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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속도로 운전에서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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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고속도로나 운전할 때 안전속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교과
서와 다릅니다. 실제로 미국 고속도로를 주행할 경우 안전속도를 지키며 달리는 것이 오히려 위
험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에 온 직후 안전속도를 지키고 주행했더니 쌩쌩 달리는 차들이 제
차를 추월하거나 제 차 앞으로 막 끼어들더군요. 대도시 주변 고속도로는 상황이 더욱 심했습니
다.


솔직한 고백이 다른 연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지난해 연말 미국
고속도로에서 경찰의 과속 단속에 걸려 딱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벌금으로 367달러를 냈지요.
과속과 적발, 벌금 납부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니, 예전에는 몰랐던 것을 직접 체험하며 배웠
습니다. 물론 자책도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플로리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에 티켓을 받은 바람에 여행 전체의 감흥이 크게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돈을 내려고 해
도 복잡한 절차에 짜증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신적·시간적·금전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안전속도를 지키는 것이 정답입니다.
 
저는 과속 티켓을 처리하면서 인디애나대학에 있는 한국인 변호사(미국법)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담과 자문 받은 내용들을 종합해 ‘미국 고속도로 운전에서 주의할
점’에 대해 나름의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 글이 안전운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
랍니다.


 
1. 급제동·무리한 차선 변경 등 이상한 운전을 하지 마라
 
한국과 달리 미국 도로에서 과속을 단속하는 카메라는 보지 못했습니다. 과속 적발은 고속도로
나 시내 도로 위에서 운행하는 경찰차들이 합니다. 제가 과속 티켓을 받은 때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쯤이었습니다. 플로리다를 출발해 75번 고속도로 상행선(북쪽 방향)을 타고 있었
습니다.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80마일 정도 남쪽에 있는 조지아주 몬로 카운티 인근에서 적발됐
습니다. 티켓에는 시속 70마일(시속 113㎞) 제한 속도에 시속 86마일(시속 138㎞)로 달린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시속 16마일을 오버한 것입니다.


과속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변명을 겸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2차선 도로의 추월차선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앞차들은 대략 서너 대였는데 시속 85마일
(137㎞)에서 시속 90마일(145㎞) 정도를 달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를 뒤따라오는 차들의 속도도
비슷했습니다. 쉽게 말해 한 무리의 차량이 과속을 하고 있었고, 저는 정확히 그 중간에 있었습
니다. 미국 도로 운전에 자신이 붙은 데다 ‘앞차들도 빨리 달리니 별 문제 없겠지’ 라는 안이
한 생각이 사건의 발단이 됐습니다.
 
그런 속도로 5분 넘게 달리고 있었는데, 오른 쪽으로 휘는 도로가 나오더군요. 길을 따라 우측
으로 도니 왼편에 경찰차가 서 있었습니다. 그 곳은 경찰차가 자주 숨어 단속하는 장소로 보였
습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오른쪽으로 커브를 트는 순간 갑자기 경찰차가 나타나 어찌해볼 도리
가 없는 위치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 앞차들은 경찰차를 분명히 봤을 텐데도 한 대도 빠짐
없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질주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과속을 의식하고 있던 터라 브레이
크를 잡았습니다. 속도를 늦춘 것이지요.
 
이게 문제가 된 것은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정지해 있던 경찰차가 움직이는 게 백미러로 보였
습니다. 제 앞에서 과속한 채로 계속 달리던 차를 잡을까, 속도를 늦춘 제 차를 잡을까 하는 양
자선택만 남았습니다. 경찰차는 차에 있던 제 가족들이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
습니다. 저는 “앞 차들이 우리 차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어서 우리를 잡으려는 것은 아닐 것 같
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 예측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온 신경이 백미러에 집중됐는데 경찰
차가 제 차 방향대로 움직이더군요. 경찰차는 제 차 바로 뒤에 붙은 순간 경광등을 울리기 시작
했습니다. 저는 갓길에 정차했고, 조수석으로 다가온 경찰이 오른 손 검지를 까닥까닥하며 유리
창을 내리라는 시늉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첫 마디가 “아까 왜 경찰차를 보고 속도를 급히 늦췄느냐?”라고 묻는 것 아니겠습니
까. 즉, 경찰은 제가 경찰차를 보고 급제동했던 것이 수상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이유
는 없다. 그저 속도를 조금 줄이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제 말을 믿는 눈치였
습니다. 차 안에 있던 아이들을 보고 아무 문제없는 차량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후 별다른 질문 없이 과속 딱지를 발부하고 떠났습니다.


미국 고속도로를 달려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속도로 갓길에서 경찰에 잡힌 처지가 되니 기분
이 정말 나쁘더군요. 고속도로에서 미국 경찰의 주요 업무는 당연히 과속 등 교통 법규 위반 차
량에 대한 단속입니다. 이에 더해, 미국에서는 강력 범죄가 많다 보니 수상해 보이는 차량을 세
워 검문하는 것도 고속도로 경찰의 업무 중 하나라고 합니다.


한국인 변호사는 “당신이 브레이크를 갑자기 잡지 않았다면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은
당신이 경찰차를 보고 놀란 것이 뭔가 수상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리
지어 과속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경찰차가 여러
대 잠복해 있다가 과속하는 차량 전부를 단속하는 일도 있다”면서 “일렬로 과속하는 차량과 함
께 달리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속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만큼이나 고속도로에서 수상한 운전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급제동을 하거나 차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쫓기듯 운전
을 하는 행동은 단속의 표적이 된다고 하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또 창문을 열어놓고 소리를 치
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행위, 담배를 창 밖에 던지는 행동 등도 경찰의 의심을 살 수 있습니
다. 범죄를 저지른 수배자, 술이나 마약에 취한 운전자들이 흔히 그런 행동들을 하기 때문이랍니
다.


그러므로 아주 정상적인 운전을 하는 게 최고의 답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나타난 경찰차
가 당신의 뒤를 쫓아올지 모를 일입니다.


 
2. 제한 속도보다 절대 10마일을 넘기지 마라  


결론적으로 말해, 저는 법정(Court)에는 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카드로 벌금만 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이럴 때 해당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교통법규 위반자가 법정에 가는 것
은 아니었습니다. 티켓을 읽어보니, 제가 적발된 조지아주의 경우 법정에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경
우가 ▲21세 미만 과속 운전자 ▲시속 24마일(39㎞) 이상 초과 운전자 ▲벌점 4점의 다른 교통법
규 위반(any other 4 point violation)을 저지른 자로 규정돼 있더군요.


미국은 주(州)마다 다른데 대략 20마일을 초과해 적발되면 가중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6마일을 초과했던 저로서는 4마일 차이로 법정행을 피했던 것입니다. 법정에 가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입니다.


먼저, 거주지가 아니라 적발된 지역의 법정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차로 10시간이 넘는 지역의
법정에 서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물론 그 곳 법정을 가지 않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
경우 자기 거주지역의 법정에 가서 잘못을 모두 시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
다는 전제 하에 적발 지역의 법정에 가지 않는 것이지요.


벌금도 엄청납니다. 변호사는 엄청난 과속으로 1400달러(168만원)를 일시불로 낸 한국인도 본 적
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속 20마일 미만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벌금을 두 차례
에 걸쳐 나눠 냈습니다. 한번은 과속에 대한 벌금이 나와서 167달러를 냈습니다. 저는 이것이 끝
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정도 지난 뒤 시속 10마일을 초과했기 때문에 가중처벌된다면서
200달러를 또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오더군요. 그래서 모두 367달러를 벌금으로 냈습니다.


참고로, 벌금을 내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빨리 돈을 내고 나쁜 기억을 털고 싶은데, 미국
의 늦은 행정절차가 발목을 잡더군요. 벌금을 납부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제 기록이 뜨는 데 16일
이 걸렸습니다.
 


3. Restrictions Strictly Enforced- 제한 속도를 철저히 준수하라
 
미국 도로를 다니다 보면 ‘Restrictions Strictly Enforced’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곳이 있습
니다. 이는 제한 속도를 조금이라도 위반할 경우 철저히 단속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식 속어로
표현하자면 ‘유도리는 없다’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60마일 제한 속도 지점에 61마일로 달려도
단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표지판이 있는 곳은 매우 까다롭게 단속한다고 하니 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4. 주(州) 경계에서 특히 조심해라


미국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주 경계를 넘을 때가 있습니다. 주 경계를 넘어 새로운 주에 진
입했을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주에서 인디애나주로 이동했다고 가정합
시다. 이 경우 인디애나주 경찰들이 주 경계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는 예방적 성격이 강한 조치입니다. 단속도 단속이지만, 우리 주에는 경찰이 고속도로에 많이
깔려 있으니 제한 속도를 준수하라는 메시지를 운전자에게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고속
도로에 나와 있는 경찰이 과속 차량을 그냥 보내줄 리 없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주에 들어 왔을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5. 쓸데없는 얘기에 현혹되지 마라


‘단속에 걸렸는데 국제면허증을 보여주니까 경찰이 귀찮아서 딱지를 안 끊더라’
‘아이들이 아프다고 했더니 봐 주더라’ 등등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난무합니다.
일단 미국 면허증이 있는데도 국제면허증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고 조심해야 한다
고 합니다. 경찰이 운전자가 미국 면허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뭔가 감추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아프
지 않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조언입니다. 과속 딱지를 안 받으려고 무심
코 저지른 행동이 경찰을 속이려고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이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변호사의 지적이었습니다.



6.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라


미국 고속도로에서 공사 구역에서 과속은 벌금이나 처벌이 가중됩니다. 그러니 공사 구역에서는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소한 법규도 충실히 따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자 과속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교통 단속에 적
발된 당일, 예정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었습니다. 여행도 거의 끝났으니 천천히 움직이자고 생각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운전하면서 제가 조금 서둘렀습니다. 먼 길을 갈 때는 늦지 않게,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출발하는 것이 안전운전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교통법규를 잘 준수해 안전 운전하는 것이 가족과 본인을 위해 최선입니다.
잠깐 속도를 냈다가 엄청나게 피곤한 일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