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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두려운데, 안전한 뉴욕 여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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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두려운데, 안전한 뉴욕 여행 가능할까

사진1. 타임스퀘어. Pixabay

이 글을 읽는 분 입장에선 ‘안물안궁’(물어보지도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다는 뜻의 SNS 유행어)이겠지만, 그래도 저의 ‘핵관’들께서는 꼭 물어봐주십니다. “뉴욕에 지내면서 위험하지 않아?”라는 거죠. 아시안 혐오 범죄에다가 특히 여성들을 노리는 ‘묻지마 범죄’까지 겹치는 시국이니 걱정해주실만 합니다.

그동안 8개월을 지내면서 다행히 사고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연수를 마무리하는 그날까지 조심 또 조심하려고 합니다.

여기에 이어지는 질문이 꼭 있죠. “뉴욕 여행 해도 괜찮아?”입니다. 1년짜리 임시 방문객 입장에서 저 역시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라는 말씀 밖에 드릴 게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본인 안전을 챙겨야 하느냐는 것도 의문입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제 나름 신경쓰고 있는 안전수칙과 관련 현황에 대해 말씀을 드립니다.

사진2. 뉴욕 지하철 유니온스퀘어역에서 계단을 등지고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 최선욱 기자

지하철 승강장에선 계단을 등지고

2022년 1월 타임스퀘어역에서 한 남성이 아시아계 여성을 선로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겨울철 지하철역과 열차 안에서 잠자리를 잡고 사는 노숙자의 묻지마 범죄였죠. 스크린도어가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스크린도어에 익숙한 저로서도 정착 초기엔 승강장에 서 있는 게 아찔할 정도였죠.

단 몇번만 전철을 갈아타도 이런 분위기는 익숙해집니다. 점점 선로에 가까이 서서 열차를 기다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카톡을 확인하기도 하죠. 이때가 위험한 순간입니다.

절대 방심하지 말고 승강장에선 꼭 주변 계단에 등을 지고 서세요. 계단이 주변에 없으면 승강장 가운데 꼭 서시고, 휴대전화 확인은 나중으로 미뤄야 합니다. 나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조치로 생각하세요.

사진3. 뉴욕 길거리의 구걸 행위. Pixabay

누군가에게는 잠깐 무심해도 됩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면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세요. 당황한 상태에서 묻는 말에 대답해주면 위협의 수위가 점점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영어는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척 하면서 손을 가로저으며 자리를 떠나세요.

이런 류의 접근은 타임스퀘어 같은 주요 관광지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나는 착한 흑인인데 내 말 좀 들어줄래?”라는 식의 말을 하면서 친절을 요구하는 상황도 못 알아듣는 척 하면서 지나치세요. 비주류 인종을 배려해주려는 착한 마음씨를 역이용하려는 시도가 자주 일어납니다. 부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마시고 무심해지세요. 그들은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있는거니까요.

사진4. 뉴욕 거리 공연. Pixabay

거리 예술이라도 관람과 촬영은 신중히

서울 지하철에선 흔치 않은 형태의 구걸 행위는 공연입니다. 뉴욕의 열차 안에선 누군가가 한바탕 춤을 춘 뒤 승객 앞을 돌며 돈을 요구합니다. 객실 내 손잡이에 매달리는 스파이더맨도 있고, 열차 진동에 굴하지 않는 힙합 댄서도 등장합니다. 팁을 주지 않을 거면 박수 치지 마시고 사진도 찍지 마세요. 팁을 요구하는 명목이 되니까요. 이 요구가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팁을 주실 생각이라면 1달러(2022년 3월 기준)면 충분한 분위기입니다. 물론 5달러 주면 매우 좋아합니다. 야외 거리에서 펼쳐지는 각종 행위 예술을 볼때도 사진 촬영에는 팁 요구가 뒤따라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전철내 묻지마 범죄가 급증하면서 뉴욕시는 노숙자들을 역 바깥으로 내보내는 작업을 시도 했는데요. 그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잠을 자는 모습에 반감을 품은 또 다른 범죄자가 그들에게 총을 쏘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뉴욕시 당국이 전철 내 노숙자들에게 손을 대기가 어려워진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죠. 조심 그리고 조심해야 할 뿐입니다. 연수 기간 중 뉴욕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께 조금이나마 안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