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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자리잡기 – 국제학교와 집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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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왕징(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구역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에 살
생각이 없었다. 중국으로 유학을 왔으니 당연히 학교 근처 가급적 한국인들이 없는 곳에서
중국 현지인들 속에 묻혀 그들과 함께 생활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언제나
뜻대로만 되던가. 결정적으로 아들녀석의 국제학교 스쿨버스가 발목을 잡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팔자에 없는 국제학교를 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최근 중국의 비자규정이 까다로워져서 알아보니 베이징에서는 X비자(유학비자)로 갈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었다. 만일 여러 해 중국에 머무를 것 같으면 현지인들이 다니는 로컬학교를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체류기간이 1년에 불과한데 영어는 곧잘 하지만, 중국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아들놈을 로컬학교에 보내는 것은 그의 인생에서 1년을 빼앗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베이징에는 국제학교가 참 많다. 우선 왕징에는 한국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한국
국제학교가 있다. 한국과 약간의 차이점이라면 매일 1시간씩 중국어 수업이 있고 1주일에
10시간 영어 수업이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캐나다 국제학교와 같이 각 나라이름을 붙인 국제학교가 있다. 베이징의 한국인들은
한국국제학교를 ‘국제학교’로, 외국계 국제학교는 ‘인터’라고 흔히들 부른다. 인터스쿨은
미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계 등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인터스쿨 경험이 없으면 입학이
힘들고 또 부모가 취업비자인 Z비자가 있어야 입학이 가능하다. X 비자로 1년 연수를 온 우리는
입학 자격을 얻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다행히 캐나다국제학교인 CISB는 비자문제에 있어 비교적
관대했다. 그래서 CISB를 선택했다.


국제학교 비용은 한국국제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1년에 3500∼4500만원 정도나 든다.
대기업 주재원들은 회사가 비용을 지원하지만, 이런 지원이 없는 우리는 허리가 휘었다. 아이가
하나이고, 단 1년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베이징의 국제학교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중국의 명문 국제학교 입학하기 : 세계 명문대학 입학의 지름길 ’김남희 저,
출판사: 에세이 ‘국제학교 입학가이드 : 성공적인 국제학교 입학의 모든 것’ 안윤정 저, 출판사:
넥서스BOOKS 를 참고하면 된다.)
 
우여곡절 끝에 CISB를 선택하고 보니 결국 스쿨버스 관계로 거주지가 몇군데로 제한됐다.
그런데 1주일 동안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한국가게가 많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왕징이
생활하기에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것을 저절로 느끼게 되었다. 내가 하루종일 학교서 지내게 되니,
중국어를 모르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결국 왕징에 집을 구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왕징을
조그만 아파트촌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차라리 하나의 신도시에 가까웠다.
집을 알아보며 우리는 현지인들의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베이징 집값과 월세에 놀랐다.
처음엔 왕징이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왕징의 집값은 베이징에선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뒤에 이곳으로 연수올 분들을 위해 조금 자세하게 안내하자면 한국인들이 왕징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는 대서양, 화딩, 보성화딩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곳은 비교적 새로 지은 집들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교통이 사통팔달이어서 베이징의 웬만한 곳은
버스로 다 갈 수 있다. 특히 420번 버스는 시내를 관통하고 659번 버스는 북경의 명문대인 북경대와
칭화대를 지나고 원명원, 이화원을 관통한다. 이 두 버스 노선만으로 북경의 웬만한 관광지는 다
커버가 된다. 베이징에서 운전할 자신도 없고, 형편도 안되는 우리에게 이것은 큰 이점이었다.



대서양은 대단지로서 자연친화적인 단지 조성이 장점이다. 월세는 방 2칸 기준 8000∼1만위안
(약150만∼180만원) 정도다. 방3칸 이상은 2만위안을 넘어선다. 화딩은 단지 내에 한국 학원과
유치원이 있고 차가 다닐 수 없어서 아이들 키우기에 좋다고 한다. 또한 가까이에 월마트와 백화점,
재래시장, 한국상점들이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작은 집이 없고, 월세가 아주 세다.
월 1만2000∼2만5000위안 정도 한다.


보성화딩은 비교적 최근에 지은 아파트여서 보안이 철저하고 깨끗하다. 단지내에 ‘디스페이스’라는
스포츠센터가 있고, 한국 식당과 상점들 또한 근접해 있다.


그 외에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기린사, 올리브, 국풍, 동호만, 오주캉두 아파트 등이 있다.
동호만과 오주캉두는 한국국제학교가 바로 인접해 있어서 이곳 학생들의 가정이 많이 산다. 주변에
롯데마트와 까르푸가 있다. 그러나 왕징 중심가-화롄 백화점-를 좀 벗어나 북쪽에 위치해 있다.


사실 가장 중심가는 산취(3구)와 스취(4구)인데 이 아파트들은 왕징 개발 초창기에 만들어진
아파트라 임대료는 저렴하지만 너무 낡은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각종 한국 식당과 상가들이
에워싸고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집을 구할 때는 인터넷에 올라 온 평판 등을 참고해, 부동산업체를 잘 선택해야 한다. 중국의 집은
고장이 잦다. 우리 집만해도 이사 당일부터 시작해서 며칠 전까지 계속 고장수리를 해야 했다.
이 모든 고장수리는 부동산에서 고용한 직원이 직접 처리하거나 관리실에 연락해서 해결해준다.
왕징의 웬만한 부동산은 대부분 조선족들이 경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동산이 A/S를 제대로 안해주면 큰 곤란에 빠진다. 한 지인의 경우는 추석을 앞두고
전기설비에 문제가 생겼는데 관리실에서 나와서는 전구와 천정에 붙은 전선까지 다 빼놓고는
며칠째 감감 무소식이였다고 한다. 도리 없이 그렇게 심란한 상태로 추석 차례를 지낼 수 밖에
없었다. 난방이 시작되던 지난해 11월초에는 보일러가 고장이 났는데 한참동안이나 고쳐주지
않아서 냉방에서 전기장판을 깔고 잤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는 싼집을 찾다보니 낡은 집을 구해
고장이 잦았지만 다행히 부동산에서 신속히 처리해 주어서 불편을 참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