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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의 사계-5(시카고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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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미국의 미주리주에 있는 콜럼비아란 작은 시에 있는 UMC(University of Missouri, Columbia)에서 1년예정으로 연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긴 일과 겪은 일을 몇차례에 나누어 전해드리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거나 궁금한 일이 있으신 분들은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최대한 도와 드리겠습니다.

한겨레 신문 곽윤섭 KwakY@missouri.edu



The Field Museum을 나온 우리 가족은 Shedd 수족관과 Adler천문대를 차례로 들렀습니다.

수족관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만 돌고래쇼를 볼 수 있는 무대가 같이 있다는 것이 좀 특이해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서울의 코엑스에 있는 수족관과 과천대공원의 돌고래 쇼를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장점인 것 같군요.



규모는 좀 커 보였습니다. 천문대의 경우에도 크게 감탄할 만한 것은 없더군요. 우리나라의 시설도 그에 못지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애들이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든 전시물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제가 어릴 때 다녔던 과학관같은 곳과 진배 없었습니다.

The Field Museum과 수족관, 천문대 모두 공통된 장점이 하나 있긴 하더군요. ‘만지지마시오’란 팻말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Touch! Please’란 팻말이 많이 있더군요. 사실 아이들은 뭐든지 만지고 싶어하고 어떤 전시물은 만져 봐야 실감이 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심리를 잘 반영해서 “저건 한번 만져보고 싶은데….” 란 기분이 드는 곳엔 어김없이 ‘Touch! Please’가 붙어 있더군요. 진품을 전시한 곳에선 곤란하겠지만 같은 느낌이 나는 모조품을 진열해서라도 만져보게 합니다.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은 제한 되어있기 마련이고 박물관 같은 곳은 주로 관람객의 시각에 의지하는 곳인데 또 다른 감각인 촉각을 전해주려는 의도는 참 좋아 보였습니다.



다리가 퉁퉁부어오르는 기분이 들더군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쯤해서 행콕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시카고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어즈 타워 빌딩이 있습니다. 110층 짜리로 443m 높이라더군요. 그 건물엔 가보지못했고 대신 간 곳이 행콕전망대입니다. 100층짜리 건물로 세계에서 제 5위의 높이를 자랑하는 초고층 빌딩이며 94층에 전망대가 있더군요. 저도 한국에서 온 사람이므로 당연히 세계최고층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가지않은 이유는 딱 하나, 제가 산 City Pass엔 시어즈타워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따로 돈을 내야 하니…

” 몇 층 차이도 안나는데 뭘… 아무데나 올라가면 되지 않겠어?”



높이에 대한 느낌은 사실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사람이 젤 공포를 느끼는 높이는 11m 정도가 고작이라고 하더군요. (이건 논산훈련소에서 들었던 것 같군요)



그 이상 올라가면 현실감이 없어서 그리 무섭지 않다는 이야깁니다. 날씨가 좋지않아서 기대했던 아름다운 노을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시카고 시가지를 내려다 보는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으로 서둘러 돌아 왔습니다. 시카고는 큰 도시더군요. 밤이 되자 운전하는 것이 좀 겁이 나더군요. 미주리 콜럼비아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여기선 신호를 놓치면 금방이라도 뒤에서 빵빵거리고 사람이나 차나 대충 빨간 불에도 지나가 버리질 않나….



사실 서울에서 꽤나 단련이 되었던 운전인데도 느낌이 확 다르더군요. 콜럼비아가 왜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지 새삼 이해가 되기도 했고 갑자기 시카고에 놀러온 시골쥐가 되어 버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튿날은 과학산업박물관을 갔습니다. 미국의 중서부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박물관으로 연간 400만 명 이상이 세계각국에서 방문한다고 합니다. 1893년의 시카고 만국박람회때 마련된 건물이랍니다. 모두 75개 전시실로 나누어져 있어 여기를 다 둘러보려면 적어도 하루는 투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 또한 ‘손으로 체험하는’전시 코너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전시품은 손으로 만져도 되고 만질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놀이공원이나 과학관에서 많이 본 것도 있습니다.



독일의 실물잠수함인 U보트가 전시되어있었고 달에 갔다온 아폴로 우주선과 그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주인들이 사용한 기내식, 속옷등을 보는 것은 재미있더군요.



역시 ‘빨리 빨리’ 봐야하므로 완전히 다 본 것은 아닙니다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비교적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체험을 했습니다. 9월이 되면 딸아이도 학교가 시작되고 저도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영어를 잘 못하기는 저나 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감수성 예민한 나이의 아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다 보니 “그래 많이 놀아라 곧 고생 시작이다” 라며 부지런히 놀 것을 권유했습니다.



박물관 순례를 끝낸 우리는 시카고 다운타운을 거닐었습니다.

박물관은 문화와 삶이 압축되어 있는 곳입니다. 책으로 표현하자면 백과사전종류가 되겠죠? 영어사전이나 국어사전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아주 유익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 보고 있자면 지루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 도시를 알아보려면 발로 직접 거리를 걸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으로 표현하자면 수필이나 소설쯤 될려나….

이곳, 저곳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도시의 지저분한 면도 함께 보면서 슬슬 다리품을 파는 것이 어찌보면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일 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도심을 흐르는 큰 강이나 공원을 지나치게 된다면 그건 한편의 시가 될 법도 합니다. 도시안에 있는 공원은 특히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거든요. 시카고의 느낌은… 글쎄 페이퍼백 소설 같았다고나 할까요?





(제 글은 인터넷 한겨레의 뉴스메일 http://newsmail.hani.co.kr에서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