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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사 이용 시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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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사 이용 시 주의할 점

“미국에서 비행기는 날아다니는 버스라도 생각하면 됩니다. 땅이 워낙 넓기 때문에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죠.”

미국에 입국한 당일 택시로 집에 오는 길에 택시 기사가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는 제주도 여행이나 해외를 갈 때처럼 특별한 경우에만 탄다는 인식이 강한데 미국에서는 보편적인 대중교통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운 인근 도시를 가려고 해도 3, 4시간은 기본이고 길게는 7,8시간이라 왕복 소요 시간과 기름 값,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 등을 고려하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이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서류가방이나 백팩(Backpack) 하나만 갖고 마치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듯이 공항에 와서 비행기를 타는 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비행기는 대중 교통수단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땅이 넒은 만큼 자동차로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여담이지만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장을 보려고 고속도로에 진입해 (미국에서는 아주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 운전을 하던 중 비행기라 너무 낮게 고속도로 위를 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집 근처 존웨인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였는데 고속도로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들을 스칠 듯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였으면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고도제한을 했을 텐데 비행기들이 고속도로에 줄지어 운행하는 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이착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안전 불감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미국에서 비행기는 특별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공항이 도심에서 아주 멀리 있지 않고 도심 주변이나 심지어 도심 안쪽에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비행중인 상공에서도 와이파이(Wifi, 근거리 무선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도 있고 우리나라 기차처럼 간식이나 군것질거리를 승무원에게 요청해 쉽게 사먹을 수도 있습니다.(물이나 커피 등 기본 음료는 무료이나 다른 스낵류나 식사류는 다 유료인 것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공항에서 소지품 검사는 테러 등에 대비한 보안규정상 다소 까다로운 부분도 있지만 이런 검사를 제외하면 일단 공항 안에서는 환승이 쉽고(게이트에 내려 바로 옆 게이트를 찾아가면 바로 환승), 공항이 주택가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점 등을 꼽는다면 편리한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들도 있어 미국 비행기를 탈 때 유의해야 할게 몇 가지 있습니다.

환불에 인색한 미국 항공사

저는 여름방학에 가족 여행으로 동부 여행을 계획했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약한 비행기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가족 모두 코로나에 걸려 여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예약 대행 사이트(Expedia)에 연락해 사정 얘기를 하고 코로나 검사를 해준 곳에서 발급한 확인서까지 보냈지만 전액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규정상 가족 1명당 100불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도 일종의 마일리지로만 제공돼 해당 항공사의 비행기로 1년 안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파서 못 탄다는 이유인데도 야박하게 규정을 들이대는 항공사와 예약 대행 사이트의 상술에도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귀국을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비행기 예약 건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기가 시작돼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고 연휴도 많지 않아 이걸 사용해야 하는 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약 대행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하지 말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으며 환불 규정을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행시간 멋대로 바꾸는 항공사…연착도 잦아

미국 비행기는 또 연착이나 지연 등이 많습니다. 함께 어바인으로 연수를 온 다른 한 가족은 이번 여름에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가 JFK 공항까지 갔다 비행기를 못 타고 헛걸음을 했습니다. 비행기가 연착 정도가 아니고 다음날로 비행 일정이 연기됐다고 이메일로 통보가 왔는데 이걸 확인하지 못하고 공항에 갔다가 낭패를 본 것입니다. 미국 항공사는 일일이 개별적으로 전화를 해서 비행기 연착이나 연기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이메일로 통보하면 끝입니다. 따라서 이런 비행기 일정 변경을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여행이 고생길이 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게다가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 연휴같이 긴 휴가철에는 비행기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연착이나 비행기 연기가 다반사여서 조심해야 합니다. 또 다른 지인은 동부로 여행을 갔다 비행기가 갑자기 연착돼 공항에서 추운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오버부킹도 많아서 만에 하나 티켓이 있어도 타지 못할 상황도 생기기 때문에 여행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환승을 해서 비행기를 두 번 타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경우 두 번째 탑승 시간을 여유 있게 두는 것이 마음의 평화에 도움이 됩니다. 비행기를 아예 여러 이유로 탑승하지 못하거나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보험을 들면 항공료를 다 날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비용이 들더라도 보험에 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내 가방도 유료…가방 개수는 신중하게

모든 항공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내에 갖고 타는 기내용 가방도 30불씩 받는 항공사도 있습니다. 기내용 가방까지 돈을 받다니 너무 야박한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이 들기도 한데 이런 항공권은 매우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짐이 필요 없는 탑승객의 경우 이런 선택사항이 있는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가족 여행을 주로 하는 연수생들의 경우 항공료가 싸다고 덜컥 예약을 했다가 나중에 보니 부치는 짐과 심지어 기내용 가방까지 돈을 추가로 내야 하는 규정을 알면 당황하기도 합니다. 그제야 항공료가 싼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집에서 공항까지 우버(Uber)나 한인 택시를 타고 가야하고 아니면 공항 주차장에 장기 주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비용까지 감안하면 여행경비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경우 1인당 부치는 짐 2개가 무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른 항공사들은 부치는 짐에 30불~50불정도 비용을 내야 합니다. 이게 왕복일 경우에는 두 배의 돈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기내용 가방이 무료라면 불편하더라도 기내용 가방을 하나 사는 게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비행기로 이동해 여행을 할 경우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더 들 수 있습니다.(성수기의 경우에는 렌터카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에 이 또한 잘 살펴보고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면 해당 도시에 있는 한인마트를 찾아가서 장을 또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더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크게 장점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먼 도시를 가야 하는 경우 비행기 이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항공권 예약을 할 때는 규정을 잘 보고 티켓팅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는 게 중요합니다.

기내 반입 금지 품목 조심!

당연한 얘기인데 여행 중에는 자칫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공항에서 뒤늦게 가방 안에 있었던 것을 모르고 압수를 당하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여행 중에는 일정과 방문지 주소, 식사거리 등등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일들이 많다보니 어느 가방에 어떤 소지품이 들어있는지를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무심히 관광지에서 산 식품이나 장신구, 액체류 등을 무심코 기내용 가방에 넣었다가 속절없이 압수를 당하면 속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지인은 선물로 받은 술을 모르고 기내용 가방에 넣었다가 빼앗길 경우도 있었고 어떤 지인은 기념품 가게에서 새로 산 식료품을 압수당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기존에 본인이 가지고 있던 물품이 아니라 새로 현지에서 구입하거나 선물 받은 것들은 그 존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이 압수 목록에 있는 물품을 다시 밖으로 나가 부치는 짐에 넣을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빼앗기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공항에 가기 전에는 모든 짐들을 숙소에서 다 꺼내놓고 하나하나 다시 정리해 여행용 가방에 넣는 것이 번거롭지만 소중한 내 소지품을 압수당하지 않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