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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사를 가다(1) –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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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동안 미국 방송사를 방문했습니다.
두 달 전부터 지도교수를 졸라서(^^) 얻어낸 방송사 견학이었는데, 나름대로 보고 배운게 많았습니다.

방송사 견학기를 몇편으로 나눠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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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아침 7시, 설레는 마음으로 아파트를 나섰다.
두달 전쯤 지도교수에게 미국 방송사를 가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지도교수가 며칠동안 ‘끙끙’ 애를 쓴 끝에 일주일동안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견학하게될 방송사는 ‘WRAL’
연수를 하고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 ‘로컬 방송사’ 가운데 가장 규모도 크고, 시청률과 점유율도 높은 방송사다. 미국 CBS 방송사와 FOX TV에 로컬 뉴스를 동시에 공급해주고 있다.

CBS의 경우 새벽 5시-오전 8시, 낮 12시-12시 30분, 오후 5시-6시30분. 밤 11시-11시 30분에 로컬 뉴스를 제공한다. 모두 합해 5시간 30분.

여기에 FOX TV에도 시간 간격을 두고 로컬 뉴스를 2시간 동안 공급한다.
두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들을 합해서 하루에 뉴스를 7시간 30분이나 공급해주는 방송사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노스캐롤이나주의 땅 면적은 미국 전체 주 가운데 28번째, 하지만 대한민국보다 더 크다. 정확히는 1.4배라고 한다. WRAL이 취재하는 영역은 노스캘롤라이나 주도인 ‘랄리(Raleigh)’를 중심으로 주 면적의 절반 정도. 로컬 방송사라고 하지만 한국의 지역 방송사들과 비교하면 취재영역이 훨씬 광범위하다.

방송사에 도착했더니, 우리로 치면 취재부장(Managing Editor)이 로비까지 나와서 반갑게 맞아줬다. 이어 아래 직원의 소개로 30여분동안 방송사 내부를 두루두루 둘러봤다.

로컬 방송사인 만큼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보도국을 여기서는 ‘News Room’이라고 하는데, 전체 뉴스룸 직원이 120명 정도, 이 가운데 방송기자인 ‘News Reporter’는 20명이다.(**SBS와 KBS,MBC 등은 각사 방송기자수만 3백명이 넘는다)

나머지 120명 가운데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뉴스 PD(News Producer)’가 15명 정도. 카메라 기자(여기서는 그냥 ‘Photographer’라고 부른다)가 15명 정도다. 나머지 인력은 편집,방송기술,그래픽 등 스탭과 보조인력들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겠지만, 이곳 시설과 인력 정도라면 뉴욕과 LA,시카고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미국 전역 로컬 방송사들 가운데 규모가 꽤 큰 편이라고 한다.


뉴스를 진행하는 뉴스 스튜디오는 뉴스룸 한쪽 구석에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설치돼있다.



미국 뉴스를 보면서 늘 궁금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스튜디오에 출연하는 앵커와 기자들의 얼굴, 그리고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한국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늘 그들의 조명 시설이 궁금했고, 기회다 싶어서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봤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내 눈에는 그다지 큰 차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조명의 위치가 앵커 바로 머리 위로 느껴질 만큼 낮고 가깝다는게 눈에 띄었다.


아래 사진은 뉴스를 진행하는 뉴스센터다. 뉴스 진행 프로듀서와 엔지니어,자막,오디오 담당 등 5명 정도가 참여해 진행했다. 방식은 우리와 비슷지만, 차이가 있다면 어찌나 조용했던지… 우리의 경우 뉴스 프로듀서가 ‘START! CHANGE!’ 등의 방송용어들을 말해가며, 때로는 소리쳐가며 뉴스를 진행하는 반면, 여기서는 엔지니어가 모니터로 ‘큐시트(뉴스진행표)’를 봐가면서 알아서 뉴스를 진행했다. 10여분 동안 지켜봤는데 아무런 말이 안들릴 정도였다.

또 한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이 방송사 스튜디오에서는 카메라 장비를 사람이 다루지않고 유선으로 원격조정한다는 것이다. 전에 어디선가 관련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 뉴스에서 또하나 중요한 차이점은 기상 캐스터다. 여기서는 날씨 보도의 비중이 아주 중요하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시청률이 두배이상 올라갈 정도라고 한다. 예로 30분 동안 진행되는 뉴스의 경우, 기상캐스터가 평균 세차례 정도 출연해서 날씨 소식을 전한다.

우리 시각에서는 저럴 필요까지 있나 싶지만, 여기에서는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로컬 방송사인데도 기상캐스터만 5명이고, 이들을 총괄하는 팀장까지 별도로 있을 정도다. 기상센터(Weather Center)는 뉴스 스튜디오 바로 옆에 있는데, 크기도 우리보다 훨씬 컸다.



한국의 기상 캐스터들은 대부분 젊은 미모의 여성들인 반면, 미국 방송사들의 경우 남성 캐스터들도 많이 눈에 띈다는 점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