가족과 함께 가기 때문에 더욱 그런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물론 영어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영어를 잘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잘 모르고, 생활용어를 잘 몰라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 도착하면 말을 하기 보다는 눈치로 상황을 판단 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괜히 입을 열었다가 상대방이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창피하거나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말을 적게 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안됩니다. 제가 한 문장이라도 입을 뻥끗하는 순간 그들은 제 영어실력을 다 압니다. 상황을 바꿔서 미국인이 한국말로 한마디만 한다면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한국어 실력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영어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도 미국인이라는 게 없는 나라입니다. 그냥 미국에 있으면 미국인입니다. 제가 부딪히는 미국인들 가운데 아무도 저를 외국인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은 잊어도 됩니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제 영어 실력이 아니라 제 지갑의 돈일 경우 문제는 간단히 해결됩니다.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 영어를 알아들으려고 노력하고, 또 제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설명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차를 구입할 때, 보험에 가입할 때, 가구나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전화나 인터넷 가입할 때… 입니다. 처음 미국에 도착하면 대부분 제가 무엇을 구입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뭔가를 부탁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입니다. 이 경우는 영어를 못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제 경험을 말씀 드리면, 미국의 버스는 거스름 돈이 없습니다. 시애틀의 버스 요금은 1달러 25센트 인데 그 날 따라 quarter가 없었습니다. 버스 정거장에 있는 간이 가게에서 1달러를 주고 잔돈을 바꿔달라고 말했습니다. 한동안 제 말을 못 알아 듣는 척 하면서 딴전을 부리더니 막판에는 신경질을 내면서 “You have to say please!”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please라는 말을 안 했던 모양이지요? 아무튼 부탁할 때는 please나 sir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의 전화회사의 횡포는 주의 해야 할 대상입니다. 전화가 개통되고 나면 상당히 자주 이상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대부분 전화 회사를 바꾸거나 계약 plan을 바꾸라는 말인데 굉장히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이런 전화는 대부분 “On behalf of…..”이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공식 전화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잘 못 알아 듣겠으면 가만히 끊거나 “I am not interested in you offer” 라고 대꾸하면 됩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yes또는 ok라고 답하면 안됩니다. 그 순간 그들은 전화를 끊어 버리고 다음달부터 전화요금은 아주 다르게 청구될 것입니다. 전화 내용은 모두 녹음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답니다. 이런 경우 이것을 바로 잡으려면 무진장 힘듭니다. 전화를 수도 없이 해야 하고 할 때마다 영어 못한다고 핀잔 듣고, 전화는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거나 20분씩 기다리기가 일쑤입니다. 같은 곳에서 전화가 계속 올 경우에는 “Please take my number out of your contact lists”라고 대꾸 하시면 됩니다. 그 이후에도 전화가 오면 법적으로 소송을 걸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이상 전화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Community에서 실시하는 각종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재미도 있기 때문에 특히 부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보시면 알지만 한국 사람이 제일 많고 대부분 아시아계 사람들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영어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비해서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영어를 배우려고 하기 때문일 겁니다.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는 영어를 배우려고 가시지 말고 즐기러 가시기를 권합니다.



<미국 문화 기행 2> 흑인들이 버스 뒷좌석에 앉는 이유



미국에서 버스를 타면 흑인들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아직 가난하다는 얘기겠지요, 참으로 신기한 것은 흑인들은 버스에 타면 바로 뒷좌석으로 갑니다. 백인들은 대부분 앞쪽에 앉습니다. 학교에서 만난 흑인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1950년대 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했습니다. 버스에서도 흑인과 백인이 같은 좌석에 앉지 않았습니다. 흑인들은 반드시 뒷좌석에 앉도록 돼있었고, 그나마도 백인이 타면 좌석을 양보해야 했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버스 보이콧 이후 지금은 그런 차별은 없어졌지만 그때의 습관이 남아서 자연스럽게 흑인들은 버스의 뒷좌석에 앉는답니다.



흑인에 대한 경험 한가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늦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버스 정류장에는 어둠이 이미 내린 상태였습니다. 천천히 길을 걸어 가는데 저쪽에서 큰 덩치의 흑인이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무서웠지만 일단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흑인이 이쪽을 보면서 굉장히 긴장한 채로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제 뒤쪽에 누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뒤를 돌아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가 그 흑인을 지나치자 그 사람은 마구 뛰어서 달아났습니다. 그 흑인은 저를 무서워했던 것입니다. 그 흑인이 아시아인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듯이 저도 흑인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