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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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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 중에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추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은 드넓은 국토만큼이나 아름다운 곳도 많아서 여행을 하기에 정말 안성맞춤입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여행에 도움 될 만한 것을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1. 철저한 준비가 성공적인 여행을 결정한다

한국에서 미국 여행을 떠올리면 낭만적인 생각이 들겠습니다만, 연수자들이 실제 미국에서 여행을 해보면 여행은 하나의 작은 도전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미국 전역을 누비는 여행은 여행사를 통해서 편하게 가는 깃발여행과는 전혀 다릅니다. 돌아볼 여행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에서부터, 숙소 예약, 식사 해결 등 여행의 모든 일들을 직접 처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여행을 하는 것이고, 가는 여행지마다 평생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낯설기 그지 않으며, 빠듯한 예산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어서 풍족히 외식하지 못하는 상황 등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여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가 충분치 않으면 즐거운 여행이 고행(苦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행하는 중에 차량이라도 고장이 나버리면 여행이 지체되는 것은 물론 차량견인과 수리비로 상당한 돈이 들기에 더욱더 탄탄한 준비가 요구됩니다.

특히 미국 여행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철저하게 준비할수록 여행은 즐겁고 안락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2. 여행 준비는 여행일정 확정부터

미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망설여지게 되는데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어디를 관광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입니다. 어느 여행지를 볼지, 여행지를 정했다면 그곳의 어디를 둘러볼지가 정해져야 호텔 예약 등 다음 단계 준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 일정이 제대로 짜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떠나면 여행지에 가서 많이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가족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하루의 여행일정을 어떻게 짜느냐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아침 7시 전후에 기상해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조식을 먹은 다음 오전 8~9시 정도에 체크아웃하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음 여행지가 얼마나 먼가에 따라 다르지만 차로 4, 5시간 정도라면 보통 점심때쯤 도착해서 오후에 3, 4시간 정도 여행지를 돌아보고 오후 6시 정도에 호텔로 이동해 체크인하고 저녁을 먹고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의 하루 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미리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 오후에 새로운 여행지를 돌아보는 일정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디를 돌아볼지를 정하는 것은 물론 돌아볼 관광지의 구체적인 주소까지 확보해둬야 합니다. 모든 것이 초행길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주소가 없으면 목적지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행선지는 거의 모든 경우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야 하는데 내비게이션에서 명칭으로 검색을 하면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어서 정확한 주소가 있으면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지 미국인들에게 길을 물으면 설명을 해주긴 합니다만 우리가 현지 도시 지리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글을 통해 여행지 주소를 확보했다고 할지라도 그 주소가 내비게이션에서 실제 검색되는지도 미리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구글에서 주소를 찾아뒀는데 막상 여행지에서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할 때는 해당하는 주소가 없어 별 도움이 안 된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따라서 준비단계에서 구체적인 여행 일정을 해당 주소와 함께 확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작업인 듯 합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하나의 도시를 몇 시간 안에 돌아봐야 하는 매우 한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은 많은 관광 후보지들 가운데 갈 곳을 골라낼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 파악해 둬야 하는 주소는 묵을 호텔과 돌아볼 여행지들, 또는 주차비가 저렴한 주차장 등에 대한 것이 필수입니다.

보통 1~2주 정도의 여행이라고 할 때 어느 도시를 돌아보고, 구체적으로 그 도시의 어디를 관광할지 등의 구체적인 여행 일정은 늦어도 여행 일주일 전까지는 확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 일정은 일별로, 일별은 구체적인 동선까지 확정하고 점심과 저녁식사를 무엇으로 할 건지까지 세밀하게 짜야 합니다. 여행지와 여행지 사이를 차로 이동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는 구글 사이트의 지도에서 길찾기를 활용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3. 호텔 예약하기

여행 일정이 확정되면 호텔을 예약해야 합니다. 1~2주일 정도의 긴 여행의 경우 초반 며칠만 예약해 놓고, 여행을 다니면서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절하면서 묵을 호텔을 예약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만, 제 경험으로 보면 바삐 돌아가는 여행일정 등을 고려해보면 숙소를 미리 예약해 놓고 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호텔은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좋은 데요, 일반적으로 연수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가 ‘프라이스라인’(www.priceline.com)입니다. 호텔닷컴 등 다른 사이트도 있습니다만, 프라이스라인이 가격 대비 가장 괜찮은 곳입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묵을 지역과 날짜를 입력하면 수없이 많은 호텔이 검색되는데, 일반적으로 연수자들이 가장 많이 묵는 수준은 별(★) 2~3개 정도입니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당연히 별 숫자를 늘려서 검색하면 됩니다.

별 2~3개급은 가격으로 1박에 70~120달러 정도입니다. 호텔 위치는 고속도로 Exit이나 공항 근처여서 도시의 다운타운이나 다음 도시로 바로 이동하기에 적합합니다. 제가 많이 묵었던 것을 예로 들면 베스트웨스턴(Bestwestern),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Hollyday Inn Express), 코트야드 메리어트(Courtyard Marriott), 하얏트 플레이스(Hyatt Place) 등인데요, 베스트웨스턴이 중간 수준이고, 메리어트나 하얏트가 조금 더 좋습니다. 제 경험으로 별 2~3개 호텔 가운데는 Courtyard Marriott, Hyatt Place 두 호텔이 시설이나 무료 아침의 품질이 가장 뛰어나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 이 두 곳은 베스트웨스턴에 비해 가격이 20~30달러가량 이상 비쌉니다만, 여행에서 가족의 편안한 잠자리가 중요한 점을 고려하면 돈 몇 만원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라이스라인에서 호텔을 예약할 때는 주차비가 무료인지, 다음날 아침을 무료로 제공하는지를 잘 체크해야 합니다. 보통 별 2~3개급 호텔은 대부분 주차비가 무료이고 아침도 무료로 주지만, 다운타운에 있는 비싼 호텔일수록 주차비를 몇 십 달러(per night)씩 추가로 내야하고, 무료 아침을 주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미국을 여행한 한국인 사이에 프라이스라인에서 호텔 비딩(bidding)을 해서 싸게 묵었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돌고 있습니다. 비딩은 입찰을 하듯이 예약자가 가격을 제시해서 공급자가 내놓은 가격과 맞으면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입니다. 잘 됐을 경우 수십 달러 싸게 얻을 수 있다는 게 비딩의 장점입니다.

그런데 저는 비딩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쪽입니다. 결국 싼 게 비지떡이란 게 제 결론입니다. 혹시 운 좋게 싼 값에 괜찮은 방을 얻을 수도 있지만 싼 값에 아주 안 좋을 방이 걸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하루 여행을 바쁘게 마치고 저녁에 호텔로 갔는데, 낡고 냄새나는 방에 묵어야 한다면 여행이 즐거울 리 없겠지요. 싼 것은 싼 만큼 리스크가 올라간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한국 여행자들이 호텔 비딩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부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과장돼 전파된 결과가 아닌가라고 추정합니다.

4. 먹을거리 준비

여행에서는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적절히 준비하면 여행이 더 알차고 재미있는 반면 대충 사먹자고 하면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경비도 많이 들고 입맛도 떨어지는 이중고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한국인을 가정할 때 서양 음식을 하루 이틀 정도면 계속 먹을 수 있지만 열흘 정도, 약 30 끼니를 계속해서 먹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크 푸드가 섞인 미국 음식을 계속 먹는 것은 건강에도 매우 해롭습니다.

그래서 호텔에서 적절히 해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가장 쉽게는 라면을 비롯해 김치나 참치, 된장 등으로 찌개를 끓여 밥과 함께 먹을 수 있습니다. 구운 김이나 볶음류 등의 밑반찬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저녁에 호텔에서 한식을 만들어 먹으면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고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여행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먹을거리 준비는 전체 여행일정을 보면서 직접 만들어서 먹을 끼니와 사먹을 끼니를 정확히 구분해 식사재료를 미리 사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행 출발 3, 4일 전까지 한인마트나 미국 마트에서 시장을 보면 됩니다.

이 때 여행지에서 마실 물도 꼭 사야 합니다. 저는 월마트에서 300ml짜리 24병이 든 팩(2.5달러 정도 함)을 두 박스 정도 미리 사곤 했는데, 작은 병을 가지고 가면 관광 중에 물병을 휴대하기가 편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식사 준비물로는 전기밥솥과 휴대용 가스렌지, 부탄가스, 냄비, 그릇, 수저, 세재 등이 필요합니다. 구운 김이나 참치캔은 밥만 있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충분히 준비해 가면 도움이 됩니다. 호텔 방에 작은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맥주나 음료수를 챙겨 가면 넣어두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다음날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아이스박스에 담아가면 됩니다. 준비물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캠핑을 간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조금씩 준비해 가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차량 정비

여행 중에 차량이 고장 나면 상당한 비용 지출은 물론 여행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는 만큼 여행 전에 카센터를 찾아서 기본적인 사항을 꼭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타이어 상태를 체크해서 교체시기가 됐다면 타이어를 갈아야 합니다. 타이어는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합니다. 타이어 공기압 체크도 하고, 엔진오일 상태도 봐서 갈 때가 임박했다면 갈고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량 정비를 잘 하더라도 고장이 날 수도 있고, 오지에서 기름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서 AAA에 회원가입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150~200달러 정도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 견인서비스와 무료 급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든든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은 AAA 사이트에 들어가서 미국 은행에서 지급되는 데빗카드(한국의 체크카드)나 한국 신용카드번호 입력하면 얼마 뒤 회원카드가 집으로 날아옵니다.

6. 기타

신분증 준비는 미국 국내 여행이라면 운전면허증이나 한국 여권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캐나다 등 미국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면 미국 비자가 붙어 있는 한국 여권과 DS-2019를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DS-2019에는 해외여행을 허가한다는 학교 당국(비지팅 스칼라 온 대학교) 관계자의 사인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7~8월 미국 입국 직후 입국 신고할 때 캐나다 여행 간다고 하면서 사인 요청해서 받아 놓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만약 그 때 받지 않는다면 여행 출발 전이라도 학교 가서 꼭 받아야 합니다.

플로리다 등 남쪽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해변을 갈 일이 생기기 때문에 수영복이나 아이들이 모래 놀이하는 도구 등을 챙겨 가면 좋습니다. 해변에서도 쓰이지만 도시 등에서 관광을 할 때도 햇볕 아래서 온종일 걷는 경우가 많아 썬크림이 많이 필요합니다.

여행 중에 휴대전화는 쓸 일이 별로 없지만 비상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충전하는 도구를 잘 챙기는 게 좋습니다. 건전지 삽입식이 아닌 충전식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충전도구를 챙겨야 합니다. 여행에서 남는 가장 중요한 재산이 사진이니까요.

여행 중 감기나 배탈 등에 대비해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약과, 모기 등 벌레습격에 대비해 물파스나 연고 등을 챙겨 가면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미국은 숲과 나무, 습지의 천국이라서 여름철에 한국보다 크고 강력한 모기가 들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