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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크 기업으로 이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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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크 기업으로 이직하는 이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워싱턴주 커클랜드시이다. 시애틀시 근처에 있는 소도시 정도 된다. 커클랜드라는 지명이 많이들 익숙할텐데, 코스트코의 본사가 과거 커클랜드에 있었고, 그때 코스트코가 PB 상품 브랜드를 커클랜드 지명을 쓰면서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 됐다. (지금 코스트코 본사는 옆동네인 이사콰로 옮겼다.)

워싱턴주 east side의 테크 기업 삼각지대. 아마존(시애틀)-MS(레드먼드)-구글(커클랜드)

커클랜드에는 구글이 있고, 레드몬드에는 MS 본사가 있고, 벨뷰에는 아마존이 있다. 시애틀 시에도 구글, 아마존 등의 사무실이 곳곳에 있다. 거대한 테크 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다보니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들도 대부분 테크 기업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만나본 한국인들의 10명 중 9명은 테크 기업 관련된 사람들이다보니 이들이 왜 미국 기업이 취직했고 이민까지 오게 됐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커클랜드시에 있는 구글 빌딩

– 미국 대학교로 유학 -> 미국 기업에 취직
– 한국 테크 기업 근무하다가 주재원 발령 -> 미국 회사로 이직
– 한국 테크 기업 근무 하다가 미국 회사로 스카웃
– 한국 회사 근무하다가 이 회사가 미국 회사로 합병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경우를 제외하고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이민 오게된 사람들의 케이스를 나눠보면 대체로 위의 4가지 유형이었다. 20대일수록 미국으로 유학 와서 미국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궁금한 유형은 이미 한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30대~40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오는 케이스였다. 사실 한국에서도 대기업 다니고 거주할 집도 있는데 가족들도 모두 한국에 있는데 영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미국 기업으로 이직과 이민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미국 테크 기업으로 이직하게 했을까.

여러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자녀교육이었다. 한국의 사교육 쳇바퀴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미국 테크 기업들이 주는 연봉과 스톡옵션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너머에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중 눈에 확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MS와 프로젝트 회의를 했다. 상대는 백발의 미국인이었다. 나이든 분이었으니 직급이 높은 사람이려니 생각했는데 조금 뒤에 직급이 높은 사람이 들어오더라. 알고보니 이 백발의 할아버지는 엔지니어였다. 그 나이에도 엔지니어로 일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한국의 대기업에선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도 엔지니어로 나이 들어서도 현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게 미국 회사로 이민 오게 된 결정적 이유다.”

미국 기업에서도 성과와 경쟁이 물론 치열하다. 현지에선 아마존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회사 안에서 맛있는 식사를 무료로 주고, 멋진 휴식공간 등을 제공하는 이유로 “집에 가지 말고 일하라”는 뜻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 엔지니어들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치열하게 움직이는 건 어디든 같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엔지니어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우해주는 분위기로 요약된다. 일 자체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에선 기술이 기술 자체로 대우받기 힘들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승진에 매달려야 하는 분위기가 강한 게 현실이다.

최근 시애틀에는 페이스북, 그러니까 메타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로 이직해오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름까지 바꾸고 새로운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메타는 미국의 타주에서도 사람을 데려오고, 다른 거대 테크 기업에서도 많은 스톡옵션을 주면서 사람을 모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뛰면 과연 전세계 테크 인재들이 달려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