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듀크 소식-시행착오 줄이기(3) 따져라

by

○…궁금한 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메일(songmoon@donga.com)로 연락주세요.…○



차별(Discrimination)이란 단어는 미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 워드(Key Word)의 하나입니다.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인디언 등 온갖 인종이 섞여 사는 용광로같은 사회라 더 그러합니다.



길지 않은 동안 미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인끼리 서로 “혹시 미국 사람에게 차별을 당한 적이 있느냐”고 서로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ESL 시간에 강사가 물어보기도 하죠. 대답은 전부 다릅니다.



저는 인종차별이건 무엇이건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는 반드시, 당당히 따지라고 말합니다. 공공기관, 식당, 상가…어디에서든지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얘기하면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돌아옵니다.



# 사례1



조지아주의 애틀란타에 여행을 갔습니다. 다운타운의 별 4개짜리 호텔을 인터넷으로 하루에 40달러에 예약했는데 방이 쌀쌀했습니다. 그래서 룸 안의 온도 조절기를 높였는데 여전히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프론트 데스크에 얘기했더니 온도 조절기는 중앙 통제식이라 룸에서 개별 콘트롤이 안된다, 밤이 되면 온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온도 조절기를 룸에서 콘트롤할 수 없다? 그런데도 있나 싶었지만 믿고 넘어갔습니다.



다음날 시내 관광을 하고 들어왔더니 여전히 추웠습니다. 다시 프론트 데스크에 얘기했더니 마찬가지 대답. 근데, 밤 10시경 갑자기 방안의 전등이 꺼졌습니다. 다시 프론트 데스크에 얘기했더니 서비스 맨을 불러주겠다고.



서비스 맨이 와서 여기저기 보더니 전기 회선에 문제가 생겼다, 당장 고치기 힘드니 방을 옮겨 주겠다고 설명. 그래서 방을 옮겼는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온도 조절기를 만지니까 이리 저리 조정이 되고.



첫번째 방의 온도 조절기는 중앙 통제식이라 콘트롤 안된게 아니고 애초 고장났던 겁니다. 동양 놈이고 영어를 더듬거리니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는 생각이 들고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야간 담당 지배인과 전화로 통화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문장으로 유창하게, 그러나 아주 화가 난 고성으로 호통을 치고 보상을 요구했죠. 그는 무슨 보상을 요구하냐고 묻더니 아침에 총지배인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분쯤 지나니까 문 밑으로 뭐가 들어 오더군요. 2인용 아침 식사 쿠폰이었습니다. 역시 따지니까 뭐가 있긴 있구나. 그러나 아무 말없이 쿠폰을 슬그머니 밀어놓고 간 행태가 괘씸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총지배인을 만났습니다. 전날 밤에 야간 담당 지배인에게 전화로 한번 얘기한 경험 덕분에 아침에는 더욱 자신있게 항의했습니다. 짧은 문장을 계속 이어갔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나, 니네 호텔 싫어한다. 서비스가 엉망이다. 전에는 좋게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방에서 온도 조절기가 작동 안됐다. 직원이 중앙 통제식이라 그렇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전등까지 고장났다. 방을 옮겼다. 거기는 온도 조절기가 작동됐다. 직원이 거짓말한걸 알게 됐다. 담요를 더 갖다 달라고 요구했다. 4시간 동안 안 갖고 왔다. 이게 별 4개짜리 호텔이냐. 내가 인터넷으로 할인요금내서 이렇게 서비스가 엉망인거냐.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요구한다.”



내 느낌에 총지배인은 정말 싹싹 빌었습니다. “이 호텔은 정말 아름다운 호텔이다. 어떻게 그런 서비스가 있을 수 있나, 대신 사과한다. 중앙 통제식이라는 설명은 잘못이다. 정확한 정보를 주고 방을 처음부터 옮겼어야 한다. 담요를 늦게 갖고 간 것도 잘못이다.”



그는 “다음에 호텔에 다시 오면 나를 찾아달라.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애들 것까지 식사 쿠폰을 더 주고 이틀치 주차비(40달러)를 받지 마라, 다음에 오면 할인 혜택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대답은 OK.



저는 성공적인 협상이라 생각했는데 아내는 식사 쿠폰+주차비 면제는 기본이고 방값을 환불받고 무료 숙박권을 즉석에서 받았어야 한다고 불만이었습니다.



# 사례2



저는 마쓰다(MAZDA) 626 자동차를 8050달러에 주고 샀습니다. 미국에서는 일제 차가 인기가 좋아서 나중에 팔때도 유리하다고 합니다. 6만 8000 마일(10만 8800킬로)을 달렸으니 한국 같으면 거의 타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괜찮은 마일리지에 속합니다.



사기 전에 정비업소에서 점검을 했는데 그럭저럭 좋은 차라고 말하더군요. 차를 사고 나서 정비업소에 차를 맡겨 브레이크와 타이밍 벨트등 몇가지를 고쳤습니다. 그런데 엔진체크 경고등이 들어오는 겁니다.



정비업소에 다시 차를 맡겼다가 찾아오니 경고등이 안 들어오는데 며칠 모니까 다시 들어옵니다. 정비업소에서는 타이밍 벨트를 잘못 껴서 그랬다며 다시 손을 봤습니다. 그런 식으로 3-4차례 차를 맡겼습니다.



차가 없으면 발이 묶여 버립니다. 그래서 어느 때는 집에 그냥 있거나 렌트카를 이용하며 지냈습니다. 8월 초에 차를 샀는데 이런 상황이 12월까지 되풀이 됐습니다. 타이밍 벨트의 문제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트랜스미션의 결함이었습니다.



차 계약서를 다시 보니 수리 보증(Warranty)이 없는, 다시 말해 당시 상태 그대로(As is) 구입한다는 조건이라 법적으로는 판매상(Dealer)에게 따지기 어려운 상황. 더구나 차를 구입한 지 5개월이나 지난 상태라.



처음부터 트랜스미션의 결함을 알았으면 아무리 수리 보증이 없어도 1개월 이내에는 딜러에게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되더군요.



그러다 애틀란타 경험을 떠올리며 딜러를 찾아갔습니다. “니네한테 차 샀는데 정말 안 좋다, 엔진체크 경고등이 자주 들어왔다, 여러번 정비업소 맡겼는데 마찬가지다, 차를 산 뒤 열흘 이상 계속 몰아본 적이 없다, 트랜스미션 결함이다.”



인상을 잔뜩 쓰고 화난 목소리로 얘기했더니 그는 의외로 순순히 “내가 아는 정비업소에 맡겨서 점검 해보고 고칠게 있으면 고치자. 우리가 일정 부분 부담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일정 부분 부담을 명확히 하라”고 말하니까 “50대 50이면 fair 하지 않냐”고 하더군요.



딜러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들먹이며 버틸 수 있었지만 하루 이틀 영업할 것도 아닌데 한국인 사이에 소문나서 좋을게 없어 after service 차원에서 수리비를 절반 부담한 겁니다. 정비하는 동안 대신 쓰라고 자기네가 보유한 중고차 하나를 내주면서.



트랜스미션을 완전히 새걸로 바꿨는데 1800달러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중 880달러를 제가 냈습니다. 처음부터 트랜스미션의 결함을 알았으면 훨씬 좋은 조건에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생각합니다.



애틀랜타 호텔과 차 문제에서 저는 일단 조목조목 따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인종차별이건 서비스 불만이건 가만히 앉아서는 안되는 겁니다. 권리는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이럴 때 제일 고민되는게 영어입니다. 제가 애틀랜타 호텔 총지배인에게 따질 때처럼 문장을 짧게 짧게 하면 어떨까요. 미리 표현을 외워 놓았다가. 상대방 반응이 미온적이다 싶으면 목소리를 더 높이고 화난 표정으로 입을 여세요.



“나, 니네 호텔 싫어한다.(I don’t like your hotel.) 서비스가 엉망이다.(Service is really terrible.) 전에는 좋게 생각했다.(I thought it was good.) 지금은 아니다.(But not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