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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학교다니기<6>-학교서 살아남기-커닝하면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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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밝히지 않는 인용도 커팅으로 간주된다-플레저리즘 §

마케팅 강의시간이었다. 담당 교수는 오트니스라는 교수였다. 그는 미국에서 자라나 미국에서 공부한 전형적인 미국여성이었다. 어느 날 오트니스 교수는 두명의 학생 이름을 불러 편지를 전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이 제출한 리포트가 서로 비슷한 구절이 있어 표절을 했다며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학점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의 경고장이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이들 두 학생이 리포트를 작성할 때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교수가 이를 적발해 플레저리즘(표절)로 간주해 경고장을 준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다닐 때 이정도 가지고 표절 시비를 다투는 경우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학기 마지막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표절혐의가 적발돼 학점을 인정받지 못하고 F 학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미국학교에서는 엑스트라(Extra) 점수를 주는 제도가 있다. 매번 제출하는 보고서와 짭게 보는 퀴즈, 그리고 중간 고사와 기말고사마다 점수가 일정한 주어진다. 따라서 어느 것 하나를 소홀히 하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뿐더러 결석을 많이 하거나 숙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학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학점은 대개 총 점수가 96점에서 100점까지는 A+, 91점에서 95점까지는 A 86점에서 90점까지는 B+ 등의 학점이 주어진다. 그런데 90점 맞은 사람의 경우 1점만 더 맞으면 A를 받을 수 있는데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제도가 엑스트라 포인트 제도다. 대개 학기 중 정해진 숙제 이외에 추가적인 보고서를 제출하면 2~3점의 점수를 덤으로 준다. 엑스트라 숙제를 하는 것 자유다. 다만 2~3점을 더 얻으면 학점이 상위 학점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그런데 우리 반의 한 학생이 추가 숙제를 하지 않아도 A 학점을 받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A+ 학점을 받기 위해 추가 숙제를 제출했다. 책 한 권을 읽고 미리 주어진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추가 숙제의 내용이었다. 숙제 분량이 많다 보니 몇몇 클라스메이트가 모여 책을 분담해 내용을 정리한후 정보를 교환한후 리포트를 작성한 것이 화근이었다.

비슷한 내용이 몇몇 학생의 보고서에 동시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결국 그 학생은 학점을 따지 못하고 말았다. 한 학기 동안 성실하게 숙제를 다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잘 봐서 A학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되는 숙제를 하다가 플레저리즘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 학생은 교수의 조치가 너무 가혹하다며 여러 차례 선처를 요구했지만 담당 교수는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끝내 F 학점을 주고 말았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교수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이 바로 윤리에 대한 문제였다. 취팅(컨닝)을 하거나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보고서를 쓴다든지 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학 내 어느 교실을 가더라도 책상 위에 낙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온갖 커닝 낙서로 가득한 한국 대학교의 책상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매일경제신문사 위정환 기자 sunnywi@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