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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딜러샵에서 중고차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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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동차 없이 무려 2주일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센프란시스코 다운타 운에서 제가 사는 월넛크릭(Walnut Creek)이라는 도시까지는 `bart`라는 전철이 있어 혼자는 생활할 만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족이지요. 차가 없으니 은행보는 일부터 시장보는 일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결국은 가까운 이웃에 사는 한국인에게 신세를 져야 하니까요.

8월 4일 미국에 도착하기에 앞서 각종 연수기와 기 연수자들의 조언은 미국에서 여행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혼다 오딧세이나 도요타 시에나 같은 미니밴 또는 SUV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주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현지에 도착했을때는 미니밴을 구입해 멋지게 여행을 해야겠다고 꿈꾸었지요.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신용경색’(Credit Crunch)과 고유가는 연수자들의 연수생활 패턴도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인플레로 식료품을 비롯한 모든 제품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불과 2달러내외이던 기름값이 4달러 후반까지 치달으면서 미국내 중고차 자동차 시장에서 미니밴과 suv차량은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기름먹는 하마여서 미국 소비자들이 구입을 하지 않는 것이죠. 대신 도요타 캠리나 혼다 오코드(2400cc) 그리고 1800cc급의 도요타 코롤라나 혼다의 시빅은 연비가 좋게 때문에 공급보다 수요가 넘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1년후 resale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중고차를 구입하는데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미니밴은 기름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고려대상에서 1순위로 제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resale value가 높은 도요타 캠리급이나 혼다의 시빅급 자동차로 구입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미국내 아는 지인을 통해 한국인 딜러를 찾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지역에서 수십년간 자동차 딜러업체를 운영한다는 한국인 사장님은 현상태에서는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를 구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하면서 차량 구입을 추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1만 5천달러 내외에서 차량 구입을 요청했죠. 그러나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 전화를 했습니다. 사장님 왈 “그 가격에 맞는 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보다 비싼 차는 한두대 있는데 제가 제시한 가격에 맞는 차는 없다는 겁니다.

결국, 안되겠다 싶어 미국 딜러샵을 직접 수소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이틀동안 5군데의 미국 딜러샵을 돌았습니다. 넉넉지 않은 영어여서 불편했지만, 실전 연수를 경험한다는 자위를 하며 무모하게(?) 달려들었습니다.(사실, 주변사람들은 한국 딜러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며 말렸습니다) 두세군데 미국 딜러샵은 차량 가격과 상태를 알아보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던 중 4번째 방문한 딜러샾에서 본격적인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월넛크릭시에 있는 한 딜러와 자동차 구입협상을 했죠. 미국인 딜러와 차량 점검주행도 같이하면서 2시간여를 협상했습니다. 요즘 중고차시장에서 빅히트작이라는 ‘도요타 코롤라‘. 2007년산 20.000마일정도였는데 16,900달러를 요구했습니다. 딜러와의 협상과정에서 3,700달러를 깍았습니다. 미국인 딜러는 현장에서 곧바로 계약 한다면 이만큼 할인해준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깍다보니 자꾸 의심이들어 오히려 더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집에 가서 상의를 해본 뒤 2시간안에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협상을 종료했습니다.

*미국 딜러와의 협상은 ‘산넘어 산,방심 금물’

다음날 다른 딜러샵을 찾아갔습니다. 혼다 어코드로 제가 생각하는 가격대의 차량이 있었습니다. 55,000마일에 세일가격은 15,000천달러였죠. 저는 12,000불에 협상을 마무리짓기로 내심 작정을 했습니다. 딜러와 교섭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미국 딜러샵에서 처음 제품을 설명해주는 첫 번째 딜러는 나중에 알게되겠지만 대개 ‘삐끼’라 생각하면 됩니다. 손님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첫 번째 딜러와의 협상에서 옥신각신 끝에 차량 가격을 13.000달러(세금포함, 미국 캘리포니아주-차량가격의 8.25%,라이슨스 피-3.5%를 내야함)로 조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딜러가 자기 매니저한테 가서 얘기하고 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성공했다며 내심 자만감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딜러의 매니저가 (상담실로)들어왔습니다. 내심 계약을 쉽게 마무리짓는다고 생각했는데 매니저 딜러는 차량 가격을 15,500달러로 내놓으며 저의 허를 찔렀습니다. 깜짝 놀랐죠. 그래서 제가 강력히 항의했죠. 첫 번째 딜러가 제시한 가격이 있는데 이게 무슨일인가?하고 얼굴을 붉히며 따졌습니다. 말을 좀 험악하게했더니 이 친구 얼굴이 변하더라구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우리는 버짓(budget)이 한계가 있다“며 13.000불을 설득했습니다. 또다시 옥신각신. 어쩔 수 없이 13,500불에 (잠정)타협을 봤습니다. 속으로는 이 가격도 괜찮다면서요.

그러나 카운터에서 다시 돌아온 이 매니저 딜러는 14,700불의 가격영수증을 제시했습니다. 겨우 네고를 마무리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경악‘이었죠. 남은 것은 마지막 시도. 14.000불을 제시했습니다. 매니저 딜러는 자기들이 구입한 차량 가격을 제시하며 도저히 안된다고 계속 버텼습니다. 결국 협상을 중단하고 떠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발품을 팔아도 혼다 어코드나 도요타 캠리는 가격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흥정을 그만두는 것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14,400불로 낙찰지었습니다. 2시간동안의 터프한 흥정이었죠. 하지만 의심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딜러가 카운터에 갔다오기만 하면 가격이 변했으니까요. 끝까지 안심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가격서를 보고서야 협상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미국 딜러와의 협상에서 유의점.

이 글에서 밝힌대로 미국 딜러샵은 체계가 있습니다. 매장을 찾으면 처음 손님을 맞는 ‘딜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일종의 ’삐끼‘에 불과합니다. 손님들과 협상을 하면서 상당히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큰 폭의 가격조정도 가능한 것처럼요. 그러나 사실, 이친구는 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이 없습니다. 결국 이 딜러는 손님을 유인해 그의 매니저인 다른 딜러에게 넘기는 것이지요. 또 이친구는 고객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해 그의 매니저에게 보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입니다.

매니저급 딜러는 매장에 따라 서열이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만난 매니저급 딜러가 ‘실세(딜러샵 보스의 총애를 받는)’라면 이 사람과 가격조정을 어느정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매니저급 딜러도 가격조정 권한에 한계가 있다면, 고객들은 더 높은 제 3의 ‘고위급 딜러’를 맞이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두세명의 딜러를 연거푸만나 협상을 하다보면 손님은 제풀에 지쳐버리지요. 그러면 협상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미국 딜러샾의 고객공략 전략입니다. 첫 번째 딜러는 상당한 가격조정의사를 보이지만 사실상, ‘허당’이라는 점을 반드시 간파해야해야 합니다. 중고차 구입협상은 두 번째 딜러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가급적이면 시간낭비하지말고 ‘실세 딜러‘와 직접 협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조정은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사전조사가 필요하구요. 사전조사는 이미 다른 연수자들이 올렸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대체로 negotiation의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가격조정의 첩경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 현지 한인들은 한국인딜러에게 차를 구입하라고 권유합니다. 그러나 한국인 딜러가 차를 싸게 팔리는 만무합니다. 그들도 이익을 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차량 보유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시장파워에서 미국딜러에게 밀리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한국인 딜러에게 쉽게 차를 살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원하는 차량이 없다며
미국인 딜러샆을 찾는 것도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의 공략방법을 철저하게 염두해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자동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예를들면, 개인간 거래에서 할부차량 구입과 세금 문제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