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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 구입에 도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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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년 있다가 돌아가는 가는 연수자라면, 대부분 중고차를 사서 몰다 처분하고서 귀국하는 게 보통입니다. 새 차를 사지 않는 이유야 뭐 별게 있겠습니까.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지요. 차를 산 값과 되팔아 받을 수 있는 돈과의 차액, 즉 ‘환매손’이 새 차일수록 크다는 얘깁니다.

미국에서 중고차 값을 제일 잘 쳐주는 게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입니다만, 이런 차들도 1년 된 중고는 신차보다 3000~4000 달러 정도 값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1년 있다오는 연수자가 새 차를 산다면 최소 3000~4000 달러를 날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반면 3~5년된 중고차라면 환매손이 2000 달러, 5년 이상된 것은 1000달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만일 새 차를 권장 소비자가(MSRP : 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보다 2000 달러 정도 싸게 살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당장 환매손이 1년에 2000 달러 정도로 줄어듭니다. 중고차와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초기 구입 비용이 많이 드는 부담은 있겠지요. 하지만 새 차는 중고차에 비해 장점도 꽤 많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중고차들은 몰고 다니는 1년 사이에 한 번 쯤 정비업소 신세를 지는 게 보통인데, 새 차는 그럴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에서 정비업소 한 번 나들이에 몇 백 달러 투자(?)는 각오해야 하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이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새 차를 사면 1만 마일까지는 엔진오일 교환과 브레이크 점검 등 각종 필요한 정비를 거의 공짜로 제공받습니다. 단, 이건 딜러에 따라 서비스가 다르니 사전에 확인을 하셔야 합니다.

자, 그렇다면 정말 새 차를 MSRP 보다 2000 달러 이상 싸게 살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1년 내내 가능한 것은 아니고, 대체로 9월~12월에 이렇게 싸게 새 차를 살 수 있습니다. ‘Year Model Clearence’를 활용하는 겁니다. 우리말로는 ‘구 모델 떨이’라고나 할까요.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10월 경에 다음 년도 신모델을 출시하는데, 딜러 샵들은 이 신모델 발표 직전부터 ‘Year Model Clearence’에 들어갑니다. 신 모델이 나오면 어차피 구 모델이 잘 안팔리니 재고 세일에 들어가는 거지요. 이 기간이 되면 대부분 MSRP보다 2000달러 이상 싼 값을 제시합니다. 이르면 8월에 Year Model Clearence에 들어가는 자동차 브랜드도 있습니다.

떨이에 들어간 딜러샵을 찾아보세요. 처음에 딜러가 MSRP에서 1000~2000달러 깎아주겠다고 할겁니다. 그렇다고 덥썩 사지는 마세요. 틀림없이 더 깎을 수 있습니다. 같은 자동차를 파는 근처의 다른 딜러 샵들을 돌며 서로 경쟁을 붙이는 겁니다. 다른 딜러를 만나 “어디어디서는 이만큼 깎아준다더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좀 더 낮은 값을 부르게 마련입니다. 좀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딜러 샵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흥정을 하면 할인액이 2000 달러보다 더 내려갑니다.

흥정은 월말에 하는 게 더 유리합니다. 대부분 딜러 샵에서 딜러들의 월별 실적을 집계하고, 또 자동차 회사에서는 딜러 샵의 실적을 매달 점검하기 때문에 월말이 되면 서로들 한 대라도 더 팔려고 소비자에게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합니다.

실제 저는 이런 식으로 새 차를 상당히 싸게 샀습니다. 어느 모델이 Year Model Clearence를 시작해 차를 상당히 싸게 판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에 집 근처 딜러샵에 전화했더니 처음에는 “파격적으로 2000 달러 싸게 주겠다”고 하더군요. 다음엔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A 딜러 샵에서는 더 깎아준다던데요.”
“저희도 그 정도는 해 드리지요.”
“A 딜러 샵이 집에서 더 가까워요.”
“그렇다면 그 보다 더 싸게 드리지요.”

차는 결국 제 3의 장소에서 샀습니다. 흥정을 마치고 차를 사기로 한 날이 어느 달 30일이었는데, 다음달 초에 돈을 치루고 차를 가져가겠다고 했더니 딜러가 갑자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제발 31일까지 사 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왜 그러나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바로 ‘실적’ 때문이었더군요. 당연히 31일에 사는 조건으로 좀 더 할인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전체로 할인받은 금액은 2000달러를 훌쩍 넘었습니다. 혹시 새 차 구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런 방법도 활용해 보시기를.

p.s. 새 차 사기 전에 우선 확인할 것 하나. 위에서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는 1년 된 중고차가 신차보다 3000~4000 달러 정도 싸다고 했습니다만, 브랜드에 따라 첫 해에 7000~8000 달러 값이 뚝 떨어지는 차들도 있습니다. 이런 차를 사는 것은 비록 2000달러 정도 싸게 사더라도 한 해에 5000~6000달러 정도를 날리는 셈입니다. 그러니 새 차를 사기 전에는 ‘이 차를 1년 뒤에 팔 때 과연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를 꼭 따져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