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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어디에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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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국가와 연수기관이 정해지고 나면 가장 먼저 결정해야할 문제가 집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은 거주 환경이 연수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는 면적이 6340㎢로 서울(605㎢)의 10.5배 정도 된다. 동서
길이가 100km, 남북 길이가 120km에 이를 정도로 넓지만 생활 편의 시설과 주거 환경,
자녀 학교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군데로 줄어든다. 한국
인 밀집 지역인 홍췐루(紅泉路)와 구베이(古北), 푸동(浦東) 등이 1순위 후보지라고
할 수 있다. 연수기관과 가까운 곳을 찾거나 저렴한 생활비로 생활할 곳을 찾는다면
푸단(复但)대학 주변과 지우팅(九亭)도 후보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한인 타운인 홍췐루는 홍차오 공항에서 택시로 20여분 떨어진 곳에
있다. 통상 홍차오 공항을 김포공항에 비유하는데(상해 시내를 기준으로 홍차오공항이
서남쪽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김포공항과 비슷하다) 그런 비유를 따르자면 홍췐루는
서울의 목동 정도에 있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홍췐루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 지점 3개가 100여 미터
안에 모여 있고, 한국음식점과 마트, 학원 등 생활 편의 시설이 밀집해 있다. 중국말을
한 마디도 못해도 살 수 있는 곳이다. 홍췐루를 한인 사회에서는 금수강남 지역이라고도
하는데 대표적인 한인 거주 아파트 단지인 금수강남 아파트가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1기부터 4기까지 있는데 가장 늦게 지어진 4기의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 9월 초 기준으로
보일러가 있는 방 2개 아파트의 경우(우리나라의 20평형 아파트라고 보면 된다) 월 1만
(약190만 원)~1만2000위엔, 보일러 있는 방 3개 아파트는 1만2000~1만5000위엔 정도에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보일러 없는 집은 같은 평수라도 월 2000~3000위엔 저렴하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상하이의 아파트 임대료에 대해서는 다음 연수기 때
다시 자세하게 소개를 하겠다.)



홍췐루에 한국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한국인을 위한 각종 편의 시설이 밀집돼 있는
것도 있지만 교육환경이 좋은 것도 영향이 있다. 영어와 중국어로 동시에 가르치는
상하이유나이티드국제학교(SUIS·협화쌍어학교)가 금수강남 4기와 붙어 있다. 한국국제
학교, 싱가포르국제학교, 미국국제학교 등 주요 국제학교도 스쿨버스로 30여분 정도면
갈 수 있다.(상하이에서 30분이면 결코 먼 거리가 아니다.) 홍췐루의 단점은 너무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전혀 외국에 나와 있는 느낌이 안 난다는 것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중심가 내지는 서울의 부도심 같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어를 몰라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보니 이곳에 오래 거주한 교민들 중에는 실제로 중국어를 거의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도심과 다소 떨어져 있고 주변에 갈 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 살다
보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구베이는 홍췐루에서 택시로 15분, 지하철(10호선)로 3구간
떨어져 있다. 홍췐루 보다는 좀 더 도심 쪽에 가까워 시내 접근성이 좋다. 상해의 주요
대학 중 하나인 교통대학까지는 지하철 10호선을 타고 3구간만 가면 도착할 수 있다.



구베이에는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살고, 한국인과 서양 사람들도 많이 산다. 외국인 거주
밀집 지역이어서 치안이 안전하고, 까르푸 등 생활 편의 시설도 갖춰져 있어 살기가
좋은 편이다. 예청국제학교(YCIS), 상하이커뮤니티국제학교(SCIS) 등 학비가 2만 위엔이
넘는 비싼 국제학교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다. 이 때문에 학비를 지원받는 주재원
들이 구베이 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이 지역의 가장 큰 단점은 물가가 비싸다는 점이다. 구베이 1기 지역은 대부분 지은 지
20년 정도 된 낡은 아파트이지만 홍췐루의 비슷한 조건(평형, 보일러 설치 유무, 인테리어
등)의 아파트와 비교하면 월 임대료가 1000~2000위엔 정도 더 비싸다. 2000년대 이후에
지어진 구베이 2기는 임대료가 더 비싸다. 방 1개 짜리 아파트의 임대료도 월 1만 위엔
이상이다. 아파트 임대료뿐만 아니라 생활 물가도 비싸다. 짐이 도착을 안 해서 딸 교복
셔츠를 단지 안에 있는 세탁소에 맡겼더니 150위엔(약 3000원)이었다.
 
푸동하면 상하이의 상징인 동방명주탑을 떠올리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은 그와는
조금 떨어진 세기공원(世紀公園) 주변의 리앤양(聯洋)지역이다. 리앤양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비교적 새 아파트이면서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지은 지 10년 안팎이면서
보일러 있는 방 3개 아파트를 월 1만 원에 구할 수 있다. 넓고 깨끗한 집에서 우아하게
살고 싶다면 이 지역을 적극 고려할만 하다. 주요 국제학교는 대부분 푸동 캠퍼스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서 스쿨버스를 타고 10~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과 거리가 멀고 주변에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 빌딩 외에는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상하이에 오는 연수생들이 연수 기관으로 많이 정하는 푸단대와 지아통(交通)대
등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인 커뮤니티가 약해 한국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외로울 수도
있다. 리엔양에 사는 40대 중반의 교민은 “푸동 전체에 한국 식당이 두 군데 밖에 없어서
한국 음식을 먹으려면 푸시(逋西) 까지 나가야 하는 게 가장 불편한 점”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없고, 연수기관이 푸단대라면 푸단대 주변도 추천할 만 하다.
상하이의 북동쪽에 있는 푸단대는 남서쪽에 있는 홍췐루, 구베이와는 대각선으로 반대편에
있다.


 


이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심과 떨어져 있고 학생들이 많아서 물가가 싸다는 점이다.
20위엔(약 3800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월 6000위엔(약
115만 원) 정도면 보일러가 있는 방 2개 짜리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푸단대의 한 유학생은
구베이의 절반 가격에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거주 환경도 나쁘지 않다. 푸단대 동문 쪽에 있는 대학로는 기존 주택가를 허물고 재개발을
해 아파트를 새로 짓고 거리도 정비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자녀들의 통학 시간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지우팅도 고려할만 하다. 홍차오 국제공항의 서쪽에
있는 지우팅은 일산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주요 국제학교와 가깝고 임대료가
싸다. 스쿨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면 한국 국제학교에 갈 수 있다. 교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싱가포르국제학교, 미국국제학교, 대만국제학교 등도 비슷한 시간에 갈 수 있다. 임대료도
저렴하다. 월 6000위엔 정도면 보일러 있는 방 3개짜리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2000년 대
이후에 개발된 지역이어서 비교적 새 아파트에 단지 조경도 잘 돼 있다.



시내에서 멀고 차가 많이 막히는 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교통대는 한 시간, 푸단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토요일 오후 2시경 지우팅을 간 적이 있는데
주말 오후 꽉 막힌 올림픽대로 같았다. 



아파트 단지 주변은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공사 차량이 많이 다니고 정비가 덜 돼 황량한
느낌이 물씬 난다. 연수 오기 전에 6개월 동안 머물렀던 세종시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지우팅에
1년 째 살고 있는 한 교민은 “이 정도 가격에 상하이에서 지우팅 만한 곳을 찾기 힘들다”면서
 “교통이 막히는 것은 참을 만 한데 애들 보낼 학원이 부족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