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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소식-운전하기(3) 비상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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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메일(songmoon@donga.com)로 연락주세요.…○



차를 몰다 보면 뜻하지 않게 사고를 내거나 당하고 고장이 나는 등 어렵고 귀찮은 일이 생깁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경우 뒷처리하는데 애를 먹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더욱 더 난감해 집니다.



접촉 사고, 과속 단속, 여행 중 차 고장, 주차 위반…등등. 채플힐에 사는 저와 제 주변 한국분들이 미국에서 운전하며 겪었던 일을 유형별로 모아보겠습니다.



△사례1(사고) : 도로 위쪽의 표지판을 쳐다 보다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를 들이받음



사고가 나면 우선 양측의 인명 피해를 확인해야 합니다. 인명 피해가 생겼으면 당연히 비상 전화인 911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야죠. 심한 부상이라면 응급 조치를 해야겠지만 피해자를 함부로 옮겨서는 안됩니다. 인명 피해시 경찰 조사가 불가피합니다.



인명 피해가 없는 접촉 사고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는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만 쌍방 합의하에 경찰에 신고않고 양측 보험사가 알아서 처리토록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보험 증서를 보여주고 이름, 차 번호와 종류와 색깔, 보험사 전화번호, 지명을 적어 놓으면 됩니다.



운전 면허증과 차량 등록증은 물론 보험 증서는 항상 갖고 다녀야 합니다. 저는 보험사가 준 보험 증서 2장 중 1장을 조수석 앞 사물함에 차량 등록증과 함께 넣고 다닙니다. 다른 보험 증서 1장은 수첩에 보관해 놓았구요.



교통 사고가 나면 그 원인과 현장 상황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데 중요하므로 차에다가 항상 사진기를 갖고 다니다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디지털 카메라를 항상 차에 보관해 놓습니다.



사고가 나면 보험사에 곧바로 사고 경위를 설명해야 합니다. 일단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한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 간단히 알려주고 나중에 지역 보험사를 찾아가 자세히 설명해 주면 되지요.



조심해야 할 점. 간단한 사고라 쌍방 합의하에 보험처리에 필요한 내용을 서로 메모하고 헤어졌는데 미국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뺑소니로 몰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규정상 모든 교통 사고는 경찰에 신고해야 하거든요.



보험 증서 뒷면에 보니까 “사고가 생기면 바로 경찰에 알리라”는 내용이 빨간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경고문구 아래 적힌 안내문은 이렇습니다.



1. 사고와 관련된 사람이나 목격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운전면허증 번호를 적어 놓아라. 또 사고와 관련된 차량의 번호판(주 이름 포함)과 상태를 기록하라.

2. 과실을 인정하지 마라. 보험사나 경찰을 제외한 어느 누구와도 사고에 대해서 얘기하지 마라.

3. 보험사 직원에게 바로 알려라. 부상을 입었다면 가장 가까운 보험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라.



△사례2(과속) : 제한 속도가 55마일인 도로를 75마일로 달리는데 경찰차가 쫓아옴



경찰차가 경광등을 돌리면서 자기 차를 따라오면 곧바로 갓길에 멈춰서야 합니다. 경광등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따라오니까 자기와 관계없는 걸로 생각하고 계속 차를 몰면 윙-윙 하는 소리를 냅니다.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난 뒤에는 두손을 핸들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차를 세운 뒤 절대로 몸을 함부로 움직이면 안됩니다. 왜냐? 잘못하면 경찰한테 총을 맞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국가라 범죄자들이 총기로 저항하면서 경찰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경찰이 업무 수행, 정당 방위 차원에서 총기를 자주 사용합니다. 차안에서 몸을 수그리거나 움직이면 총기를 꺼내려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죠.



두손을 핸들 위에 가만히 올려 놓고 앉아 있으면 경찰이 운전석에 다가와 쳐다봅니다. 이 때 유리를 내리세요. 그러면 경찰이 “Vehicle registration and driver’s license please?”라고 할겁니다. 훔친 차를 모는지, 무면허 운전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하려는 것.



차량 등록증과 운전 면허증을 보여주면 경찰이 그걸 갖고 자기 차에 돌아가 조회를 한 뒤 ‘딱지’를 끊습니다. 이 때 경찰한테 잘 봐달라고 부탁하거나, 심지어 삿대질하고 대들면 절대 안 됩니다. 한국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 경찰도 부드럽게 나올 때가 있습니다. 종전에 단속에 걸렸거나 범죄를 저지른 기록이 없으면 벌점과 벌금없이 경고로 끝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과속으로 걸린 운전자가 한국인임을 알고 자기가 한때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인연을 생각해서 한번 봐주니 다시는 과속하지 말라며 보내준 미국 경찰도 있답니다.



저는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 면허증과 미국 운전면허증(노스캐롤라이나 발급)을 항상 갖고 다닙니다. 과속 단속에 걸렸을 때 국제운전 면허증을 냈더니 ‘허허’하고 웃더군요. 벌점을 매기기 곤란하고 벌금 부과와 확인 절차가 복잡해서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냐, 직업을 갖고 있냐, 아니면 관광 중이냐”고 묻길래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잠깐 머무는 중”이라 대답하니까 “속도가 높아서 잡았는데 한번 봐줄테니 제한속도를 반드시 명심하며 운전하라”면서 가라고 하더군요.



제한 속도가 55마일인데 75마일로 달리면 20마일 초과입니다. 과속단속시 대개 1마일 초과에 벌금을 10달러씩 매깁니다. 문제는 20마일 초과처럼 심한 과속은 벌금 200달러는 물론 운전면허가 3개월 가량 정지된다는 겁니다.



저는 참 운 좋게 넘어갔습니다. 제 얘기를 들은 어느 한국분이 제한속도보다 10마일 초과해서 단속에 걸리자 국제운전 면허증을 내면서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경찰이 여지없이 벌금을 매겼다고 하더군요. 참고하시길.



제가 미국에서 운전하면서 보면 제한속도를 지키는 차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초과하더라도 5-10마일까지가 보통이고 경찰도 이런 정도는 묵인하는 편입니다. 물론 제한속도를 조금만 초과해도 바로 잡아서 벌금과 벌금을 매기는 경찰도 있음.



경찰이 순찰차가 아닌 일반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과속 단속을 할 수 있습니다. Police, Trooper, Sheriff 글자가 적힌 차량이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고 신나게 속도를 올리면 큰 코 다칩니다. 힌트를 주자면 이런 종류의 단속 차량은 대개 중형 이상의 미국제 차량입니다.



△사례3(법원) : 경찰의 과속 단속에 걸렸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조금 억울함



시내나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다른 차량들의 진행 흐름에 보조를 맞춰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과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애가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서 속도를 내기도 하지요. 그런데 경찰 단속에 걸렸다면?



경찰에게 현장에서 따져봤자 소용없습니다. 불가피한 사정을 설명하면 “법원에 가서 얘기하라”고 할겁니다. 몇몇분이 과속 단속에 걸린 뒤 법원에 가서 벌금 액수를 조금 깍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판사에게 왜 자기가 불가피하게 과속했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애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데 의사와의 약속 시간에 맞추려 했다, 제한 속도가 시속 45마일에서 35마일로 바뀌는데 이걸 알려주는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됐다 등등.



△사례4(고장) :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과열되거나 열쇠를 자동차에 놓고 문을 잠금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AAA(트리플 A)에 가입하길 강력하게 권합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가장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게 바로 AAA 혜택입니다. 어느 종류의 비상 상황이든 전화를 걸면 회원에게 바로 도움을 줍니다.



AAA에는 3가지 종류의 회원이 있습니다. 연 회비가 20-30달러 정도씩 차이나는데 당연히 혜택에 차이가 납니다. 저는 79달러를 내고 중간 등급인 Plus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차량 고장시 100마일까지 무료 견인 서비스가 포함됩니다.



AAA 가입하면 회원 종류에 관계없이 지도와 여행 정보 책자를 무한정 공짜로 얻을 수 있습니다. 지도 1장에 최소한 3-5달러 이상 하니까 장거리 여행을 위해 미국 전역 지도, 주별 지도, 도시별 지도, 이런걸 몇십장 받는 것만으로 본전이 금방 빠집니다.



여행을 간다고 하면 목적지 지도는 물론 출발지서 목적지까지 가는 도로를 세밀하게 표시한 책자를 즉석에서 만들어 줍니다. 호텔, 동물원, 렌트카 등의 할인 혜택 가능. 회원 종류, 연 회비와 혜택 등 자세한 정보는 www.aaa.com에서 찾아보세요.



차가 고장나거나 열쇠를 차안에 놓고 문을 잠그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AAA의 Emergency Road Service(1-800-222-4357=1-800-AAA-HELP)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전화를 걸어 Club Code와 회원 번호,이름을 댑니다. 그러면 안내원이 차가 안전한 장소에 있나→어떤 종류의 문제가 생겼나→차 위치가 어디 인가를 차례로 물어볼겁니다. 대답을 하고 나면 대략 언제까지 지원 차량이 갈지를 접수 번호와 함께 알려 줍니다.



미국 전역의 차량 정비업소가 AAA와 업무 제휴 협약을 맺고 있어 가장 가까운 곳의 지원 차량이 현장에 출동하게 됩니다. 저는 채플힐은 물론이고 워싱턴 여행 중 차 열쇠를 놓고 문을 잠궜다가 AAA에 전화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화하고 나서 30-40분 내에 오더군요.



△사례5(주차) : 쇼핑센터의 고객용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견인당함



주차 금지 구역에는 절대 주차하지 마세요. 주거지, 쇼핑 센터, 학교…어디든 주차 가능한 차량의 범위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세워 놓았습니다.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세웠다 걸리면 최고 25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제가 사는 채플힐의 경우 Wal Mart같은 대규모 쇼핑몰은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차를 세워 놓고 다른 곳에 일보러 가도 괜찮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드나드니까 일일이 체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크지 않은 쇼핑 센터나 레스토랑의 주차장에 ‘고객을 제외하고는 주차 금지. 위반시 견인하며 모든 비용은 운전자 부담’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으면 말 그대로 고객만 주차해야 합니다. 차를 세워놓고 다른데 가서 일을 보면 안됩니다.



ELS 영어 강의가 열리는 교회 주변의 유료 주차장이 꽉 차서 쇼핑 센터 주차장에 가서 차를 대놓고 강의를 듣고 나왔더니 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차가 없어지다니…견인당한 겁니다. 차를 찾아올 때 견인 비용 80달러를 물어야 했습니다.



주차 관리원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서 쇼핑하는지 안하는지 어떻게 알고 견인했냐고. 그랬더니 “Somebody must have seen you.(누군가 너를 봤을거야)”라고 합니다. 쇼핑은 않고 차만 대놓고 다른데 가는걸 관리원이 봤다는 거죠. 규칙은 지키면 손해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