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미국은 달리기 천국

by

미국은 달리기 천국

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됐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배우라고 권했다. 접근성 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라고들 했다. 골프도 좋겠지만 이곳에 와서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연수 오기 전 한국에서 막 재미를 붙인 참이었는데 미국에 와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좋은 환경을 만난 것이다.

달리기는 대표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이다. 회원권 끊을 필요도 없고 보통은 레슨을 받지도 않고 적당한 길이 있으면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달리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런데도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달리기는 생각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운동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더운 날, 추운 날, 비오는 날에 미세먼지 많은 날까지 빼고 나면 달릴 수 있는 날이 우선 많지 않았다. 달리는 장소도 마찬가지다. 요행 집이 강변 산책로나 트랙 깔린 운동장에서 가깝다면 모를까, 자동차 신경쓰지 않고 건널목마다 멈춰설 필요 없이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거의 없고, 녹지가 크고 많아 나무그늘로 덮인 보행 전용 산책로가 가까이에 여러 곳 있는 미국의 환경은 한국과 차이가 있다.

달리기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장비빨’ 세울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전거와 많이 비교되는데 ‘입문용‘ 로드바이크도 기백만원씩 하는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달리기도 장비병과 전혀 무관한 운동은 아니다. 러닝화 러닝복부터 시작해서 GPS 장착된 시계, 핸드폰 같은 소지품을 넣는 러닝용 벨트, 물통 등등 러닝용 장비의 세계는 소소하면서도 생각보다 깊고 넓다. 한국에서 러닝 장비는 축구나 농구, 헬스에 밀려 스포츠 매장에서 찬밥신세인 경우가 많지만 이곳은 러닝 용품만 취급하는 대규모 전용 매장도 쉽게 볼 수 있다. 구경하다보면 은근히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뛰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한국에서도 최근들어 러닝크루가 생겨나고 이른바 ‘인싸 운동’이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달리기는 아재들이나 하는 운동, 재미없고 지루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곳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뛴다. 아이 등교시키고 나서 산책로에 나가면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뛰는 사람도 많고 유모차 밀면서 뛰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를 핑계로 달리기를 하루 쉬려다가 아랑곳하지 않고 뛰는 사람들을 창밖으로 보고 마음을 고쳐 먹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달리기를 자신과의 싸움이라든지 어떤 영적인 활동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런 거창한 의미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달리기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운동이다. 어제보다 조금 빨리 또는 조금 멀리 뛸 수 있게 됐을 때, 그날 목표한 거리를 달리고 골인할 때의 성취감도 상당하다. 연수 기간 이루고자 하는 목표 중 하나로 운동을 정했다면 달리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