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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착 3개월 만에 아이들 영어 말문 트이게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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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온 연수생들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 중 하나가 자녀 영어교육일 것입니다일부 연수생들에게는 신경 쓴다는 정도가 아니라연수의 목적 그 자체일 정도로 자녀 영어교육은 중요합니다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이 대개 그렇듯자녀 영어교육 또한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적응이 빠르니 영어도 금방 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준비 없이 미국에 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이 경우 부모와 자녀 모두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물론 아이들은 적응이 빠릅니다만영어 실력이 부모의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는 않습니다생각만큼 영어 노출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미국 학교는 방학이 길고 휴일이 많아 학교에 다니는 기간이 9개월이 채 되지 않습니다게다가 방과 후 활동마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집에 와야 합니다주말이 아닌 주중에도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셈이지요.

 

 별다른 준비 없이 왔을 경우통상적으로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을 불편해하지 않고 하는 데만 6개월은 걸린다고 봐야 합니다어느 정도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하려면 1년이 꼬박 걸립니다대부분의 연수생들이 1년 과정으로 미국에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뭔가 좀 되는 듯싶을 때자녀의 영어가 이제 막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할 때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셈입니다.

 

 저의 경우 초등학생 자녀가 셋입니다만다행히도 모두들 영어에 빨리 적응해 주었습니다미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영어를 제법 말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영어로만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물론 완벽한 영어는 아니었습니다문법에 어긋나거나 단어가 틀리는 경우가 많았고 한국어가 군데군데 섞인 국적 불명의 영어를 써서 부모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만어쨌든 어느 순간부터 영어로 말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특별히 방과 후 활동을 하지도 않고아이들에게 친한 미국인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현지인 튜터를 쓴 것도 아닌데 빠른 시일 내에 영어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의 준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연수기를 통해 이 준비 과정을 간략하게 말씀드릴까 합니다올 여름에 미국에 오실 연수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LG상남언론재단 해외연수에 뜻을 품고 사전답사(?) 차원에서 게시판을 방문하는 차기 혹은 차차기 연수생들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얘기한 준비라는 말이 거창한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제가 언급한 준비는 노출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영어에 노출이 안 된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꽤 힘들어하므로 최대한 영어에 노출시켜 데리고 오면 성격이 다소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는 아이도 적응이 훨씬 수월합니다.

 

 영어 노출은 빠를수록 좋습니다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노출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아이들에게 영어가 공부가 아니라 놀이가 돼야 합니다영어동요도 틀어주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등 재미를 느끼면서 영어에 친근해질 수 있도록 노출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책을 읽어 줄 때 부모의 발음이 좋지 않아도 괜찮습니다아이가 흥미를 갖도록 재밌게 읽어주기면 하면 됩니다정 자신이 없다면 노부영(노래로 부르는 영어동화) CD를 차에서 틀어주고 세이펜 등을 활용해 책을 읽어주면 도움이 됩니다.

 

 DVD 등 동영상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여기서 주의할 것은 무조건 영어 동영상에만 노출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최대한 어릴 때부터 영상은 영어로만 보여준다면 성공 확률이 꽤 높아집니다한국어와 영어 동영상을 모두 잘 본다면 괜찮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국어 동영상을 훨씬 선호합니다아무래도 이해가 쏙쏙 잘 되는 한국어 영상이 더 재미가 있겠죠이 경우 아이가 한국어 동영상을 끊어야 영어 동영상을 봅니다이미 한국어 동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는 영어 동영상을 안 보려고 할 테니까요.

 

 이 때 부모의 결단이 중요합니다부모도 한국 TV를 끊고 영상은 무조건 영어로만 틀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집에 있는 TV는 디즈니 채널 등 영어채널로 미리 설정해 놓거나지상파와 케이블을 끊고 넷플릭스만 연결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애니메이션 동화를 통해 영어를 배우는 앱인 리틀팍스를 보여 주셔도 좋습니다아이 수준에 맞게 자극적이지 않고종류도 다양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다만 아이들이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습니다처음에는 한국어 동영상을 볼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보기 시작하는데이때 부모가 신경을 써 줘야 합니다아이들이 빨리 익숙해지도록 하루에 몇 개씩은 의무적으로 보라고 시키는 것은 물론읽기를 같이 해 준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이렇게 일단 적응이 되면 아이들은 리틀팍스를 재미있게 보기 시작합니다.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자면 첫째의 경우 호비와 뽀로로에 익숙해진 후 영어 동영상을 시도하자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할 수 없이 한국어 동영상을 끊고 영어 동영상만 보여주었고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아이는 결국 영어 동영상에 익숙해졌습니다이때의 경험 때문에 둘째와 셋째에게는 아기 때부터 한국어 동영상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습니다그리고 둘째와 셋째가 5·4살 때 엄마와 함께 발리로 한 달 남짓 장기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이 기간 본격적인 영어 노출이 시작됐습니다. TV에 영어만 나왔으니까요아이들이 일단 영어 동영상에 익숙해지자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었습니다어릴 때는 까이유’ ‘도라’ ‘메이지’ ‘맥스 앤 루비’ 등의 애니메이션을 즐겨 봤고 이후에는 ‘Octonauts’ ‘My little pony’ ‘PJ masks’ ‘Paw Patrol’ 등을 재미있게 봤습니다세 아이 모두 리틀팍스를 즐겨 봤고요한동안은 아이들이 매일 아침을 리틀팍스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물론 여유가 있으면 보내는 것이 편하고 여러모로 좋겠지요하지만 굳이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더라도 기초를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유아기에 배우는 영어는 사실 대단한 것이 없거든요노출에 꾸준히만 신경 써 준다면집에서 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아기 때부터 아이들 영어 노출에 신경을 쓰셨다면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나이(6~7)가 되면 영어 그림책 읽기와 리틀팍스넷플릭스 영어 동영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가 됩니다이 상태에서 영어 그림책 1000권 읽기, ‘라즈키즈’ 200개 보기 등 미션에 도전하며 어휘력을 키워줍니다라즈키즈는 미국 공립학교에서도 사용하는 온라인 교재인데요, 2만 8000여 권의 영어 원서들이 29개의 레벨로 분류돼 있습니다주제가 다양하고 수준이 순차적으로 높아져 체계적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원어민이 텍스트를 직접 읽어주기 때문에 듣기 훈련이 되고녹음 기능을 활용하면 아이가 원서를 읽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재미도 느끼면서 동시에 영어 발음 교정 효과까지 볼 수 있습니다.

 

 둘째와 셋째의 경우 이 같은 준비를 바탕으로 미국에 오기 전 파닉스 책을 사서 파닉스(Phonics)를 조금씩 익혔습니다. ‘옥스포드 리딩 트리(ORT)’ 시리즈 6단계 정도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그리고 연수 출발 3개월 전 근처 동네 학원에서 영어 말하기와 듣기 연습을 했습니다준비는 이 정도로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한국에 비해 미국의 학교 과정이 매우 쉽고미국 초등학교 1학년생도 파닉스를 완성하지 않은 아이들이 꽤 있어서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첫째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던 와중에 미국으로 오게 됐는데이미 영어 읽기가 한글처럼 익숙한 상태였습니다동생들과 달리 초등학교 입학 전 놀이식 영어유치원을 2년간 다니는 등 일찍부터 영어에 노출이 된 상태였고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별도로 사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영어책을 꾸준히그리고 많이 읽었습니다어릴 때부터 라즈키즈를 통해 체계적으로 영어 책을 읽었고챕터북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짧은 것에서 시작해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장편까지 수많은 영어소설책을 읽었습니다옆에서 지켜보니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영어 책을 많이 읽으면 문법 공부와 단어 암기 등을 따로 하는 수고가 필요 없고 말하기와 쓰기 실력도 금방 올라갑니다.

 

 둘째와 셋째는 다양한 영어그림책과 플라이 가이’ ‘The Boss baby’ ‘캡틴 언더팬츠’ ‘도그맨’ ‘배드 키티’ ‘윔피키 다이어리’ ‘매직트리하우스’ 등 만화책들과 그림과 짤막한 글이 어우러진 책들을 재밌게 읽었습니다특히 옥스포드 리딩 트리 전집은 내용이 쉽고 재밌어서 첫째부터 셋째까지 모든 아이들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아이의 취향입니다주제가 동물이든 슈퍼 히어로든 추리물이든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골라 주시면 됩니다아이가 직접 고르게 하면 더 좋습니다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아이가 읽지 않으면 말짱 꽝이니까요동영상도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합니다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유투브를 찾아서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귀가 뚫릴 것입니다.

 

 영어 읽기에 있어서 또한 중요한 것은 영어 책만큼 한글 책도 많이 읽혀야 한다는 점입니다영어책 읽는 수준은 딱 한글 책 수준까지 올라옵니다첫째의 경우 특히나 책벌레여서 워낙 한글 책도 좋아했던지라 한글 책과 영어 책을 같이 보면서 학습에 시너지가 난 것 같습니다.

 

 자녀 나이가 6~7살 정도라면 미국에 오기 전에 우선 한글을 떼는 게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문자를 깨친 이후 영어를 접하면 한국에 와서도 잘 잊지 않습니다.

 

 책을 잘 안 읽는 아이라면 게임하면서 영어문장 말하기 연습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호두잉글리시를 통해서인데요이 게임은 아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만화 캐릭터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미션을 클리어하면 사이버 머니를 받고이것으로 옷을 사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거나 레벨 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딱딱한 학습 위주의 영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습니다.

 

 적고 보니 딱히 대단한 비결은 없는 것 같네요사실이 그렇습니다바람직한 자녀 영어교육의 방법이나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은 책보여주면 좋은 동영상 등의 정보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얻을 수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실천이겠죠이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적어도 부모 중 한 사람의 전적인 희생과 헌신이 필요합니다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그 와중에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아이들 키우며 살림하기도 바쁜데 잠을 쪼개가면서 영어자료를 만들고 놀아주며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영어에 접근하도록 노력했습니다취향과 수준이 다른 세 아이가 각각 좋아할만한 책과 영상을 고르고매주 도서관에서 수십 권의 책을 빌려왔습니다.

 

게다가 딸아이들과는 다르게 아들(둘째)은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가르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부끄럽습니다만저는 주말에는 아빠가 한번 가르쳐 보겠다고 선심 쓰듯 나섰다가 3분도 안 돼 아빠 말을 안 듣는다며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기 일쑤였습니다아내의 경우 한숨을 쉬며 화를 억누르다가도 한 순간 폭발하기도 했고요하지만 돌이켜 보면 채찍보다는 당근이 효과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억압이나 강요는 아이로부터 흥미를 앗아가니까요아내는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영어책 10권을 읽으면 스티커를 하나씩 주고일정 개수의 스티커를 모으면 뽑기를 시켜주거나 편의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했습니다때론 혼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 엄마표 영어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고민과 노하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자녀들이 모국어가 아닌 새로운 언어를 익히게 한다는 것정말 어렵습니다전업주부가 전력을 다 해도 될까 말까입니다맞벌이 부부라면 정말로 어려울 것입니다하지만 1년이라는 짧은 연수 기간 동안 아이의 영어능력을 극대화시키기를 원하신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정 힘들면 주말만이라도 영어 책을 읽어주고영어 애니메이션이라도 많이 보여주는 등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시면 됩니다이와 같은 노력이 몇 년간 쌓인다면아이들은 기대 이상으로 빨리 영어를 말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