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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연수기3- 알파벳으로 풀어보는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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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을 앞세워 독일, 또는 베를린이라는 코끼리를 만져 본다. 내용 중 일부는 전해 들은 얘기도 포함돼 있다. 와전에서 생긴 불완전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한다. >>

Adenauer 지난해말 독일 2TV(ZDF)는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했다. 독일 역사상 최고의 인물은 누구인가. 2차 대전후 서독 최초의 수상이었던 콘라트 아데나워가 최고로 꼽혔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google.de)에서 아데나워를 쳤다. 내가 읽은 아데나워는 무릎을 꿇을 줄 알아서 존경 받는 국가 지도자다. 2차 대전 승리국가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소련은 독일하면 이를 박박 갈았을 것이다. “독일을 영원히 여러 조각을 내서 다시는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하자”는 게 당시 영국 프랑스 소련의 감정이었다. 소련 2천만 명을 비롯해 2차 대전 중 너무 많은 자국민들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아데나워는 납작 엎드렸다. 독일을 어여삐 봐달라고 노구(73세에 수상에 취임해 14년간 활동)를 이끌고 전승국을 찾아 다녔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아데나워가 없었더라면 독일은 아직도 전승 4개국이 분할 통치하고 있었을까.

참고로 ZDF 설문조사 결과 2-10위까지의 인물은 다음과 같다. 2위 MARTIN LUTHER(성경 어느 구절에 돈 내면 면죄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는지 답변 해주시오), 3위 KARL MARX, 4위 HANS & SOPHIE SCHOLL(뮌헨대 학생으로 나치에 저항하다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남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제목으로 번역된 책에 그들의 의식이 소개돼 있다),

5위 WILLY BRANDT(빌리 브란트,2차 세계대전 중 희생된 폴란드인들을 추모하는 기념탑 앞에서 무릎 꿇은 그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6위 JOHANN SEBASTIAN BACH, 7위 JOHANN WOLFGANG VON GOETHE, 8위 JOHANNES GUTENBERG, 9위 OTTO VON BISMARK(3백 여 개의 크고 작은 나라로 분열돼 있던 독일을 1871년 통일한데 기여한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10위 ALBERT EINSTEIN(나치를 피해 독일을 떠난 아인스타인은 미국인인가, 독일사람인가)

Bürokratismus 문서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게 독일 관료주의 단면이다. 학교 탁아소에 아이들을 맡기고 싶다고 했더니 5장으로 이뤄진 계약서를 나에게 준다. 그냥 서류 빈 칸을 작성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시청을 거쳐서 필요한 확인을 받아 오라고 한다.

Christentum 기독교 역사를 모르면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데 갑갑증을 느낀다더니…. 1-2주가 이어지는 독일 초등학교 방학은 대부분 기독교 의식과 관련돼 있다. 선교하고 강요하는 기독교가 아니라 우리로 치면 유교처럼 생활의 일부라는 느낌이다.

Dual System 실업학교 학생들은 학교 교육 뿐 아니라 관련 현장에서 교육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법제화 추진중이다. 학교를 마치면 현장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교와 현장이 2인3각으로 뛰는 제도다.

Erweiterung 넓히다, 확장하다, 의미의 독일어 명사형. 2004년 5월1일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10개국이 새로 유럽연합으로 들어왔다. 이 시기를 전후해 이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정치 실험을 주목해 볼 만 하지 않는가.

Fussball 유럽 국가치고 축구에 흥분하지 않는 나라가 있을까마는 독일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것이다. 베를린을 홈으로 하는 헤르타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이 들썩거린다. 참고로 분데스리가 40년사 및 독일 축구사전에 따르면 차범근 선수의 분데스리가 골 기록이 98골.

Grenze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자그마치 9개국이다. 북쪽으로는 덴마크, 서쪽으로는 위에서부터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남쪽으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동쪽으로는 폴란드 체코 등이다.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 가입으로 독일 동북쪽에 치우쳐 있던 베를린이 유럽의 중심으로 옮겨진 느낌이다.

Hundert 베를린을 구경할 시간이 반나절 이나 하루밖에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베를린 서쪽 중심 역인 쪼로기셔 가르텐(Zoologischer Garten) 역 앞에서 100번 버스를 타자. 이 버스는 승리의 여신상, 티어가르텐, 대통령 궁인 벨 뷔, 국회 의사당 격인 라이스탁, 브란덴부르크 문, 보리수 아래란 의미의 운터 덴 린덴, 박물관섬으로 갈 수 있는 루스트가르텐, 옛 동베를린의 중심지인 알렉산더플라츠까지 베를린 주요 관광지를 운행한다. 베를린필하모니, 통일 후 복합건물(소니 센터 등)로 개발된 포츠다머 플라츠가 보고 싶다면 200번 버스에 오른다.

Ich AG 잘 알다시피 Ich는 나란 뜻이고 AG는 주식회사 의미의 약어이다. 1인 회사쯤으로 연상해야 할 것 같다.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제도이다. 일정 수준까지 자금지원을 해준다. 두알 시스템(Dual system)과는 상극이다. 후진을 위한 교육이 없기 때문이다.

Jude 2차 대전 중 학살된 유태인수는 8백만 명. 유태인을 모독하는 발언이나 편지를 작성한 이유로 옷을 벗은 고위 관리를 연수 기간 중 2명 봤다. 그렇다고 무조건 유태인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Kasse 고급 백화점에도 종업원에게 물어 보려면 계산대라고 쓰여진 카운터로 가는 게 기다리는 것 보다 빠를 것이다. 고객입장에서 자유롭기도 하지만 답답할 때도 있다. 종업원이 적은 만큼 물건 값이 싼 걸 까.

Love Parade 베를린에서 열리는 연례 음악축제. 이 단어를 고른 이유는 음악을 얘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질서 정연한 독일인들도 어느 날이면 철저하게 망가지는 데 이날도 그 날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망가지는지는 보기 전에는 상상 불가다. 베를린 시당국은 청소비용 등의 부담 때문에 더 이상 러브 퍼레이드를 못하겠다고 할 정도다.

Mahlzeit 마-알짜이트!!! “(점심 식사를) 맛있게 드십시오”로 해석될 수 있다. 식탁에서 말할 수도 있고 점심시간을 전후해 지인을 만나면 건네는 인사이기도 하다.

Neugierig 어떤 물질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파헤쳐 보는 지극 정성을 호기심 많은 독일인의 실례(實例)로 꼽고 싶다. 물질 구성을 이해하면 현상보다 근원을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내가 써 놓고도 어렵다. 그러나 연수 기간 중에 내 머리 속을 꽤 오랫동안 지배하던 개념이다. 시간과 공간이 생기면 따로 얘기하기로 하자.

Ordnung 흔히들 프랑스는 관용의 사회라면 독일은 질서의 사회라 고들 한다. 신호등을 잘 지키는 것은 눈에 띄는 질서다. 내가 경험한 눈에 안 보이는 질서는 독일공업규격(DIN)이다.
질서는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었다.

Pünktlichkeit ‘독일 기차처럼 정확하게 시간을 지킨다’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연착하는 독일 기차나 지하철은 몇 번 봤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시간 약속하면 꼭 지킨다는 게 교포들 얘기다.

Qualität 품질이란 의미의 영어 단어와 거의 비슷하다. 독일식 발음은 ‘크발리테트’로 굳이 옮길 수 있다. 독일은 영국 프랑스에 비해 현대적인 공업기술이 상당히 뒤떨어져 있었으나 2차 세계 대전 직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갔다. 품질이 떨어졌다면 가능했겠는가.

Regional Charakter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지역색깔이 강하다는 얘기는 무수히 들었다. 독일 지역색깔을 표현했던 회사 선배의 글을 비슷하게 옮겨 본다. “쾰른에 가서 쾰른 맥주인 쾰시를 찾지 않고 뮌헨 연고의 파우라우너를 달라고 했더니 주인장 왈. 여기는 맥주를 파는 곳이지 구정물은 취급하지 않소이다.”

Sozialversicherung 사회보장 제도가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시사주간지 쉬피겔은 사회보장제도 자체보다는 운영상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근로자는 봉급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데 주식으로 시세차익을 보는 사람들은 일정 조건만 갖추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근로 의욕이 생기겠는가.

Tiergarten 베를린 시내 중심에 있는 50만5천1백 여 평의 공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심 공원 중 하나로 꼽힌다. 17세기 후반 프리드리히 빌헬름 대제의 사냥터였다. 1830년 공원으로 조성됐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겨울에는 베를린 시민들이 혹독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공원의 나무를 모두 베어 땔감으로 썼다는데 지금은 베를린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Urlaub 단어 자체 의미는 휴가지만 휴가 여행을 떠올리게 된다. 여행 없는 휴가를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휴가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번다는 얘기도 있다. 젊은 층일수록 심하다. 연금이란 ‘빽’이 있기 때문일까.

Volkshochschule 시민 대학이다. 싼 값을 받고 시민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평생 교육제도다. 외국어 펜싱 사진 실내악 등이 내가 본 시민 대학의 교육 과목이다. 외국인들은 시민 대학에서 독일어를 배울 수 있다. 1주일에 4번, 한번에 2시간50분씩 8주간 독일어를 배우는데 내는 비용은 70유로. 사설 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우려면 한 달에 300유로쯤 예상해야 한다.

Witz 독일 사람은 유머가 없다 고들 한다. 왜 위트가 없겠는가. 다만 ‘씰떼’ 없는 얘기를 했다가는 정말 씰떼 없는 사람 되기 십상이다. 비논리적이고 일관성 없으면 씰떼없어 보인다.

X, Y 영어와 마찬가지로 독일어 자모의 스물 넷째,다섯째자. 익스와 윕실론으로 시작하는 독일어 단어는 진짜 적다.

Zapfen 맥주통에 연결된 마개를 열고 맥주잔에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동사다. 거품에 탄탄한 느낌이 있어야 잘 따른 맥주다. 거품이 꽃처럼 만들어 졌을 때는 독일식 금상첨화다. 그렇게 하려면 맥주 한 잔 따르는데 7분 걸린다고 한다. 모든 술집이 그런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