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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첫 인상과 정착을 위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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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온지 한달이 지났다런던에는 출장으로 2~3일 정도 머물렀던 적이 몇번 있지만지난 한달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출장 때 잠시 지나쳤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석사 입학 허가를 받고 영국 비자를 받기까지연수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영국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만잠시 여행을 하는 것과 한달간 살아보는 것은 질적으로 달랐다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다 쏟아붓지는 못할 것 같다첫번째 연수기인 만큼 영국과 런던의 첫 인상과 런던 정착을 위해 필요한 크고 작은 정보들에 대해 먼저 적어보고자 한다.




<런던의 날씨와 물가>


오기 전에 런던에 대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살인적인 물가와 우울한 날씨런던에 와서 한달간 지켜본 바로는 두 이야기 모두 반만 맞고반은 틀린 것 같다먼저 물가런던의 주택비용과 교통비용은 듣던대로 비쌌다집세는 동네마다집마다 천차 만별이긴 하지만, 2존의 썩 괜찮은 방 2개짜리 플랏(flat, 아파트)의 월세가 1700~1800파운드(약 290~300만원정도 한다조그만 스튜디오(원룸)도 한달에 1200~1300파운드(약 200~220만원정도다전기세수도세인터넷요금은 별도다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 2~3개 짜리 플랏을 하나 구해 여러명이 나눠 쓰는 플랏 쉐어(share) 생활을 한다런던의 많은 직장인들도 오랫동안 쉐어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대중교통은 오이스터 카드(교통카드)를 사서 충전해서 쓰면 지하철 한번 타는데 2파운드 내외의 요금이 든다(시간대와 거리에 따라 다르다). 환승 할인 같은 것도 없다우리나라 지하철 비용의 3~4배 정도다.


이렇게 주거비와 교통비가 비싸긴 하지만식재료는 대형마트에서 싸고 좋은 것들을 많이 구할 수 있다매일 외식을 한다면 한끼에 10~30파운드 정도가 들겠지만직접 만들어 먹으면 한끼 비용으로 3~4일은 버틸 수 있다대형마트는 아스다테스코세인즈버리웨이트로즈막스앤스펜서 같은 것들이 있는데  후자로 갈수록 가격대가 조금씩 비싸진다한국 쌀이나 김치는 간혹 보이는 중국 슈퍼마켓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다한인타운 뉴몰든(4)에 가면 대형 한인마트가 있다고 하는데아직 가보진 못했다.


또 주거비와 교통비 역시 자신의 예산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3~4존 지역으로 나가면 주거비가 훨씬 저렴해진다교통비는 일주일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트래블카드를 오이스터 카드에 장전하면 31파운드(약 52000)로 1~2존 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나는 트래블카드를 애용한다.


런던의 날씨는 칙칙하다라는 말보다는 변덕스럽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지난 8월 초에 도착했을 때에만해도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냄새를 풍겼다그런데 요 몇주간 다시 늦여름이나 초가을의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그러나 낮에만 덥고 저녁엔 춥다지난달 어떤 주는 비가 시도 때도 없이 왔다 그쳤는데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왼쪽 창밖에선 비가 흩날리고오른쪽 창밖에선 쨍쨍한 햇볕이 비치는 장면도 목격했다정말로 반바지에 겨울 부츠모자 달린 자켓과 선글래스를 함께 걸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런던이다.


 


<한달간의 첫인상>


아직 런던의 구석구석을 다 보진 못했지만런던은 천의 얼굴을 가진 도시다가는 곳마다 다른 분위기다른 사람들다른 즐길 것들이 있다버킹엄궁전웨스트민스터런던아이대영박물관내셔널 갤러리 같은 주요 관광명소는 대체로 다 가봤고 유명한 뮤지컬과 공연도 몇번 봤지만아직도 보고 싶은 것들봐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요즘은 자주 런던의 극과 극을 체험하고 있다내가 다니는 학교는 골드스미스 런던대학으로 런던의 남동쪽에 있는 뉴크로스라는 동네에 있다낡은 집들과 로컬 샵들이 많은 살짝 촌스런 곳이다그런데 학교 수업이 끝나고 요즘 자주 놀러가는 곳은 V&A 박물관로얄 알버트 홀사치(Saatchi) 갤러리 같은 문화시설이 있는 첼시다런던의 부자동네로 꼽히는 곳인데화려한 브랜드 샵들이 늘어서 있는 킹스로드나 호텔과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사우스켄싱턴 주변으로 가면 동경심이 발로하는 런던의 이미지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골드스미스 대학 프리세셔널 코스의 디렉터인 폴 선생님은 이런 런던의 이미지를 미디어가 만들어냈다고 해서 미디어 런던이라고 표현했다.


동네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은 주변 시설뿐 아니라 인구 구성 비율이다서민 동네일수록 흑인등 유색 인종 비율이 확연히 높다영국에서 흑인들은 확실히 소수 계층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반대로 부자 동네엔 백인들이 많다이렇게 동네마다 인구 구성 차이가 큰 이유는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장벽(barrier)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런던은 집값 뿐만 아니라 카운실 택스(지방세)가 구역별로동네별로 크게 차이가 크게 난다게다가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동네로 넘어가는 일이 빈번하지 않다이 때문에 동네마다 인구 구성비가 고착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은 흑인이 많으면 일단 위험한 동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이곳에 10여년간 살았다는 한국인도 흑인이 많은 동네는 가기를 꺼려한다나라고 다르지는 않다학교에 가는 날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요란한 벨소리를 울리며 달리는 응급차들을 목격한다근처에 응급실이 있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어디서 또 누가 다쳤나 하는 생각에 불안하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현지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골드스미스에서 국제학생 업무를 담당하는 백인 남자 에드문드는 이 동네 위험하지 않느냐고 하자 글쎄… 다이내믹(dynamic)하고 다양성(diversity)이 넘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뉴크로스보다 좀더 남동쪽으로 내려간 외곽에 살고 있는 그는 시내에 살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로컬 문화와 공동체 소속감 같은 걸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런던 경찰에서 제공하는 범죄율 지도를 검색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부자동네 첼시와 웨스트민스터 부근이 범죄율이 가장 높고나머지 동네는 대체로 평균 범죄율을 보였다결국 편견의 문제였다.


정리하자면골드스미스 대학이 있는 뉴크로스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특히 대학 캠퍼스가 형성돼있어 유동인구는 대부분 학생들과 직원들이다현지인들도 조금 꺼려하는 동네로는 남쪽의 퍼캠(peckham)이나 엘리펀트 캐슬(Elephant Castle)을 꼽는데이 곳들은 가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수는 없다그러나 함께 프리세셔널 코스를 듣고 있는 홍콩 친구는 엘리펀트 캐슬역 근처에 집을 구해 남편과 잘 살고 있다.


나는 학교뿐 아니라 시내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캐나다워터(canada water)에 집을 구했다이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주택 단지로 조용하고 아늑해 만족할만한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다만약 영국 연수에 관심이 있거나, 2존에서 집을 구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캐나다워터역 주변을 적극 추천한다자녀가 있는 경우엔 학군이나 다른 점을 더 고려해야 하므로 더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런던에는 (zone)’이 있다시내 중심이 1외곽으로 갈수록 숫자가 커진다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1존부터 9존까지 나와있는데, 2존까지는 대체로 튜브(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고, 3존부터는 대체로 기차를 타야 한다한인 타운이 형성돼있는 뉴몰든(New Malden) 4존에윔블던(Wimbledon) 3존에 있다기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다.


 


<정착기집 구하기>


첫인상을 얘기하다보니 주거문제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게 됐다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집 구하는 얘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볼까 한다나의 경우 혼자 연수를 왔기 때문에 집 구하는 과정이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그러나 한국에서 틈 날때마다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사이트를 검색하는 탐색의 시간이 필요했다한달여 동안 탐색한 끝에 캐나다워터에 한국인이 내놓은 방을 하나 계약했는데도착해서 보니 사진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원래는 한달 정도 기숙사에 살면서 집을 구할 생각이었으나인터넷 주영 한인 커뮤니티(www.04uk.com)에서 만족스러운 방을 발견해 계약해버렸는데 운이 좋았다그러나 주변 학생들을 보면 실제 집을 구하는데 한달 정도 걸렸다아예 학교 기숙사에 살거나 임시로 지인의 집에 머물거나 단기로 방을 하나 빌려 쓰면서 집을 보러 다녔다


런던의 집은 크게 하우스와 플랏으로 나뉘는데하우스는 가든이 있고 대체로 2층이 있는 단독 주택을플랏은 고층 아파트 형태나 연립주택 형태로 모여있는 단층 집을 말한다집은 먼저 방의 개수에 따라 원베드룸투베드룸 등으로 구분한다원룸은 스튜디오라고 한다학생이나 솔로들은 대체로 집 안의 방들을 분해해서 방 하나씩을 렌트하는데방 안에 놓인 침대 종류에 따라 싱글룸더블룸으로 구분하고 주방과 화장실은 공유한다혼자 쓸 수 있는 화장실 하나가 방에 붙어 있는 방은 엔스윗(en-suite)이라고 부르는데 가격이 비싸진다소파가 들어갈 수 있는 큰 방은 마스터룸 또는 리셉션룸이라고 부른다런던 사람들이 이렇게 집을 쪼개서 렌트하는 특성 때문에우리 처럼 넓은 거실이 없고 거실 공간이 하나의 방 안으로 들어가 있는 플랏이 많다.  


집 주인이 직접 세를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플랏이나 하우스를 하나 통째로 렌트해서 그중 하나를 자신이 쓰고 나머지 방들을 재임대(sub-let)하는 경우도 많다넓은 집에 살면서 집세를 아끼려는 이곳 사람들의 문화인 같다.


나의 경우도 한국인 유학생 부부가 사는 집을 재임대한 엔스윗룸을 하나 구해 살고 있는데모든 가구와 가전생활용품들이 갖춰져있고 여러가지 현지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혼자 스튜디오에서 사는 것보다 장점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라면 집 전체를 렌트해 인터넷전기수도 요금 등의 세팅을 스스로 해야 한다부동산 중개소를 통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하고영국에 신용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이 6개월치 집세를 현금으로 한번에 요구할 수도 있다.


혹시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적는다면, ‘rightmove’, ‘spareroom’ 같은 사이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전자는 집을 통째로 렌트할 때후자는 쉐어할 룸을 찾을 때 유용하다.


집을 구할 때는 물론 꼭 직접 가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시설이 좋은 곳도 꽤 있지만대체로 낡은 집들이 많다함께 수업을 듣는 중국인 친구는 학교 근처에 방을 구했는데집 주인이 고양이를 키우면 집세를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집에 쥐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정착기은행 계좌 트기>


영국에선 은행 계좌를 트는데 한달 이상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을 많이 했다그러나 의외로 쉽게 은행에 방문한 날 곧바로 계좌를 오픈했다그리고 우편으로 데빗카드(체크카드)를 받는데 5(영업일 기준), PIN 번호를 받는데 그후 또 3일 정도 걸렸다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거나 샵에서 결제하려면 핀번호가있어야 한다.


나는 로이드 뱅크를 선택했다학교에 입점해있는 산탄데르 은행과 비교해봤는데 산탄데르는 학생증만 있으면 쉽게 계좌를 오픈해주는대신국제학생은 매달 5파운드씩 계좌 유지 비용을 내야했다로이드는 무료다그러나 산탄데르는 유학생들을 위해 해외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로이드는 해외송금을 받는데 7파운드를 부과한다는 사실을 계좌 개설후 알았다바클레이즈도 계좌 유지비용은 무료라고 들었다.


로이드은행에서 요구한 것은 내가 사는 집주소를 입증할 서류와 여권그리고 전화번호였다집을 구한뒤 학교에 스쿨레터를 요청해 받으면 이 레터가 집주소를 입증하는 역할을 한다스쿨레터가 없으면전기세나 수도세를 내 이름으로 지불한 영수증이 필요하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구경도 할 겸 해서 런던 동쪽의 신생 금융지구로 화려한 마천루들이 밀집한 카나리워프(Canary Wharf)에 있는 로이드뱅크 지점을 찾아갔다직원들이 친절했고예약 하지 않았는데도 그자리에서 계좌를 개설해줘서 느낌이 좋았다그런데곧바로 고난이 찾아왔다계좌를 개설한지 며칠 되지 않아 인터넷뱅킹으로 학교 등록금을 지불하려고 시도했는데어떤 이유에선지 인터넷뱅킹이 차단돼버렸다인터넷뱅킹을 복구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했는데내 여권 하단에 적힌 코드, 깨알 같은 숫자와 문자들을 모두 부르란다고생고생 불렀는데전화기 너머 여직원은 네가 계좌 주인인지 입증이 안된다며 지점에 직접 가야 한다고 했다아침 시간을 내서 은행에 찾아갔는데어떤 불친절한 중년 여직원이 이곳은 IT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설비도 없으니 무조건 전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나를 내쫓다시피했다. “전화했더니 지점에 방문하라고 했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결국 다시 전화를 걸어깨알같이 적힌 숫자를 불러주는 일을 반복했다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이번에 통화한 남자 직원은 다행이 좀 더 친절했다. “뭔가 너의 정보가 잘못 입력돼있는 것 같으니여권을 들고 지점에 가서 직원한테 너를 앞에 두고 우리에게 전화를 하라고 해라고 설명했다결국 다시 은행에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고친절한 여직원이 신속히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며칠 후 은행으로부터 편지가 배달됐는데, “얼마전에 누군가가 네 계좌에서 거액을 빼려고했는데 사기 거래가 의심돼서 우리가 차단했어잘했지?”라는 식의 레터였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영국 은행은 보안 문제 때문에 카드 발급하는 곳핀번호 지정하는 곳인터넷뱅킹 관리하는 곳 등이 모두 따로 분리돼 독자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서로 고객의 비밀 정보를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금융사기나 도용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다영국에 1년 전부터 살고 있는 한 친구는 야매로 뮤지컬 티켓을 사는 곳에서 카드 결제를 했다가 카드가 정지된 적도 있다고 한다보안을 위해 불편함은 좀 감수하는 것이 이곳 문화라는 걸 실감했다.


 


시시콜콜 적다보니 길어진 것 같다한달간 쌓아온 이야기를 첫번째 연수기에 다 풀어놓을 수 없어서 아쉽다다음에는 석사 준비부터 입학까지의 학교 생활과 구석구석 런던 구경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모두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