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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륙에 이는 ‘링컨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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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로 미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기를 잡은 게티즈버그 전투가 벌어진 지 꼭 150년이 된다.
자연히 링컨의 생애와 사상을 되새겨보려는 이들도 늘었다. 서점에는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룬다.
버지니아주는 지난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에 등장한 장소들을 둘러보는 관광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링컨 열기는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도 옮겨 붙었던 모양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부쩍 링컨을 언급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니 말이다.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을 찾았을 때, 첫 느낌은 감동이 아닌 어색함이었다. 그리스 신전을 어설프
게 모방한 건물. 그 속의 링컨상은 말 그대로 하나의 神像이었다. 미국 사람들, 참 신 좋아한다.
정치인들의 연설은 의례 ‘God bless you, God bless America’로 끝난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나
무신론자가 어느덧 25% 가까이 된 나라에서 말이다. 
 


이런 낯설음도 잠시. 기념관내 양쪽 벽면에 새겨진 ‘게티즈버그 연설’, ‘재임 취임사’를 읽
어나가면서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도덕적 이상과
대의를 이만큼 간명하게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이 연설로 참혹한 내전은 ‘자유 속에서 잉태
되고 만인이 평등하다는 전제에 봉헌된 국가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지를 시험’하는 거룩한
명분을 얻게 된다. 기껏 주의 독자성 정도를 내세웠던 남부에 이념과 프레임에서 이미 승리하고
들어간 셈이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갓 해방된 촌스런 나라가 이후 100년이 넘게 전 세계의 헤게
모니를 장악해 온 힘의 원천이 바로 그 속에 함축돼 있었다.     
 
하지만 링컨을 비범한 지도자로 만든 건 이런 비전의 힘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영화 ‘링컨’에서
묘사했듯 그는 반대자들을 돌려놓기 위해 협박과 매수도 서슴지 않는 그의 마키아밸리적 면모도
지니고 있었다.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링컨의 타협적인 면모는 종종 역사가들의 비판 대상이 되기
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링컨이 사상가나 종교인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건 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비전과 함께 이를 현실화하는 능력과 권력 의지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격화된 링컨보다 번뇌하고 갈등하는 링컨이
호소력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전쟁이 시작되고 북군은 승전보다 패전이 많았다. 링컨은 야당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의
강온파, 비판적인 언론 등 여러 세력으로부터 늘 공격 받았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링컨은 이른바
자신이 설정한 대의에서 근본적으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논란이 이는 이슈의 경우 모든 쪽
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경청은 적을 우군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는 영화의 원작이 된‘
‘라이벌들의 팀’에 자세히 묘사돼 있다. 링컨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맞닥뜨렸던 경쟁자들을
집권 후 대거 장관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오바마가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기용하며 이를 벤치마
킹 한 걸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링컨에게서 영감을 얻으려는 이들은 비단 정치인 뿐이 아니다. 경영계에서도 링컨 열기가
일고 있단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는“링컨의 대통령직 수행 과정은 성공적인 조직을 구축
하려는 비지니스 리더들에겐 잘 갖춰진 강의실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가 링컨에게서 찾은
비지니스 덕목은 ‘경청’ 이다. 슐츠는 “그는 자신의 주변은 물론 외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다. 경청이야 말로 전쟁기 나라를 이끈 지도자 뿐 아니라 전환기의 기업 경영인
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지적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 주주, 직원, 경쟁업체 등
이해관계가 다른 맞닥뜨려야 하는 경영자들이 처한 상황도 링컨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낸시 코언 교수는 스스로를 ‘링컨 스쿨의 학생’이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주목하는 부분도 모든 자질을 갖춘 준비된 지도자가 아니라 역경 속에서 배우고, 진화했던 인간
‘링컨’이다. 그가 요약하는 링컨 스토리의 교훈은 이렇다. “리더의 역할은 기회와 계기를 만드
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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