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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기차타고 홍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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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연수의 백미는 여행, 그 중에서도 기차여행이다. 비행기보다 훨씬 싸고, 저녁 침대표를 사면
1박 숙박비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덤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같은 칸에 탑승한 중국 여행자들과 마음껏 중국어 회화연습을 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홍콩까지의 기차여행 경험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기차여행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경절 휴가를 이용해 가족들과 네이멍구 야간기차여행을 다녀온 뒤 중국 열차여행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홍콩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북경서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면 홍콩과 인접한 선전에 다음 날 오후 2시에 도착하는 24시간의 기나긴 여정이다.


하지만 잉워(6인실 침대차)의 경우 한사람당 표값이 약450위안(약8만1000원)으로, 편도 비행기값
1000∼1500위안(18∼27만원)에 비해 반도 안되게 저렴했다. 별다른 고민없이 선뜻 기차여행을
선택했다. 아들까지 3인 가족이니 많게는 왕복 백만원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때가 아니면 언제 기차타고 홍콩을 가보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비자문제가 생겼다. 하필 내가 중국에 올 무렵 중국의 비자법이 개정돼 여러가지로
애를 먹었는데 이는 홍콩여행에서도 또다시 우리들의 발목을 잡았다. 취업이 아닌 중국에 유학을
올 경우 유학생의 가족동반 비자제도는 좀 복잡하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X(학생)비자여서
얼마든지 출입국이 가능하지만, 집사람과 아들은 S2(동반가족)비자여서 출입국 횟수제한이 있다.
물론 가족들도 마음대로 출입국이 가능한 멀티비자를 얻을 수 있지만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그냥 한번 출국 할 수 있는 1차비자를 신청했는데 그 때문에 몹시 번거로운 일을
당했다.


평소에 비자문제로 고생하는 이들을 많이 본 지라 돌다리도 두드려 보자는 생각에 공안국에 문의해
봤더니 아닌 게 아니라 아내 비자의 출국 가능기간이 지나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재입국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여행 한 번 갔다가 자칫 가족들과 생이별 할 뻔한 나는
눈물을 머금고 홍콩 여행을 비자갱신 뒤인 춘절 휴가 때로 미뤄야 했다.결론적으로 가족동반
비자를 신청하는 이들은 가능한 한 멀티비자를 신청하는 걸 권하고 싶다.


그리고 다가온 춘절, 이번엔 치밀한 계획아래 기차표 구매 작전에 돌입했다. 중국에서 기차표를
사는 방법은 기차역에서 사기, 인터넷 구매, 집부근에 있는 기차표 판매대리점에서 구입하기 등
세가지가 있다.


처음엔 인터넷으로 사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춘절 기차표는 인터넷에서 출발일
로부터 20일전부터 판매가 시작되는데 불과 10분만에 매진된다. 그 안에 중국카드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결제까지 마쳐야 하는데 이게 또 만만치가 않다. 결제에 한번 실패해 여행일자를 하루
미루고 나니 도무지 다시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베이징 서역에 직접 가서 사는 방법이
있지만 택시를 타고도 40분 남짓한 거리여서 제외하고, 결국 집 근처에 있는 기차표 판매소에 가서
아침부터 기다린 끝에 선전(심천)행 잉워 같은 칸 상•중•하 3장을 사는 데 성공했다. 중국엔
1장당 10원씩의 수수료를 받고 기차표 판매를 대행하는 대리점이 동네마다 있다.


여기서 잠깐, 홍콩가는 데 왜 선전 기차표냐고? 물론 베이징 서역에서 홍콩 구룡까지 바로가는
열차가 있지만 이틀에 한번 뿐이다. 또 홍콩의 숙박비가 워낙 비싸 인접한 선전에서 1박을 한 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홍콩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먼저 갔다온 이들로 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선전에서 지하철을 타면 저렴한 숙소가 있는 홍콩 침사추이까지 불과 40분이면도착한다는
것이다. 선전구경도 할 겸해서 갈 때는 선전에서 1박을 한 뒤 홍콩으로 넘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돌아올 때는 홍콩에서 바로 베이징 서역으로 오는 표를 끊었다.


그런데 때가 춘절이어서인지 선전에서 홍콩으로 넘어가는 지하철역에서 있는 출입경 수속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줄을 서 수속을 기다리는 데만 시간을 두 시간 이상 허비했다. 선전여행을
꼭 하고 싶은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북경 서역에서 바로 홍콩으로 가는 국제열차를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콩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올 때는 국제열차 출발역이 헷갈려 혼란을 겪었다.
열차표에 구룡-북경서라고 적혀있어 당연히 구룡역에서 출발하리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훙홈(HUNG HOM)역이 국제열차의 기점이었다. 초행길이어서 만일을 대비해
일찍 마카오를 떠나 열차출발시간 2시간 전에 역에 도착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곤란한 일을 당할
뻔했다. 역시 돌다리도 열댓번 두드리는 습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제열차를 이용할 경우 재입국 수속은 베이징서역에서만 이뤄진다.
선전서 홍콩을 넘어올 때처럼 출국수속의 시간이 많이 걸리면 어쩌나 마음 졸였는데 의외로 표검사
외에는 별다른 수속이 없어 놀랐다. 다만 베이징까지 와서 비자에 문제가 있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지니 주의해야 한다.


홍콩과 마카오에서의 여행기는 생략하고, 기차여행의 즐거움에 대해 몇가지 언급하겠다.
중국의 침대열차는 비교적 저렴하고, 쾌적하다. 4인실인 란워와 6인실인 잉워가 있는데 6인실인
잉워가 훨씬 저렴하다. 참고로 잉워가 홍콩까지 약 450원 안팍인데 비해 란워는 700원 정도로
차이가 많다. 6인실은 아래층에서만 앉을 수 있을 뿐 중층과 상층은 높이가 낮아 누워 있거나
양해를 구하고 아래층에 내려와 있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나는 보다 많은 중국인들과
자유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 중국에서의 3번의 야간 침대열차 여행을 모두 잉워로만
했다.


이번 홍콩여행에서도 물론 잉워를 이용했는데 갈때는 중국인 영어교사가, 돌아올 때는 미국인
목사 부인이 같은 칸에 함께 해 중국어가 부족한 아내와 아들도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었다. 또 미국인 목사 부인을 찾아오는 여러 중국인 신도들과 그의 자녀들
덕분에 그동안 갈고 닦은 중국어 회화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창 밖의 풍경도 좋은 구경거리다. 베이징에서 홍콩으로 갈 때는 잠을 자다 눈을
뜨니 기차가 장강을 건너고 있었다. 돌아올 때는 화북지역에 큰 눈이 내려 온통 은백색으로 바뀐
중국 대륙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침대칸이 지루하면 식당칸으로 가서 간단한 식사를 해도 좋다. 한국열차 식당칸 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쾌적하게 식사를 하거나, 원두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