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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쇼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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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천국’ 홍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베이징도 쇼핑을 즐기기에 그리 나쁜 환경은 아니다. 무엇보다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쇼핑 공간이 대단히 많다. 조금 과장하면 서울의 코엑스몰이나 타임스퀘어 같은 대형 쇼핑몰이 동네마다 들어서있다. 이 많은 쇼핑몰이 과연 다 장사가 될까 싶을 정도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왕징(望京)이 속한 차오양취(朝阳区)에만 족히 100개는 될 것이다. 이렇게 많다 보니 아무리 중국 인구가 많다 해도 쇼핑객이 자연스레 분산된다. 주말에도 유명 쇼핑몰들이 생각보다 붐비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대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쇼핑몰 안에서 기분내는 것까지는 좋은데 막상 사려고 가격표를 보면 서울 가격보다 비싸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연수생 신분으로 이런 쇼핑몰에서 마음껏 쇼핑을 하기는 어렵다. 필자 역시 시내 주요 쇼핑몰은 주로 기분 전환이나 외식 목적으로 이용했고 실제 쇼핑이 이뤄진 곳은 따로 있다.

▶ 데카트론(迪卡侬[디카농]·DECATHLON)
’10종 경기(decathlon)’라는 뜻의 다국적 스포츠·레저용품 전문매장이다. 창고형 대형마트 같은 공간에서 조깅, 골프, 요가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 용품과 등산·낚시·캠핑 등 온갖 아웃도어 용품을 취급한다. 아웃도어 용으로 나온 티셔츠, 남방, 바지, 점퍼 등 상당수 의류는 디자인이 무난해 일상용으로 입기에도 별 지장이 없다. 실제 많은 중국 사람들이 데카트론에서 일상복 쇼핑을 한다(필자를 초청해준 런민대 교수도 필자와의 첫 만남에 데카트론 의류를 입고 등장했다).


사진 1. 데카트론 라이광잉점. 스포츠·아웃도어 전문매장이지만 일상복을 사러 오는 중국인들로 붐빈다.

데카트론의 최대 미덕은 훌륭한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 입점 브랜드가 대부분 유럽계 회사들이라 품질 관리가 엄격한 편인데, 상품들이 마침 중국에서 제조된 덕분에 무척 싸다. 카트에 온갖 상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쇼핑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교민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등산용품 마련에 드는 비용이 서울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데카트론은 197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창립돼 유럽 시장을 석권하고 미국, 남미, 중동을 거쳐 2003년 중국에 진출했다. 현재 중국에만 40여개 점포가 있는데 왕징과 맞붙어 있는 라이광잉(㚓广营)에도 하나가 있다. 한국에도 올해 1호점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들린다. 1호점이 개장하면 그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해온 국내 아웃도어 업계에 곡소리가 날 듯하다.

▶ 사이터 아울렛(赛特奧特萊斯[사이터아오터차이쓰]·SCITECH OUTLET)
‘미국식 아울렛 빌리지’를 표방하는 곳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교외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쇼핑할 수 있다. 15만㎡(축구장 20개 크기) 부지에 유명 패션·스포츠 브랜드 200여개가 입점해 있다. 샤넬, 구찌, 페라가모 같은 일류 명품 브랜드만 빼고 나머지 유명 브랜드는 모두 있다고 보면 된다. 발리, 버버리, 랄프로렌서부터 리바이스, 갭,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진 2. 알만한 브랜드는 모두 입점해 있는 사이터 아울렛. 구미(歐美)의 교외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쇼핑할 수 있다. 왕징에서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다.

약간 철 지난 상품을 싸게 파는 컨셉으로, 최신 트렌드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쇼핑하는 맛이 난다. 물론 고급 브랜드일수록 할인 체감률이 낮아지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생각지 못한 가격에 ‘득템’도 가능하다.

여러 매장에서 조금씩 사는 것보다 한 매장에서 몰아서 사는 게 요령이다. 매장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여러 개를 살수록 할인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같은 스포츠 브랜드의 매장을 자주 이용했다. 100~200위안(1만 6,500원 ~ 3만 3,000원) 선이면 괜찮은 스포츠 의류 한 벌을 건질 수 있다.

왕징에서 가깝다. 지하철 15호선 왕징역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마취안잉(马泉营)역에 바로 붙어 있어 접근성이 좋다.

▶ 팡차오디(芳草地)
개인적으로 베이징의 수많은 쇼핑몰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격조 높은 예술 공간이자 친환경 건축의 좋은 본보이기 때문. 쇼핑은 기본이고 한 번의 나들이로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쇼핑몰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저명 작가들의 예술작품.중국 현대미술의 기수로 꼽히는 천원링(陈文令), 왕광이(王广义), 가오샤오우(高孝武) 등의 작품이 말 그대로 지천으로 널려 있다. 거장 웨민쥔(岳敏君)과 장샤오강(张晓刚)의 작품도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보진 못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도 많다는 게 특이하다. 건물 입구에 있는 대형 조각을 비롯해 40여점에 달한다. 이는 그의 고향 바르셀로나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10층엔 무료 미술관이 있다. 6월 현재 중국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인 왕루옌(王鲁炎)의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사진 3. 환경친화적 외관과 다양한 예술작품들로 쇼핑의 맛을 더해주는 쇼핑몰 팡차오디. 돈 주고도 보기 힘든 중국 국내외의 현대미술 걸작들이 쇼핑몰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건물의 기묘한 생김새도 팡차오디의 매력 중 하나다. 높이가 다른 4개의 건물을 피라미드 모양의 거대한 유리 온실이 덮고 있는 형상으로, 채광이 좋아 쇼핑몰 어디에 있어도 태양을 볼 수 있다. 지하에 내려가도 하늘이 보인다. 외부에서 쇼핑몰을 관통하는 236m의 실내 교량도 볼거리.

채광과 단열에 각별히 신경 쓴 설계 덕에 많은 에너지 소모 없이도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게 실내온도가 유지된다.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2012년 개장 이후 각종 ‘친환경상’을 수상해 ‘아시아 최고의 친환경 건축물’로 불린다.

왕징과 같은 차오양취(朝阳区)에 있다. 6호선 둥다차오(东大桥)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 이케아(宜家家居[이자자쥐]·IKEA)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대의 가구·인테리어 전문점. 전세계 44개국에서 35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용해봤을 업체로 한국에 아직까지 매장이 없다는 게 미스터리란 말도 있다(올해 말 광명점 오픈 예정). 중국에도 15개(베이징에 2개)가 있는데 왕징에서 가까운 쓰위안차오(四元桥)점은 이케아 해외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모든 종류의 가구를 비롯해 식기와 주방용품, 목욕용품, 조명기구, 완구, 양탄자, 액자에 이르기까지 집안을 꾸미는 데 필요한 것은 다 있다. 게다가 저렴하다. 베이징 정착 초기에 반드시 들려야 할 곳 중 하나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감각적 디자인이 빛나는 상품들이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밤늦게(오후 11시)까지 영업하는데도 쇼핑객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4. 왕징에서 가까운 이케아 쓰위안차오점. 베이징 정착 초기라면 꼭 들려야 할 곳이다.

이케아에 사람들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식당. 이케아 식당에선 으깬 감자와 미트볼, 연어구이 같은 서양 요리를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상당수 중국인들이 외식 목적으로 이케아를 찾을 정도다. 한국 관광객들은 여기서 핫도그를 사먹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다. 음료수와 커피가 무한 리필이란 점도 매력 포인트. 그리 뛰어난 맛이라곤 할 수 없지만 중국 음식에 질렸다면 가끔 아이쇼핑도 할 겸 찾을 만하다.

이케아 쇼핑시 주의할 점은 체력 안배다. 이케아 쓰위안차오점의 경우 3개 층의 연면적이 4만3,000㎡(축구장 6개 크기)에 달해 대충 훑어보는 데만 2~3시간이 족히 걸린다. 더구나 첫 방문이라면 눈길을 잡아끄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들에 정신이 팔려 쇼핑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고, 쇼핑을 마치고 나면 체력이 거의 고갈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계산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쇼핑객 자체도 많지만 쇼핑객마다 구입한 물품들이 워낙 많아 줄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쇼핑에 너무 진을 빼면 계산을 기다리는 게 정말 고역이 될 수 있으니 중간 중간 쉬어가며 쇼핑하는 게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