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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사를 가다(4) – 미국 기자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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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AL 방문 둘째날부터 넷째날까지는 취재현장으로 나가는 News Reporter(방송기자)들과 함께 동행하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그 첫번째 News Reporter는 바로 이 기자다.


이름은 ‘댄 보웬'(Dan Bowens), 올해 우리 나이로 32살의 미혼인 젊은 기자다.
조그마한 로컬 방송사 2곳에서 기자 경력을 쌓은 뒤, 4년 전 세번째 방송사인 WRAL로 옮겨온 댄은 방송기자 경력이 벌써 8년째라고 한다.

대부분의 다른 뉴스 리포터들도 마찬가지지만, 여기에서 좀더 경력을 쌓은 뒤 CBS,NBC 같은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로 들어가는게 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자들처럼 거창한 이유는 없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방송기자가 됐단다. 함께 이야기해보니 아주 유쾌하고 적극적인 친구다. 10년 전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할까!^^
위 사진은 우리로 치면 데스크로부터 이른바 ‘총'(취재제작 지시)을 맞고 열심히 전화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노스캐롤라이나 주도인 랠리시의회 예산과 관련해 취재를 할 계획이었는데, 하루 전 나무가 집안으로 무너지면서 여성 1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제작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숨진 여성과 관련해 사고 하루 전, 나무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경고가 있었다는 한 제보자의 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나 사람의 감정은 비슷하나보다. 자신의 당초 일정과 상관없는 ‘총’을 맞자 씩씩거리는 모습이 우리나라 방송 기자들과 똑같았다.

제보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만날 약속을 한 뒤, 배정받은 ‘톰’이라는 ‘Photographer'(여기서는 카메라 기자를 이렇게 부른다)와 함께 사고 장소로 이동했다. 차량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도요타 캠리. 우리나라 방송차량이 대부분 소나타급 승용차인 점과 비교하면 비슷한 셈이다.

아래 사진은 사고 현장이다. 사진 오른쪽으로 집안으로 무너진 나무가 보인다. 숨진 여성은 새벽에 잠을 자다 나무에 깔려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제보자라는 사람이 현장에 와서는 막상 인터뷰를 하지않겠다는 것 아닌가. 20여분을 설득했지만, 결국 인터뷰를 못하고 그냥 회사로 돌아왔다.

역시나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그 제보자에 대해 댄과 카메라 기자 모두 욕을 해댔다. “또라이 같은 놈이 인터뷰도 안하면서 왜 전화를 해. 시간만 허비했네” 정도였다고 할까.

회사로 돌아와서 찍은 사진이다. 아이템은 취소됐지만, 두사람 표정은 밝다.

회사에 돌아와 담당 뉴스 PD와 간부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곧바로 당초 일정대로 취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다시 시의회로 함께 나갔다. 오후 1시에 시작된 시의회 예산 관련 시민설명회 모습이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당초 3시쯤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해서 뉴스 리포트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설명회가 오후 5시 가까이 늘어지게 된 것이다.

댄이 회사에 보고를 하자, 곧바로 오후 5시 뉴스에 관련 소식을 라이브(생방송)으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댄의 설명으로는 가급적 오후 뉴스에는 생방송을 많이 한다고 한다.

10여분뒤 곧바로 중계차량이 시의회 건물 앞에 왔다.
뉴욕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보니 출퇴근 시간 말고는 심한 교통체증은 없는 편이다.

로컬 방송사인데도 이런 중계차량이 7대나 된다고 한다. 또 그 가운데 2대는 위성중계 차량이라고 한다.

생방송 준비과정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몇가지 점이 한국과 크게 달랐다.
아래 사진은 중계차량에 앉아서 열심히 기사를 쓰고있는 ‘댄’의 모습이다.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말한 한가지는 바로 이것이다.

카메라 기자가 노트북을 이용해 즉석에서 촬영한 테잎을 이용해 뉴스용 화면을 편집한 뒤, 회사에 전송하는 것이다. SBS의 경우 2004년에 국내 방송가 가운데서는 최초로 테잎을 이용한 아날로그 편집시스템에서
디지털 편집시스템으로 바뀌었다.

WRAL의 경우 2006년에 디지털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카메라 기자들이 현장에서 뉴스 화면을 편집해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전송했다.

한국은 촬영한 화면을 중계차량으로 전송하면 회사안에 있는 편집요원이 이를 받아서 뉴스용 화면을 편집한다. 업무 절차를 대폭 줄인 것이다.

물론 댄 역시 무선 인터넷으로 기사를 전송했다.

다음으로 생방송이다.

미국 뉴스를 보면, 방송 기자들이 ‘프롬프터(카메라에 글이 올라오는 장치)’도 없이 작성한 기사를 보지않고 화면을 보며 달달달달 말하는게 늘 신기했었다.

여기 기자들은 과연 그 기사들을 다 외울까, 늘 궁금했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게됐다.

댄의 경우는 바로 이것을 이용했다.

블랙베리였다!
데스크의 검열이 끝난 기사를 자신의 블랙베리 휴대전화 이메일로 전송한 뒤, 중계방송 중간중간에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읽는 것이었다.

댄의 말로는 급작스런 상황에서는 원고없이 생방송을 하지만, 미국 기자들도 시간이 있으면 종이로 기사를 인쇄하거나, 휴대전화 등 개인적 방법을 활용해 기사를 중간중간에 보면서 생방송을 한다고 한다.

아무튼 옆에서 댄을 지켜보니, 아주 생방송을 잘했다.

한국과 또다른 점을 찾자면 카메라기자의 업무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위에서 화면편집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중계방송 조명도 혼자서 도맡아 했다. 물론 로컬 방송사이기 때문에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측면으로 보인다.

또하나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 말의 경우 너무 빨리 말하면 경박해 보이기 때문에 생방송을 하더라도 가급적 또박또박 점잖게 하는 반면, 미국 기자들의 경우 생방송에서도 아주 빨리 말을 한다는 것이다.

5시와 6시 뉴스 생방을 마친 뒤, 회사로 복귀했다.
(여기서는 오후 6시 뉴스가 메인 로컬뉴스이고, 곧바로 6시 30분에 전국 네트워크 뉴스가 시작된다.)

댄의 퇴근 시간은 오후 6시에서 6시반 사이.

한국 기자들이 아침일찍 나와 하루 12-14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에 비하면, 긴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오전 9시쯤 나와서 계약대로 8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한다. 점심시간 1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봉 역시 일주일 몇시간씩 일하는 조건으로, 시간 단위로 회사와 계약을 한다고 한다.

댄에게 한국 기자들의 근무시간을 말해줬더니, 자신은 도저히 그렇게 일할 수 없다며, ‘끔찍하다’고 말한다!!

연봉 이야기가 나와서 더 물어봤더니, 규모가 제법 있는 로컬 방송사 기자들의 경우 대략 4만불에서 7만불 사이라고 한다. 앵커들은 10만불에서 20만불 정도, 뉴스 PD들의 경우 방송기자들보다 조금 적다고 한다.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로 갈 경우에는 최소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 이상으로 연봉이 치솟게 된다.

댄과 술이야기도 했다. 미국 방송기자들 사이에 특별한 문화는 없냐고 물었더니, 역시 술 이야기를 꺼냈다. 큰 사건, 사고 취재가 끝나면 함께 모여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얼마나 마시냐고 물었더니 “Bottles of beer!” 라고 한다.

헤…. 겨우! 그래서 한국의 폭탄주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해줬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면서 ‘Crazy!’라고 한다. 그래도 폭탄주를 마셔보고 싶다고 해서 다음에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약속을 했다.

폭탄주란 게 뭔지 보여주고, 혼 좀 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