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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생활 즐기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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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수, 저 착오들

미국에 오기전 한 후배가 전해준 실수 한토막으로 저희들이 겪었던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알아두면 좋을 실수담들을 전할까 합니다.

뉴욕에 거주했던 이 친구가 정착초기에 햄버거 가게를 갔더랍니다. 후배일행이 이것저것 주문을 끝내자 종업원이 하는 말이 “Here, or To go?”라고 물었다나요. 잘 아시겠지만 “여기서 먹을 거냐, 아니면 갖고 갈거냐”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친구는 ‘to go’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 콜라를 얼마나 주문하겠느냐는 뜻으로 알아듣고 자신있게 “Two Cokes”라고 답변했고 종업원은 당연히 콜라 2개를 더 줘서 배터지게 콜라를 먹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저에게도 주의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to go’를 ‘two cokes’로 잘못 알아들어서 생긴 에피소드지만 저희들도 이런 저런 실수들을 아직까지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마 미국사람들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때가 되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아 아쉬움도 있습니다.

미국에 처음 오는 경우 실수의 대부분은 언어 때문임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영어가 확실하게 받쳐주지 않으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몇 배나 더 눈치가 빨라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과 돈을 실수의 대가로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휴가때 플로리다로 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 중간 기착지에서 갈아탈 때가 많이 있는데 저희는 자칫 잘못했으면 폼나게 플로리다 구경도 못하고 중간에서 미아가 될 뻔 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지역마다 시간차가 납니다. 예를 들어 뉴욕이 오후 3시(동부시간)면 중부인 Iowa는 오후 2시고, 그랜드 캐년근처는 오후 1시(mountain time), LA는 낮 12시(서부시간)입니다. 우리는 12월 22일 오후 2시 20분경에 Nebraska주의 Omaha에서 Ohio주의 Cincinnati까지 간 뒤 이 곳에서 다시 오후 6시경에 Florida주 Orlando행 비행기로 갈아 탈 예정이었습니다. Cincinnati공항에 도착한 뒤 비행기 출발게이트를 확인하고 느긋하게 이른 저녁을 먹으러 공항구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제 시계로 오후 4시 30분경이었어요. 사실은 Cincinnati라는 동네는 동부시간을 쓰고 있어서 그때는 오후 5시 30분이었고 출발시간은 30분밖에 안 남았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었지요. 그래도 모르는 동네인지라 게이트앞에서 대기하기로 하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구내 전광!

판 시계를 보았더니 아니 이게 웬 일인가, 시계가 비행기 출발시간 직전인 6시 5분전이었어요. 나와 집사람 아들 딸 4명은 터미널을 100m달리기 시합하듯이 내달려서 게이트에 가까스로 6시에 맞춰서 도달했지요. 그런데 승객들은 여전히 탑승하지 않고있어서 또 웬일인가 했더니 20분가량 출발이 연기됐다는 것이었지요. 그때 제 시계는 여전히 출발 1시간전인 5시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Cincinnati는 동부시간을 쓰고있어서 중부시간에 맞춰놓은 제 시계보다 1시간 빠르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고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제가 있는 Iowa주 Ames시에는 Cyride라는 버스가 Iowa State University 캠퍼스와 시내를 연결하면서 학생들의 발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자주 이 버스를 이용해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안되던 지난해 9월초쯤 처음 버스를 탔을 때 일입니다. “학생은 30센트, 일반인은 75센트”라고 써있길래 1달러를 내고 한참을 기다렸지요. 그때는 학생증도 나오기 전이라 25센트만 돌려받을 생각으로 있었지요. 그런데 이 노랑머리 운전사가 아무 반응이 없길래 “거스름돈은?”이라고 했더니 이 친구는 거스름돈 얘기는 하지않고 대충 “Do you want to transfer?”라는 말만 하는 것이었어요. 말도 잘 통하지 않아 속으로 ‘돈 25센트갖고 째째하게 굴지 말지 뭐’라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1달러를 내더라도 거스름돈은 안준다는 것과 ‘transfer’는 다른 버스로 갈아탈 것이냐는 의사를 물어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됐지요. 30센트나 75센트를 한번 내면 몇 번이라도 버스를 갈아타고 다른 곳에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구요. 물론 다음부터는 학생증도 생기고 해서 30센트만 내고 버스를 탈 수 있었지요.

●…저는 여전히 미국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더구나 어린이들은 이 얘도 Carrie(딸 친구이름)같고 저 얘도 Carrie같아서 가끔씩 Jenna보고 Carrie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소속돼있는 대학 정치학과에 있는 여교수에게 큰 실례를 한 것도 사람얼굴을 구별하지 못해 생긴 쓴 경험이었습니다. 오래 전일이라 그 여교수 이름을 잊어먹기는 했지만 작년 가을에 정치학과에서 근처 공원으로 피크닉을 갔을 때 일입니다. 정치학과에는 제가 당시 강의를 듣고있던 Steffen Schmidt라는 교수가 있었는데 그의 부인도 영어를 강의하는 교수였습니다. 저도 그의 부인과도 인사를 한 터였는데 그날은 정치학과 여교수를 Schmidt교수 부인으로 착각, 피크닉에 Schmidt교수는 오지않고 부인만 참석한 것으로 알았지요. 사실은 정치학과 여교수인데 인사를 차린다고 다가가서는 “남편은 안오셨나요”라고 말을 걸었지요. 이 여교수는 ‘한국아저씨, 우리 남편 알아?’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아마 자기 일보고 있을 걸요”라고 하길래 머쓱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잘난척하고 인사했다가 오히려 사고를 친 셈이었어요. 지금은 그 여교수를 보면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피해가는 것이 그때 지은 죄를 아직도 용서받지(?) 못해서 그런가 봅니다.

●…이밖에도 영어선생님이 “월요일은 Black Engineering Building에서 강의하고 금요일은 Ross Hall에서 강의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못알아듣고 금요일날도 Black Engineering Building으로 가서 앉아있다가 엉뚱한 강의만 열심히 듣고 나온 일, 우체국에서 소포를 부치다가 직원이 스카치 테이프를 쓰겠냐는 말을 듣고 “O.K”했다가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돈내고 사는 것인줄 뒤늦게 알고 쓴 웃음을 지었던 일도 있습니다. 또 미국의 사거리에서는 좌회전신호때뿐 아니라 직진 신호에서도 맞은 편에서 차가 오지 않으면 좌회전을 할 수 있는 것을 모르고 점잖게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뒷차가 클랙슨을 맹렬히 울리는 것을 뒤늦게 알고 허겁지겁 악셀레이터를 밟은 일등 이런 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관습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실수들을 지금도 겪고 있지만 이런 것도 산경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미국갈 분들! 누구나 시행착오는 겪지만 자칫 조그만 오해가 큰 사고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을 터이니 조금씩 조금씩 미국공부를 해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