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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의 사계-7(미국초등학교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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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미국의 미주리주에 있는 콜럼비아란 작은 시에 있는 UMC(University of Missouri, Columbia)에서 1년예정으로 연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긴 일과 겪은 일을 몇차례에 나누어 전해드리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거나 궁금한 일이 있으신 분들은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최대한 도와 드리겠습니다.

한겨레 신문 곽윤섭 KwakY@missouri.edu



조금 더 상세한 것을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우리 딸아이의 학교폴더를 좀 뒤졌습니다.

저의 경우엔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 미국의 초등학교 교과서가 매우 궁금했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생겼나? 뭘 배우나? 쉽다던데?

그런데 여기 와서도 교과서를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미국에도 교과서는 있는 모양입니다. 아니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학교에서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지고 다니질 않습니다. 수업 중에 사용한 것만 찢어서 집으로 가지고 오더군요. 처음엔 좀 놀랐습니다.

‘아니 신성한 교과서를 찢어서 아이들에게 들려보내다니’

‘미국이란 나라는 물자가 역시 풍부한 모양이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 물려주기 운동을 하곤 했었는데….’

책은 다 학교에 두고 다니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책가방이 무겁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거의 책가방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시장에서 학용품을 샀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장을 본 품목을 보면 연필, 지우개, 풀(두 가지), 노트(여러권) 폴더 3권, 크레파스, 수성매직펜, 등 꽤나 종류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교실 책상 안에 두고 다니게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막상 책가방에 들어있는 학용품은 알림장 한 권과 홈 폴더 1권이 모두입니다. 알림장은 제가 생각한 이름이며 여기선 Spiral이라고 부릅니다. Spiral을 처음에 몰라서 영어사전을 찾아보았지만 전혀 이해가 안 가더군요. 나중에 여기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까 참 기가 막히더군요. 그냥 스프링이 달린 공책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알림장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더군요. 숙제도 여기를 통해 내주고, 교사와 학부모간의 의사소통도 이 Spiral 공책을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부모가 알림장을 확인하고 확인서명을 해서 보내는 것도 비슷하군요. 그리고 홈 폴더엔 찢어진 교과서 낱장과 기타 유인물이 들어 있곤 합니다.

미국 학교에선 참으로 많은 유인물을 보내는 군요. 여러 가지 목적을 지닌 안내문이 가장 많습니다. 예를 들어 West Nile 바이러스모기가 출몰할 무렵엔 조심하란 안내서가 학교에서 왔었죠.

이 두권의 공책과 간식과 마실 물을 넣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여기 학교에선 오후에 간식을 먹을 시간을 정해두고 각자 집에서 가져온 것을 먹게 합니다. 영어로는 Snack이라는데 처음에 담임선생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가볍게 먹을 것으로 아무거나 준비해오면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Junkfood같은 것은 별로 권할 만한 것이 아니죠?” 라더군요.

그래도 잘 개념이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동네에서 같이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이웃집 흑인 아이-제니-의 가방을 보니 그냥 과자를 가지고 가더군요. 과일, 쿠키등 뭐든지 괜찮은 모양입니다.

학기가 시작될 무렵엔 날씨가 꽤나 더웠습니다. 학교에선 “물을 냉장고에 넣어서 밤새 얼렸다가 보내는 것이 좋겠다” 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끓인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얼렸다가 보내곤 했죠. 미국 애들은 가게에서 파는 음료수를 가지고 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경우에도 각자 집에서 준비한 물통에 담아서 보내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다 담아봤자 책가방은 홀쭉한 편입니다.

아침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보낼 적에도 그나마 책가방이 가벼운 것을 보는 것은 참 흐뭇하더군요.

그래서 “너 굳이 책가방을 들고 갈 필요 없는 것 아니니?” 라고 물어 보았더니

“그럼 허전할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 애들도 다들 책가방을 가지고 오던데요” 랍니다. 나중에 학교에 가서 보니 과연 책가방은 다 벽에 하나씩 걸려있더군요.



책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이용한 책은 쓴 만큼 찢어서 집으로 보내더군요. 그 과목에 해당하는 공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책에다 풀이를 하고 답을 쓰게 되어있더군요. 그러니 사용한 부분을 굳이 학교에 둘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한국에서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과서를 전혀 집으로 가져오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은 한국과는 달리 참 잘하는 일 같습니다.

숙제가 거의 매일 있습니다.

교실 칠판에 선생님이 숙제를 쓰면 아이들이 알림장에 베껴서 가지고 오는 것이죠. 저번 메일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단어 외우기 숙제는 매일 있고 1주일에 한번씩 업데이트 됩니다. 수학이나 과학숙제의 경우 책을 찢어서 가지고 옵니다. 많아봤자 한 두쪽입니다. 집에서 풀고 학교에 가져가면 선생님이 검토한 후 “Good, Excellent, Perfect…”등의 표현으로 채점한 뒤 다시 집으로 보냅니다. 그러니까 교과서안에 집에서 할 숙제의 부분이 미리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숙제에 대한 학교의 가이드라인이 학기초에 배달된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따르면

【 모든 아이들에게 매일 숙제가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3학년의 경우 숙제에 소요되는 시간은 30∼40분 정도가 적합할 것이며,(그 정도 분량의 숙제가 나갈 것이란 이야기죠)

매일 밤 자기 전에 적어도 20분은 독서하는 시간을 갖게 해라 】

라고 되어 있습니다.



내친 김에 수업시간표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은 아침 8시 45분까지 모두 강당에 모이게 됩니다. 스쿨버스를 이용하든, 부모의 차로 오든, 아니면 걸어서 오든지 간에 모두 먼저 강당에서 모여 반별로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교실로 줄을 지어 갑니다. 그러니 옛날 우리 어렸을 적에 이야깁니다만, 매일 지각하던 아이가 어느 날 큰맘 먹고 새벽같이 학교에 가서 1등으로 교실에 앉아 있기도 하던 그런 일은 생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9시에 Language 수업이 시작되면 11시 30분까지는 쉬는 시간이 없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면 손을 들어 패스를 얻은 뒤 교실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11시 30분에 카페테리아(식당입니다)에 모여 점심을 먹고 12시 20분까진 Recess(휴식시간)을 갖습니다. 빨리 먹으면 많이 놀게 되겠죠? 운동장에 나가 공놀이 등을 하며 자유시간을 갖습니다. 휴식이 끝나면 다시 줄을 서서 교사의 인솔아래 각자의 교실로 갑니다.



오후엔 요일별로 수업이 바뀝니다. 여기서도 수학을 중시하는지 매일 오후엔 꼭 수학이 들어있습니다. 다른 과목의 경우, 월요일 오후에 Art(미술 시간) 한시간,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에 체육 한시간씩, 그리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음악 한 시간씩이 들어 있습니다. 수요일엔 상담시간이 한시간 있고 목요일엔 도서관 이용시간이 한 시간 포함되어 있네요. 금요일 오후엔 이 학교의 유치원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노는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매일 오후엔 2시 35분부터 15분간 Recess시간이 있군요.

그게 끝나면 학교 마칠 때까지 과학시간입니다. 컴퓨터Lab시간도 일주일에 두시간씩 들어 있는 것을 빼먹을 뻔했군요.



두서가 없어서 주요과목만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Language 시간이 가장 많군요. 1주일에 10시간 정도

수학 ————————–1주일에 5시간 정도

과학 ————————–1주일에 5시간 정도입니다.

이 시간표중 외국 아이들은 Language 시간의 절반정도에 ESL선생님의 수업을 받게 됩니다. 하루에 한시간 꼴이라고 합니다.

주 5일 수업이므로 금요일까지 다니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쉽니다. 부모가 주 5일 근무니 당연히 그래야겠죠.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모두 수업시간이 같습니다. 시간표가 같다는 것이 아니고 수업 시작과 끝나는 시간이 같다는 이야깁니다. 그게 타당한지를 따져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우선 맞벌이가 보편적인 미국 학부모들의 근무시간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버스를 타든, 데리러 오든지 시간이 일정하면 아무래도 편하겠죠. 저학년 아이들은 좀 지겹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사회보장차원에서 탁아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글은 인터넷 한겨레의 뉴스메일 http://newsmail.hani.co.kr에서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