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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엿보기 (7) ‘NBA와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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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NBA와 MLB





미국을 아는 데는 스포츠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생활은 좀 무미건조한 면이 많은데 스포츠를 통해 여가를 보내고 상당부분 스트레스도 푸는 것같다. 또 NBA(농구)나 MLB(야구) NHL(아이스하키) 등 거의 모든 종목에서 미국챔피언이 세계챔피언으로 통할 만큼 수준도 높아서 그런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다.



NBA는 현재 플레이오프가 한창이지만 내가 사는 곳의 덴버 너게츠는 서부컨퍼런스의 꼴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올해 역시 일찌감치 꼴찌가 확정된 때문인지 너게츠는 시즌 중반 이후에 표를 싸게 팔았다. 나는 식구들과 함께 패밀리 티켓을 구해 세 번 게임을 봤다.이 티켓은 입장권 4장에 4명분의 퍼스널 피자와 음료수,10달러 어치 기름표를 끼워서 59달러에 판다.



꼴찌팀인데도 이곳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해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주차하기가 만만치 않다. 주차요금은 역시 경기장(펩시 센터)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 바로 앞 주차장은 10달러고 내가 이용하는 콜로라도대학 덴버캠퍼스 쪽은 5달러다.





경기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관중들에 대한 서비스였다. 경기중 작전타임이나 쿼터와 쿼터 사이 빈 시간에 여러가지 볼거리를 넣어 관중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점이었다. 치어리더 춤과 마스코트인 록키의 3점슛과 응원 등은 기본이고 관중 4-5명을 불러내 경기장에서 맨윗층 관중석까지 왕복달리기를 시키거나 3점슛 을 던지게 하는 경연, 심지어 마술사가 나와 마술을 보여주는 등 엔터테인먼트가 다채로웠다. 또 경기중 5-6번에 걸쳐 치어리더들이 관중석을 향해 티셔츠를 던져주는데 어른, 아이 가릴 것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로 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아우성을 친다. 이렇게 진행을 시키니 어른이나 아이나 경기는 지든 말든 다 재미있어 한다. 이렇게 하니 경기를 맨날 져도 사람들이 다시 농구장을 찾아보게끔 만든다. 관중들의 매너도 좋아 한참 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형편없는 플레이를 했어도 야유를 보내거나 페트병을 던지는 등의 볼썽 사나운 일은 없었다.



메이저리그(야구)의 경기장 운영도 눈여겨볼 만했다. 덴버팀은 고도가 높아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쿠어스 필드를 본거지로 하는 콜로라도 로키츠다.(나는 김병현이 투수로 나오는 줄 잘못 알고 37달러나 들여 원정팀인 다이아몬드 백스 벤치가 있는 3루쪽 내야석을 두장 샀는데 정작 등판투수는 랜디 존슨이어서 좀 김이 샜었다).



외야석 스코어보드 쪽 전광판에는 경기중 투수가 던진 공의 구질과 구속 등이 표기돼 관중들의 궁금증을 풀어 줬다. 또 홈팀이 상승세를 탈 때나 득점 기회를 잡았을 때는 전광판에 ‘3루쪽 관중 고함지르기’ 등의 문자를 새겨 관중들의 응원과 호응을 유발시킨다. 티셔츠 던져주기 외에 공수교대 시간을 빌어 관중들 서너명을 불러내 30초안에 외야에서 2루까지 달리기를 시키는 등 관중들이 참여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관중들도 맥주를 계속 들이키는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원정팀을 응원해도 야유는 커녕 눈치를 주는 일조차 없었다. 그냥 남이 뭘 하거나 내가 경기를 즐기면 된다는 식이다. 사람들은 파울볼이 날아 오면 기를 쓰고 잡으려 하고 남이 잡으면 박수를 쳐주고 하는 등 참 적극적으로 경기와 경기밖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아이스하키도 덴버 사람들에겐 셋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인기종목이다. 입장요금이 1백달러까지 가는 자리도 있을 정도다. 특히 이곳 팀인 아발란치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이번 시즌에 서부컨퍼런스의 디비전에서 우승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인기종목인 이들 팀들이 대부분 적자다. 덴버만 해도 너게츠같은 꼴찌팀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아발란치도 적자라고 한다. 특히 아이스하키는 댈라스 애너하임 등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실력있는 팀들의 대부분이 모두 적자를 면치못해 이미 시즌중에 시장에 대거 매물로 나왔을 정도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결국 입장료와 중계료등 수입이 1년에만 수백만달러를 넘는 선수들의 몸값에 못미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구단주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팀을 계속 끌고 간다고 한다. 한국처럼 대기업들이 팀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어서 홍보나 마케팅 효과도 없을 텐데 말이다. 미국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보면 팀을 판다고 했다가 자칫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인수하기라도 하게 되면 지역주민들의 ‘난리’가 날 것을 우려해 그런 것인지, 구단주들 자신이 팬이어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명감 차원에서 그러는 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스포츠팀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꼴찌팀에도 야유 대신 박수를 보낼 정도로 팀을 아낀다는 사실이다. 팀이 있어야 자기도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또 이들에겐 생활의 재미다..



<한국경제신문 문희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