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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소식-운전하기(2) 한국과 다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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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미 군정을 거치면서 미국의 교통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핸들이 자동차에 앉으면 왼쪽에 있고, 자동차가 중앙선의 우측으로 통행하도록 규정한게 대표적입니다.



반면, 일본은 핸들이 자동차에 앉아서 오른쪽에 있고 차가 중앙선의 왼쪽으로 통행합니다. 일본은 영국을 모방해 이렇게 만들었는데 영연방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마찬가지. 경부선 열차를 타신 분은 알겠지만 기차는 일본의 자동차처럼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 철로로 운행하는데 이는 한국 철도가 구한말 일본의 영향권 아래서 처음 가설됐기 때문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교통 체계가 이렇게 미국식이라 일본이나 호주에서 온 사람보다 미국에서의 운전 적응이 상대적으로 빠릅니다. 그러나 몇가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비보호 좌회전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좌회전 전용신호가 있어야먄 좌회전이 가능합니다. 녹색 신호가 들어온 상태에서 반대편 차량이 없거나 멀리 있으면 좌회전을 허용하는 비보호는 아주 예외적입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비보호 좌회전이 원칙입니다. 이걸 모르고 녹색 신호에서 반대편 차량이 없거나 멀리 보이는데 좌회전 깜박이를 켜 놓고 좌회전 전용신호를 기다리면 좌회전하려는 뒷 차량들이 빵빵 댑니다.

좌회전 전용신호가 들어오면 당연히 좌회전 하면 됩니다. 좌회전 전용신호가 아니라 그냥 녹색 신호만 들어온 상태면 반대편 차량이 지나가거나 그 다음 차량과의 간격이 여유있게 벌어질 때 슬금슬금 교차로 중앙으로 나가다가 찬스를 봐서 싹 좌회전하면 됩니다.

우회전은 한국과 같습니다. 직진을 허용하는 녹색 신호에서는 당연히 우회전이 가능하고 직진 금지인 빨간 신호라도 반대편이나 좌측에서 오는 차량이 없을 때 우회전하면 됩니다. 그런데 ‘No Turn On Red’ 표지가 설치된 곳에서는 빨간 신호에서 우회전이 금지됨.



△ CENTER LANE

양 방향 도로 중앙에 주황선 실선과 점선으로 1개 차로를 Center Lane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습니다. 도로가 네방향으로 갈라지는 교차로에서는 좌회전을 위한 차로입니다.

그러나 교차로가 아닌 그냥 양 방향의 도로에서 중앙에 설치한 Center Lane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없거나 멀리 떨어졌을 때 좌회전을 허용하는 공간입니다.

모든 도로를 네 방향의 교차로로 만들어 놓으면 신호등을 설치해야 하고 그러면 교통 흐름이 늦어지니까 교통량을 감안해 도로를 양 방향으로만 설계한 대신 중간에 Center Lane을 설정하고 신호등을 없앤 뒤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는 겁니다.



△ SCHOOL BUS

스쿨버스는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란 얘기를 들어 보셨는지요. 미국에서 스쿨버스는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대상입니다.

스쿨버스가 어린이를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정차한 상태에서는 스쿨버스 뒤를 따르던 모든 차량이 멈춰서야 합니다. 세개 차로가 설치된 도로에서 스쿨버스가 가장 오른쪽인 3차로로 들어서면서 정차하면 1차로와 2차로의 차량까지 완전히 멈춰야 합니다.

이런 경우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도 멈춰야 하는게 한국과 가장 다른 점입니다. 다시 말해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양 방향의 차량이 모두 멈추는 겁니다. 미래의 새싹인 어린이 보호가 철저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중앙 분리대가 설치된 도로라면 반대편 차량은 멈출 필요없이 그냥 가면 되고 스쿨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량만 멈추면 됩니다.



△ 전조등

한국에서는 컴컴하거나 기상조건이 좋지 않을 때만 전조등을 켜지만 미국은 환한 대낮에 전조등을 켜는 차량이 아주 많습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에게 자기 차량을 확실히 인식시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전조등을 켜고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량보다 훨씬 눈에 띕니다. 중앙 분리대가 없는 도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는 구간, 왕복 2차로(편도 1차로)의 도로에서는 전조등을 켠 차량을 쉽게 인식하니까 스스로 조심하게 됩니다. 제가 전조등을 켜면 반대편 차량도 제 차량을 훨씬 빨리 발견하니까 조심할 것이고 그러면 서로 안전운전이 가능하겠죠.



△ 교차로 통행

노파심에 한마디 하자면 신호등이 설치된 네방향의 교차로에서 직진을 허용하는 녹색 신호가 들어와도 좌우의 차량이 완전히 정차했는지 확인하면서 진행하는게 안전합니다.

가끔 직진을 금지하는 빨간 신호나 황색 신호가 들어왔는데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속도를 내서 통과하려는 차량이 있거든요. 그러면 옆구리를 들이받히는 차량의 운전자와 탑승자가 훨씬 큰 충격을 받습니다.

Chapel Hill에 사는 한국인 한명이 몇년전 이런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사자는 직진 신호를 보고 교차로를 통과하는데 음주상태의 미국 고등학생이 신호를 무시하고 가다 옆구리를 들이받으면서 한국분이 피해를 입은 겁니다. 네방향의 도로를 지날 때는 측면에서 오는 차량이 완전히 멈췄거나 속도를 줄이며 접근하는지 살펴보세요.



△ 기름넣기

자동차 기름을 미국에서는 Gas라고 말합니다. 주유소는 Gas Station. 대부분 편의점과 같이 운영되니까 음료수 등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길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주유소는 대부분 셀프 서비스입니다. 자기가 알아서 기름을 넣는 겁니다. NEW JERSEY 등 일부 주는 고용 기회를 늘리기 위해 셀프 서비스를 금지하고 직원을 채용토록 하지만 대부분은 셀프 서비스. 주유소 직원이 기름넣는건 Full Service.

기름을 넣으려면 기름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방법은 두가지. 하나는 Pump(주유기) 앞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카운터에 가서 직원에게 돈을 지불하고 나온 뒤 그 액수만큼 기름을 넣는 것. 다른 하나는 Pump에 달린 자동 계산기에서 계산하고 기름넣기.

Pump의 자동 계산기 이용 방법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계산기 화면을 보면 Pay Inside or Pay Here 버튼이 있습니다. Pay Inside는 카운터 직원에게 돈을 지불하고 나온 뒤 기름을 넣는걸 말합니다. 밖에서 직접 하려면 Pay Here를 누르면 됩니다.

그러면 Credit(신용카드)인지 Debit(직불카드)인지를 묻는 글자가 보입니다. 다음에는 ‘Insert Card(카드를 넣어라)’. 지시대로 카드를 넣으면 ‘Remove Card Quickly(카드를 빨리 빼라)’ 카드를 조금 천천히 뺀다고 잘못 되는건 없음. 일부 주유소에서는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구별해서 인식하려는 메시지가 안 나오니까 그냥 카드를 넣었다 빼면 됨.

카드 인식이 끝나면 세 가지 종류의 기름 중 하나를 선택, 펌프를 빼서 차량의 급유구에 꼽고 펌프 손잡이를 꽉 누름. 일부 주유소는 펌프를 빼서 급유구에 꼽은 뒤 펌프가 놓여 있던 곳의 레버를 올려야 작동.

계산기에는 투입되는 연료의 양과 액수가 표시되니까 원하는 만큼 넣으면 됨. ‘만땅’이 되면 펌프가 자동적으로 멈춤. 펌프를 원위치에 놓으면 ‘Want Receipt?(영수증 원해?)’라는 글자가 보이니까 Yes 또는 No 버튼 중 하나를 누르세요. 일부 주유소는 ‘Want Receipt?’를 확인하는 글자가 연료 투입 전에 나옴.

기름은 Leaded(유연), Unleaded(무연), Diesel(디젤) 등 세가지. 대부분의 차량은 Unleaded를 넣어야 하는데 여기서도 세가지 등급이 있습니다.

Unleaded에서 가장 아래 등급이 Regular입니다. 주유소에 가서 셀프 서비스가 아닌 Full Service를 받을 때는 ‘Regular, Unleaded’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Regular 위가 Mid-Grade인데 정유 회사에 따라 Plus, Silver 등 이름을 달리 붙입니다. 가장 좋은 등급이 Super Premium으로 역시 정유 회사에 따라 Premium 또는 Ultimate라고 달리 부릅니다.

지역마다, 주유소마다 다르지만 Chapel Hill이나 Durham은 Regular Unleaded 기름값이 1갤런(3.8리터)에 1.38-1.41 달러 정도 합니다. Mid-Grade는 Regular보다 10센트, Super Premium은 20센트 비쌈.

전에는 Regular Unleaded가 갤런당 1.08-1.09 달러였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 지면서 기름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대도시, 도심, 유전지대와 먼 지역일수록 기름값이 비싸서 Chicago는 Regular Unleaded가 1.6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제 차는 일제 중형인데 ‘만땅’ 채우면 12갤런 정도 들어갑니다. Regular Unleaded로 넣으면 16-17달러로 2만원 조금 넘으니까 기름값이 얼마나 싼지 알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