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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홈리스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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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홈리스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자타공인 초강대국 미국이지만,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주택 문제다. 미국엔 홈리스(homeless)가 참 많고, 이들이 몰려 있는 곳은 치안 불안 등 여러 가지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필자가 연수 중인 켄터키 대학교 행정대학원 마틴스쿨에선 미국의 주택 문제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주택의 문제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소득 증가 속도보다 5배나 가파른 임대료

2019년 기준 미국의 평균 임대료는 월 1100달러로 집계됐다.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채 2001년과 비교했을 때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인의 소득은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대료 증가 속도가 소득 상승분보다 5배나 높은 것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임대료도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런 여파로 미국에선 2019~20년 홈리스 숫자가 약 2%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2020년 기준 미국 정부가 파악한 홈리스는 58만 466명이다. 미국 인구가 약 3억명이니 0.19% 가량이 홈리스인 셈이다. 참고로 한국의 노숙자 수는 1만 1340명, 전체 인구 대비 0.022%(2016년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한국보다 약 9배 가량 홈리스 비율이 높은 셈이다.

② 턱 없이 부족한 공공주택

2021년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엔 총 1억 2754만 4730가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공공주택(public housing units)은 고작 90만채가 전부다. 전체 가구 대비 0.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수가 2021년 기준 170만 가구, 전제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 정도다. 비율로 봤을 때 미국의 공공주택은 한국의 10분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은 공공주택 외에도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에게 일정한 주거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520만 가구, 전체 가구 대비 4.1% 정도가 이를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도 턱없이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미국의 저소득층 10명 중 4명은 홈리스이거나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집 임대료로 내고 있다고 한다.

③열악한 공공주택,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엔 약 90만채의 공공주택이 있지만,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 위치해 있다. 공공주택의 20%는 시골(rural)에 있어 도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또 절반 가량은 저소득층 거주지에 위치해 있으며, 상당수는 인종적으로 분리된 지역에 건설돼 있다.
공공주택과 임대료 지원 제도가 있다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약 234만명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권고하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30%다. 이처럼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임대료를 내는 사람들은 음식이나 의료 등 다른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다.
특히 어린이가 제대로 된 주거 환경에 거주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약 140만명의 어린이가 길거리나 모텔 등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