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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스마트한 운전자는 이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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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에 살고 있는 기자는 학교에 가기 위해 뉴욕 맨하튼으로 매일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일대는 맨하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개인적
으로 맨하튼을 ‘활기가 넘치지만 지옥’ 이라고 한다면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는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천국’이라고 비유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여러 면에서 두 지역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교통환경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뉴저지주는 여느 미국 지역처럼 차로 편리하게 다닐 수
있지만 맨하튼에서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런 저런 불편함 때문
에‘천국’과 ‘지옥’을 승용차로 출퇴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맨하튼에 진입할 때
통행료를 13달러(매년 1달러씩 인상 중, 2014년 12월부터는 14달러, 특정 시간대, 주말, 공휴일 면제
없음)를 내야 하고 주차비는 2~3시간에 30~40달러가 넘는 곳이 많습니다. 정기 주차권을 산다고 해도
월 400~500달러를 내야 합니다. 맨하튼 내 고급 아파트에 살아도 주차비는 별도로 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차비 부담 때문에 주중에는 차를 뉴저지주에 지인에게 맡겨두고 주말에만 차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뉴저지주에서 허드슨강을 건너 맨하튼으로 들어가는 3대 진입로인 조지워싱턴다리, 링컨터널, 홀랜드
터널은 출퇴근 시간에 너무 혼잡하기 때문에 차를 끌고 맨하튼을 들어가는 것은 고역입니다. 평소 5~
10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링컨터널도 출퇴근 시간에는 30분 이상씩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 갇혀 있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버스(NJ Transit), 기차(PATH), 페리
(뉴욕/뉴저지 Waterway) 등을 이용해 맨하튼과 뉴저지를 오고가고 합니다.


그렇다고 대중교통 환경이 편한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지만 노후화된 곳이
많고 전반적인 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버스는 남북, 동서 횡단 중심으로만 노선이 돼 있어
북동, 남동, 북서, 남서 등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할 때 매우 불편합니다. 버스와 지하철간 환승할인
도 없고 거리, 구간에 관계없이 무조건 2.5달러를 내야 합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이용하
는데 적합하지가 않다는 이야기죠. 페리는 강을 건너가는 시간은 빠르지만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포트에서 먼 곳을 갈 때는 불편하고 요금이 비싼 편입니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맨하튼에 차를 갖고 들어가도 난폭한 운전자들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특히 택시들은 순진한 운전자들을 늘 긴장시킵니다. 택시 기사는 히스패닉,
중동계 이민자가 많은데, 이들에게 미국식 양보 운전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고,
횡단보도 신호를 안지키는 경우가 많아 녹색등이라도 교차로에 진입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하죠.


이렇게 운전자에게는 ‘지옥’ 같은 맨하튼이지만 몇 가지 팁을 알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통행료가 13달러이지만 EZ패스(우리나라의 하이패스에 해당)를 마련해, 카풀(CarPool)
등록을 하면 3명 이상이 탑승했을 때 통행료를 5달러로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조지워싱턴다리 입구
에는 출근 시간대 맨하튼으로 가려는 사람을 태우려는 차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카풀 차량에
타는 사람은 공짜로 맨하튼에 들어가거나 운전자로부터 1~2달러를 받기까지 합니다. 경찰은 계속
단속 수위를 높이지만 높은 통행료 때문에 이런 관행은 끊이질 않습니다.


주차비가 살인적이지만 아이콘파킹, 베스트파킹 등의 사이트에서 미리 쿠폰을 구해가면 하루에 20달러
이내로 주차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최고 중심가를 살짝 빗겨나면 스트리트파킹을 이용해 저렴
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곳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뉴욕시는 적색등에 우회전을 금지하고 있는 점입니다. 뉴저지주는
‘적신호 우회전 금지(No Turn on Red)’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만 적용되지만 뉴욕시는 아무런 표지판
이 없어도 적신호에 우회전이 불법입니다. 이런 규칙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한국식으로 우회전을 마음
대로 하다보면 수백달러의 딱지가 날라옵니다. 직진 허용 녹색등이 들어와도 횡단보도 녹색등이 동시
에 켜지기 때문에 우회전 할 때는 늘 주의를 해야 합니다.


최근에 아주 주의해야 할 룰이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뉴욕시가 지난 10월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30마일에서 25마일로 하향 조정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죠. 지난
11월 7일부터 시행된 이 조례 때문에 뉴욕 맨하튼 곳곳에서는 도로표지판 교체가 한창입니다. 뉴욕시
는 연말까지 3000개의 표지판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5마일 제한 속도 위반시 벌금은 150~600
달러에 달합니다.


뉴욕시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교통사고로 168명의 보행자가 사망했습니다. 부상자는 1만 1978명
에 달했습니다. 최근에 더 늘어가는 사고는 자전거, 사이클 관련 사고입니다. 자전거, 사이클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에는 11명이었지만 올해 들어서 9월까지만 16명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4,043건이 발생했던 자전거 교통사고는 올해 9월까지 3058건이 발생했습니다. 주말에는 사이클를 타고
맨하튼을 누비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특별한 조심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사이클 관련
앱을 깔고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 사이클 운전자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같은 과정에서 연수 중인 한 지인은 맨하튼에서 운전을 하다가 상대방 운전자 100% 과실로 차량 사고
를 당했지만 이를 해결하는데 한 달 이상 애를 먹었습니다. 차를 수리하는데 두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대인사고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누구나 들떠 있는 뉴욕, 이곳에서 아름
다운 추억을 간직하려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