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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알차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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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생활이 막바지에 접어드니 아쉬움이 남는 것 중의 하나는 계절마다 즐길 수 있는 각종
볼거리를 의외로 많이 놓쳤다는 점이다.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즐기고 경험하라’던
앞선 연수생의 당부가 절로 생각나는 시점이다.


한국에서 매일 마감에 시달리며 연수 준비를 하는 기자들 입장에선 아직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대략 한 달 정도 걸리는 정착 과정을 마친 뒤에 계획을 세워도 늦지 않다. 우선
개괄적인 연중 계획을 세운 뒤 큰 여행의 중간 중간 사이에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방법까지
찾는다면 연수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연간 행사표와 Things To Do를 참고하자.


연수 생활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여행이다. 미국을 크게 네 등분해 동부, 서부, 중부,
남부 여행이 있을 수 있는데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각종 이벤트를 챙기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미국은 도시마다 특색이 있는 볼거리와 행사가 즐비하다. 때문에 본인이 거주하는 주나 카운티,
시(市)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연간, 월간, 주간 행사 계획을 틈날 때 챙겨볼 필요가 있다. 재미
있는 행사를 놓쳤다고 해서 땅을 치며 후회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습관을 들이면 의외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구글에 접속해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Things To Do를 검색하기만
해도 깨알같은 행사와 볼거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장거리 여행을 하지 않는 기간
에는 주말을 이용해 지역 행사와 명승지를 부지런히 다녀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2. 정착 후 첫 여름과 가을


미국에 도착한 뒤 첫 여름은 초기 정착을 위한 세팅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한 달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이즈음 동부에 거주하는 연수생
들은 대체로 뉴욕,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보스턴, 월리엄스버그, 나이아가라 폭포 등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여름과 가을맞이 각종
퍼레이드와 무료 문화 행사가 시시때때로 열린다. 따라서 여행을 가지 않는 어정쩡한 시기에는
부지런히 행사 목록을 확인하고 챙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워싱턴 DC 인근에 거주하는 연수생의
경우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이벤트가 DC에서 열리는 만큼 주말을 이용해 DC로 나들이를 다녀오면


여러모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참고로 dc.about.com에 접속하면 워싱턴, 버지니아, 메릴랜드의 명승지와 무료 공연, 아이와 함께
하기에 좋은 여행지 등이 상세하게 소개돼있고, 연간.월별 행사 일정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3. 기나긴 겨울나기


미국 동부의 올 겨울은 현지인들도 ‘Amazing’ 하다고 할 만큼 유난히 길었고 추웠다.
3월 중순에도 Winter Storm 경보와 함께 폭설이 내릴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추위에 워싱턴
주변의 연수생들도 긴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특히나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지
않아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년 밖에 되지 않는 황금같은
연수시기를 ‘방콕’하며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필자는 겨울을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몇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동북부에 정착할 생각을 가진 연수생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1) 플로리다와 캔쿤, 크루즈 여행.


미국 동북부 겨울은 남쪽 지방을 여행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
시즌을 피한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휴양지를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올 겨울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와 올랜도, 멕시코의 캔쿤, 바하마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마이애미와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를, 그리고 1월말부터 2월말까지는
비수기라 가격이 싸다는 점을 감안해 캔쿤과 크루즈 여행, 올랜도 투어에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캔쿤과 크루즈 여행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각각 2천500-3천달러 정도 들었다.
두 여행 모두 각종 식사 및 서비스가 포함된 ‘All Inclusive’ 개념이기 때문에 가격 대비
만족도도 높았다.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더 있다면 겨울 시즌을 이용한 남미 여행도 추천할 만하다.
가까운 멕시코(다만, 필자가 다녀온 멕시코 캔쿤은 미국식 휴양지라 남미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는 없는 곳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를 비롯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최근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선뜻 여행길에 나서긴 힘들겠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남미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레의 바릴로체도 만족도가 꽤 높다고 한다.


(2) 미국 현지인과의 교류


미국에서 이래저래 알게 된 현지인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것도 기나긴 겨울을 나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우리 동네 아파트 행사에서 알게 된 미군 의사 부부를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브라이언이라는 친구인데 한국에서 몇 년간 선교사 활동을
해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식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외국인을 집에 초대한
것은 처음인지라 잔뜩 긴장했었지만, 육아와 직업 문제, 한국과 미국에서의 경험담 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필자가 적을 둔 SAIS 대학원생과 두터운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필자는 SAIS 한미연구소의 배려로 SAIS 대학원생인 빌리라는 친구와 Language Exchange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졌고, 식사와 술자리를 통해 형님-동생이라는 격의없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빌리는 올 여름 우리나라의 북한인권관련 시민단체에서 인턴을 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으로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 봄과 여름


봄은 그야말로 축제의 계절이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엉덩이가
들썩이게 된다. 특히 DC에서는 Cherry Blossom Festival을 시작으로 각종 이벤트가 쉬지 않고
열리는 만큼 아이들 봄 방학을 이용한 장거리 여행을 전후해 더욱 알차게 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캠핑을 즐겼던 연수생이라면 자연의 정취를 맛보는 캠핑
여행도 적극 고려해볼만 하다. 미국의 각종 국립.주립 공원에는 캠프장을 비롯해 통나무집
스타일의 랏지와 캐빈이 곳곳에 있어 나름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동부에 정착한 연수생
들의 경우 대개 봄방학 시즌에 그랜드캐넌을 포함한 서부 여행을 가게 되는데 이때 랏지체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겨울의 바하마-캐리비안 크루즈 여행을 놓쳤다면 반대로 여름 시즌에
캐나다 북부와 알래스카로 빙하 크루즈를 떠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