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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사다1 – 성수기 디즈니랜드 여행 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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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Spring break를 맞아 크리스마스 악몽으로 남았던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기로 했다. 나쁜 기억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기억으로 덮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과정을 경험했던 터라 이번엔 준비 과정이 한결 순조로웠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Spring Break’ 였다. 원래도 붐비는 곳이라지만, 방학에다, 날씨도 덥지 않고 딱 좋다보니 사람이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았고 어딜가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답게 그걸 이용해 시간을 돈으로 사라고 부추긴다. 나는 그 꼬임에 순식간에 넘어간 1인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시간을 산 비용은 다른 것으로 아끼면 된다. 그리고 돈낸게 아깝지 않게 효과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나는 그 덕분에 극성수기에 디즈니랜드에서 인기 있는 놀이기구들을 빠짐없이 모두 탈 수 있었다. 다른 fellow분 들이 디즈니랜드를 방문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의 경험을 담은 팁을 공유하려 한다.

1. Preferred parking.

디즈니랜드는 보통 8시에 문을 여는데 7시부터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차장부터 차들이 줄을 서기 때문에 디즈니랜드에 입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주차장은 거대한 주차 빌딩으로 되어 있는데, 빌딩으로 들어가면 10개 정도의 레인이 있는 요금소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가 실내에 있다고 보면 된다. 하루 주차비는 30달러. 이미 비싸다. 그런데 요금소에서 돈을 내려고 하니 Preferred parking ticket인지 일반 parking인지 물었다. Preferred parking은 50달러. 더 비싸다. 대신 빨리 주차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있어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설명을 가장한 사실상의 권유였다. 주차비를 내기까지도 기다렸는데, (나의 경우는 10분 정도였다.) 이미 시간은 10시가 다 되어가는데 주차하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주차장도 거대한데 얼마나 걸어야 할지 머릿속에서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결국 50달러짜리 주차티켓을 샀다. 아…너무 비싸다…영수증을 받아들고 생각했다. ‘이거 잘한 짓인가?’ 그러나 후회는 몇 초 되지 않아 사라졌다. 다른 차들은 다른 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는데, Preferred parking 라인은 따로 있어서 몇 개 층을 순식간에 올라올 수 있었다. 주차 자리도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세울 수 있었다. 주차하는 시간, 걷는 시간까지 합하면 최소 15-20분은 절약한 것 같았다. 20분을 20불에 산거라고 합리화했다. 하지만 Preferred parking의 가치는 집에 돌아갈 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온종일 그 넓은 디즈니랜드를 돌아다녀서 다리를 질질끌 지경이 되어 더 이상 걷기조차 힘들 때,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있는 차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 순간엔 50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방학이나 연휴 등의 극성수기에 디즈니랜드에 가게 된다면 Preferred parking을 권한다.

2. Genie+ service

Preferred parking 티켓으로 겨우 20분 정도를 샀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살 수 있는 게 바로 지니플러스(Genie+) 이다. 지니플러스는 한마디로 말하면 놀이기구를 탈 때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거다. 줄을 안 서고 바로 타는 것은 아니고 디즈니랜드 앱을 이용해 미리 예약을 하고 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놀이기구를 하나 예약했다면 다음 놀이기구는 2시간 뒤에 예약하도록 되어 있다. 또 Lightning Lane(LL)이 있는 놀이기구에만 가능한데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대부분 LL이 있어서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가격은 1인당 30달러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수기가 아니라면 지니플러스를 사는 것은 필수다. 놀이기구를 타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 외에도 기억에 남을 사진들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랜드 곳곳에 서 있는 카메라를 가진 디즈니랜드 직원들이 찍어주는 사진을 비롯해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에 찍힌 사진까지 모두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DSLR로 찍은 고화질의, 제법 괜찮은 가족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니플러스는 충분히 살만하다.

 

3. Genie+ 이용 꿀팁

우리가 방문한 날은 봄방학이 시작되는 토요일이었다. 보통의 토요일도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모든 놀이기구마다 대기 시간이 최소 30분, 120분짜리도 더러 있었고, 정오가 넘어가자 대기 시간이 60분을 넘는 놀이기구들이 더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는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디즈니랜드에 머무는 동안 11개의 놀이기구를 탔고, 이틀 뒤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디즈니랜드 어드벤처 파크에 방문해서는 8개의 놀이기구를 타는데 성공했다. 포인트는 줄은 단 두 번만 서면서(25~30분씩 기다림) 지니플러스를 잘 활용해 중간중간 점심과 간식도 먹고, 퍼레이드나 쇼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 나의 팁을 공개한다.

가장 예약이 빨리 되는 것부터 공략하라.

예컨대 지금이 11시인데, 내가 원하는 인기있는 놀이기구들은 오후 5시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앱에 나오고, 다른 놀이기구 중에 11시 30분에 예약이 가능한 것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건 실제 내 상황이었다.) 이 경우 무조건 시간이 가까운걸 예약하는 게 유리하다. 지니플러스는 예약 후 2시간이 지나야 새로운 놀이기구를 예약할 수 있는 게 원칙이지만, 예약한 놀이기구를 탔다면 아직 예약한지 2시간이 지나지 않았어도 새로운 놀이기구를 다시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예약의 기회가 많이 온다. 다만 디즈니랜드는 매우 넓으니 꼭 지도를 지참하고 너무 먼 동선은 피하는게 좋다.

예약 시간에서 1시간 동안 입장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11시 30분에 예약한 놀이기구에 바코드를 찍고 LL레인을 통과했다면 바로 새로운 예약을 할 수 있다.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예약을 해도 보통 10-15분은 기다리는 만큼 그 사이 새로운 예약을 하는게 팁이다. 만약 이 기구를 타고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20분 뒤인 12시에 예약이 가능한 놀이기구를 발견했다면 고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망설이지 말고 예약하면 된다. 입장은 예약시간인 12시부터 1시간 뒤인 1시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를 이용해 예약해두고 점심을 편히 먹었다.

끊임없이 새로 고침하라. 그러면 원하는 시간이 열릴지니…

오후가 되면서 사람이 더욱 많아졌고 모든 놀이기구의 예약이 가능한 시간대가 밤 7시에서 9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당장 가서 타려니 대기 시간이 모두 1시간 이상이었다. 막막해졌다. 비싼 돈을 주고 지니플러스까지 샀는데 줄을 서기엔 뭔가 억울했다. 그래서 인디애나존스와 정글크루즈 등 근처에 있는 놀이기구 몇 개의 예약 가능 시간을 계속 새로 고침했다. 처음에는 꿈쩍도 안 했지만 멈추지 않고 몇 분 동안, 혹은 몇 분 간격으로 시도했더니 신기하게도 시간이 계속 바뀌었다. 밤 9시 예약 시간이 가장 빠른 거였는데, 저녁 7시 반이 열리더니, 결국 바로 한 시간 뒤 3시 25분에 시간이 예약 가능하다고 떴다.(사진 참조) 이유는 알 수 없다. 누군가 그 시간대의 예약을 취소해서 가능할 수도 있고, 줄을 서 있는 사람 숫자에 따라 지니플러스의 예약 가능 인원을 조정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모두 추정이다. 다만 분명한 건 이게 단 한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리고 그 다음 날 디즈니 어드벤처 파크에 갔을때에도 모두 적용됐다. 어드벤처 파크에 간 날은 원하는 놀이기구를 원하는 시간대에 모두 탈 수 있어서 귀가 시간이 저녁 6시로 빨라졌다.

 

4. 시간을 산 비용은 먹는 걸로 아끼자

디즈니랜드는 입장 전에 가방 검사를 해서 물과 음식 반입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정말 그랬던 것 같은데 규정이 바뀐 것 같다. 이번에도 가방 검사는 했지만 물도, 음식물도 모두 반입이 허용됐다. 디즈니랜드 안에서 돈을 아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안에서 안 사먹는 것이다. 스프라이트 한 병이 5.25달러, 생수 한 병이(1L정도) 9.75달러. 음식은 더하다. 가격도 비싸지만, 가격 대비 맛도 별로고, 심지어 앱으로 미리 주문이 가능한 곳을 찾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들이 있다면 간식이 될 만한 칩이나 젤리 등도 반드시 사가는게 좋다. 아침 일찍 여는 Whole food나 Amazon fresh에서 점심이 될만한 샌드위치나 스시 도시락, 음료수 등을 사가면 가족 수에 따라서는 꽤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