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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에 늘어나는 한국 관련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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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들의 봄 학기가 시작된지 벌써 한달이 넘었네요. 미국은 통상 1월 둘째주(대부분은 세째주)부터 봄학기가 시작되어 5월 중순이면 끝납니다. 겨울방학이 짧은 대신 3개월이 넘는 여름방학이 있어 학생들은 섬머스쿨부터 해외여행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은 아직 개강도 하지 않았는데 이곳은 벌써부터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바쁜 학생들도 있네요.

◆한국을 배우자
한가지 관심있는 사실은 워싱턴 DC 지역 대학들의 한국 관련 강좌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조지타운대의 경우 한국계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기초 한국어부터 고급 한국어까지 10여 강좌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조지워싱턴대에도 한국 관련 강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학뿐 아니라 한국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강좌에도 수강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 같아 흐믓합니다.

특히 한국의 현재 이슈를 다루는 ‘Current Korea’와 경제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Business Korea’는 100% 한국어로 진행될 뿐더러 수준도 상당히 높습니다. 미국 시민인 한국계 교포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 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강의라 생각됩니다.

한국인 유학생들도 이들 강좌를 선호합니다. 특히 고등학교부터 미국계 학교를 다닌 학생들은 졸업후 한국에 돌아갈 때를 대비해 한국의 기업환경이나 비지니스 풍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조기유학으로 미국 대학을 마친 상당수 한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돌아간 뒤 한국 회사의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울 강남의 어학원 등지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런 강좌는 매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미국시민이 아닌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은 졸업후 미국에서 취직하고 자리를 잡기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이방인’이 미국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취업비자(H-1)을 잘 내주지도 않을뿐더러 내줘도 기간이 길지 않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해서 여러가지로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 유학은 언제가 가장 적당할까요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졸업후 상당수가 한국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습니다. 석·박사학위를 받은 일부는 미국에 정착하기가 그나마 다소 쉬운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죠. 그러나 대학단계부터, 혹은 그 이전인 초·중·고교부터 미국에서 다닌 한국인 유학생들은 졸업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한국에 돌아가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어쩌면 조기유학한 한국인 유학생들의 상당수가 귀국후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국가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제가 영어강사를 비하하려는 목적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미국에서 배운 내용이 영어 말고도 더 있을텐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그래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일도 많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잡고 정착하기도 쉽지 않아서 조기유학생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조기유학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편입니다. 대학까지 마치고 석·박사학위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오거나 아니면 영어를 배우기위해 초등학교 4∼6학년 정도의 나이에 이곳에서 몇년 체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를 넘어 중학생만 되더라도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교육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어 실력이 다소 떨어져 교육내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에 주재원으로 오신 분들의 상당수가 귀국할 무렵이면 자녀의 교육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녀가 아예 초등학생이면 동반귀국하고 대학생이면 혼자 남겨두고 귀국하면 되지만 중·고생이면 여기서 계속 공부시키기도, 한국으로 데려가기도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 됩니다.

혹시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자녀의 교육에 가장 적당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언론사의 경우 해외연수를 나갈 수 있는 연차의 기자들이 대부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지만 최근 만혼의 영향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신중히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위 글과 관련해 궁금한 점 있으면 메일(redael@hankyung.com)로 연락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