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스탠포드 리포트 4

by

*스탠포드 학생들



얼마전 학생신문인 스탠포드 데일리(The Stanford Daily, http://daily.stanford.edu/daily/servlet/Front )에는 스탠포드학생들이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실제로 제가 봐도 한국의 대학보다도 캠퍼스커플이 적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캠퍼스 연인들의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데일리뉴스의 분석으로는 스탠포드학생들이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데이트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이유중의 하나고 두번째로는 공부부담이 너무 많아서 데이트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죠. 둘 다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학부생들과 함께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학부생들은 보통 한 쿼터에 4과목정도를 듣는데 페이퍼에 중간고사 학기말 고사 등 수업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스탠포드대학은 대학원생들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특히 학부생들의 자질이 뛰어납니다. 올해 학부생은 19,000여명이 지원해 2,400여명에게 합격오퍼를 보냈는데 이중1,600명정도가 실제로 입학할 것으로 학교측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체 학부생 수는 6,500여명 정도입니다. 대학원생(석사, 박사)의 수는 이보다 약간 많습니다. 학부생의 경우 전체의 절반 정도가 여자고 또 소수인종(이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200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이미 백인이 소수민족으로 전락했습니다)입니다. 학부생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돈도 많아야 합니다. 스탠포드대학은 사립이기 때문에 등록금만 1년에 28,000달러 정도하고 기숙사비용과 식비까지 합하면 학교에 내는 돈만 1년에 3만6,000달러에 이릅니다. 책값과 용돈까지 합하면 우리 돈으로 연간 5,000만원은 훌쩍 뛰어넘고 졸업할 때까지 최소한 2억원은 넘게 들어가는 셈입니다. 돈을 이렇게 많이 내니까 수업내용이 충실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수준도 높고 학비가 비싸다 보니 수업에 상당히 적극적이지요.

물론 장학금과 융자제도가 풍부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매 학기마다 학교 융자창구에는 학생들이 장사진을 칩니다. 학부생의 경우 융자를 받으려면 부모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장학금이나 융자외에도 학교주변이 부촌이라서 자녀교육에 돈을 많이 쓰고, 스탠포드 학생들은 상당한 돈을 받고 과외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부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상당히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스탠포드대학은 자동차로 30-40분으로 북쪽 오클랜드(샌프란시스코 동쪽)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주립대학 버클리(UC Berkley)와 전통적인 라이벌입니다. 우리로 치면 버클리가 고려대학이라면 스탠포드는 연세대학이라고나 할까요. 매년 10월 스탠포드와 버클리의 미식축구경기인 “빅게임”이 열리는데 주위 지역경찰이 총출동할 정도로 불미스러운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지난해에는 버클리에서 열렸는데 극성팬들이 표를 구하려고 전날부터 구장 주변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모습이 TV에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스탠포드가 막판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버클리는 60년대부터 월남전 참전 반대 시위에 적극 참여했고 민권운동의 중심지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스탠포드학생들은 버클리학생들을 “사회주의자(Socialists)”라고 욕하고 버클리학생들은 스탠포드학생들을 “버르장머리 없는 부잣집 자식들 (Spoiled children)”이라고 욕합니다. 저는 버클리에 잠깐 구경만 갔을 뿐 생활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만 버클리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저와 같이 스탠포드 저널리즘 석사과정을 다니는 이벳(Yvette)의 이야기로는 학풍이 상당히 틀린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과 친구들



13명의 클래스메이트중 10명이 미국인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서울 연희동에 있는 외국인 학교를 다니고 한국말은 조금밖에 하지 못하는 재미교포 크리스틴(Christine Baik)도 있고 인도계도 있고 히스패닉도 있고 인종은 다양합니다. 나이는 최저 22살에서 최고 26세 (물론 저와 허윤석씨를 뺀 겁니다)이고 대부분 지역의 소규모 언론사에서 일한 경험이 조금씩 있고 좀더 좋은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해 스탠포드 저널리즘 코스에 등록한 예비 언론인들입니다. 물론 미국 전역에서 왔습니다.

그 중 수지는 저와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수지는 유태계인데 아버지가 변호사로 상당한 부자입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학을 들어가면 재정적으로도 독립을 한다고 하는데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수지는 집세와 자동차 기름값정도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수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통학을 합니다) 집세가 워낙 비싸서 그 동안 저축한 돈으로는 몇 달 버티지 못하고 거덜날거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수지는 저의 충실한 영어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수지는 키가150cm 을 조금 넘을까 할 정도로 미국인치고는 작은 편입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짚을 몰고 다닙니다. 제가 처음 그녀의 자동차를 보고 낄낄거리면서 웃었더니 “너 내 키를 생각하고 웃는거지?” 라며 자기도 웃더군요. 수지는 정말 솔직하고 입도 걸죽합니다. “What the fuck…? 이라는 말이 서슴지 않고 나옵니다. 한번은 언론법(Media Law)시간에 “…fucking..”라는 말을 갑자기 내뱉어서 교수(언론법 전문변호사)와 학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수지는 골수 민주당원으로 부시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입이 거칠어집니다. 정치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제가 본 미국 친구들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지지하는 정당을 놀랄 정도로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마침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가 있어서 저는 미국인 친구들이 정치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전혀 꺼리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이야기 합니다. 대부분은 민주당 지지자들인데 부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일부는 거의 울려고 하더군요.

수지의 솔직함이 드러난 예입니다. 해외연수기 첫회에서 잠시 소개한 저널리즘 세미나 시간에 나이트리더그룹(Knight Ridder – 미국에서 USA Today 를 소유한 Garnette 체인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신문체인으로 산호세 머큐리뉴스와 마이애미 헤럴드의 모기업)의 리더 회장을 초대해서 강의를 들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학생들 몇 명밖에 질문을 하지 못하고 마치게 됐습니다. 미국의 수업은 흥미로운 게 교수들도 강사에게 활발하게 질문을 합니다. 세미나에서도 담당교수(저널리즘 학과장)가 리더 회장에게 몇차례 질문을 했습니다. 수지는 수업이 끝나자 과 학생들과 교수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이 메일을 통해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질문의 우선권을 갖고 있다”고 한마디 했습니다. 제가 “교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수지는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는 듯 “내 말이 틀렸냐?”고 되묻더군요. 불행하게도 수지의 솔직함은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교수들은 계속 질문을 했으니까요.

얼마전 수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필름 및 다큐멘터리 학생들이 시사회를 하는데 참석했다가 아는 남학생과 함께 온 친구를 만나 첫 눈에 반했나 봅니다. 나중에 그 남학생에게 친구의 이 메일 주소를 알아내 만나자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친구도 좋다고 응답해 데이트를 하게 됐다고 나한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군요. 이렇게 덧붙이면서요.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야 해.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길다고 숨기고 사나!”

수지는 한국음식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김치를 사서 먹을 정도입니다. 대학다닐 때 학교주변에 있는 한국음식점을 드나들면서 한국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는 특히 김치맛에 푹빠졌답니다. 우리집에 한번 초대를 했는데 김치를 얼마나 잘먹는지 제가 놀랐을 정도입니다.

봄방학을 맞아 한 2주동안 수지를 못봤더니 보고 싶어지네요. 수지가 항상 강조하는 자신의 좌우명은 정말 음미할 만합니다. “인생을 즐겁게 살자!”



다음번에는 스탠포드의 역사를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