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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비싸고 더 좋은 호텔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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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비싸고 더 좋은 호텔 구하기

1년짜리 연수에서 다들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이 여행입니다. 미국 연수생들은 경쟁하듯 동부, 서부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로드트립을 떠나는 데요.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비용이 늘 고민입니다. 특히 숙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요, 여행 일수가 길어질수록 숙박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렇다고 저렴한 가격만 찾다가는 우중충한 호텔에서 여행 기분을 망칠 수도 있지요. 저도 연수 초반 미국 동부 아우터뱅크스 여행에서 비용 고민을 하다 호텔 선택에 실패하면서, 아이들의 원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여행을 갈 때마다 “이번에 가는 건 몇성급이야? 그때 그 브랜드 호텔은 아니지?”라고 물을 정도입니다.

여행을 다녀보니 ‘싸고 좋은 호텔’은 없더군요. 역시 미국은 자본주의 천국답게 돈을 들여야 그만큼 좋은 곳에서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덜 비싸게, 조금 더 좋은 호텔을 구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제가 깨달은 노하우 3가지 정도를 공유합니다.

(1)취소 가능한 숙소를 미리 예약한 뒤, 여행 직전 다시 확인하자

호텔이나 항공권이나 미리미리 예약하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어느 정도 여행의 공식입니다. 하지만 이게 늘 정답은 아니더군요. 얼마 전 멕시코 칸쿤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저도 한달여전에 ‘여행 공식’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올인클루시브 호텔을 구했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여러 변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몇십 달러를 더 주고 ‘취소 가능’한 객실을 2박 예약했습니다.

여행 이틀 전에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해보니, 세상에, 호텔 측에서 애초 예약한 객실과 같은 수준의 객실을 2박에 무려 300달러나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았더군요. 당장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같은 객실을 300달러 저럼하게 예약했습니다. 예약을 하면서도 이게 같은 수준의 방, 같은 서비스가 맞는건가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만큼 가격을 후려쳐서 내놓았기 때문이죠. 아마 호텔 측에서는 비어있는 객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격 세일에 내놓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행지에 도착해보니, 애초에 예약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방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다만 이 정도 파격 세일은 4~5성급 호텔에서 가능할 것 같습니다. 200불 내외인 3성급 호텔에서 저 정도의 할인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혹시 여행 중 하루 이틀 정도 비싼 호텔에서 잘 계획이 있다면, ‘취소 가능’한 방을 선택한 뒤, 여행 임박한 시점에 같은 방이 더 싼 가격에 나오지 않았나 확인해보세요. 저처럼 300불을 아낄 수도 있습니다.

(2)호텔 뽑기, 잘 보면 보인다.

호텔을 선택할 때, ‘역경매’나 ‘뽑기’ 방식으로 예약을 하면 훨씬 저럼한 방법으로 숙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역경매는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이, 뽑기 방식은 핫와이어(Hotwirw)가 대표적입니다. 역경매 방식인 프라이스라인은 다소 복잡해, 저는 핫와이어를 이용했는데요. 4성급 호텔에서 4박을 묵었는데, 일반 여행사이트보다 400불 정도 싸게 예약했습니다.

그림 1. 칸쿤 호텔존에 4성급 이상을 입력하니, 인터컨티넨탈, 메르디앙 등 4개 호텔 중 하나가 선택될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때 평점 ‘4.4’와 리뷰 갯수 ‘2183’을 눈여겨보자.

방법은 이렇습니다. 핫와이어는 내가 원하는 지역과 체크인 날짜, 호텔성급, 부대시설 등을 입력하면 그 조건에 해당하는 후보 호텔 3~4곳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일반 여행사이트보다는 20~30% 저렴하지만, 후보군 중 어느 호텔이 최종 낙찰될지는 모르는 것이죠. 그래서 ‘뽑기’와 같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잘 살펴보면, 대략 어떤 호텔이 낙찰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바로 ‘위치’와 호텔 컨디션, ‘평점, ‘리뷰 갯수’ 등의 정보 때문인데요. 핫와이어는 최종 낙찰될 호텔 이름은 알려주지 않지만, 그 호텔의 컨디션, 평점과 리뷰 갯수 등의 정보를 알려줍니다. 이 정보를 활용해서 최종 낙찰 호텔을 역추적할 수 있습니다.

우선 핫와이어에서 알려준 호텔의 평점과 리뷰 갯수를 확인한 뒤, 다른 여행 사이트인 ‘익스피디아’에서 해당 지역 후보 호텔의 평점과 리뷰 갯수를 하나하나 비교해 보세요. 엇비슷한 어메니티와 리뷰 개수, 비슷한 평점을 갖고 있는 그 호텔이 내가 ‘뽑게 될’ 호텔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핫와이어를 통해 예약한 호텔은 취소가 불가능하니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3)목적지에서 10마일만 범위를 넓혀보자

로드트립을 하다보면 주로 주요 관광지 주변에서 먼저 숙소를 찾아보기 쉬운데요. 주요 관광지에서 10마일 정도만 떨어진 곳을 공략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숙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명 관광지인 힐튼헤드 아일랜드를 여행하던 때인데요. 해변을 끼고 있는 그 지역 호텔들이 너무 비쌌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뷰포트’ 지역의 호텔들을 찾아봤는데, 훨씬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10마일 정도 더 운전해야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더 좋은 호텔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루 묵어가는 곳으로 여기고, 밤 늦게 도착했던 그곳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애초 목적지였던 힐튼헤드 아일랜드만큼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찰스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도시라 구시가지 주변은 호텔 가격이 어마어마했는데요, 한 15마일 더 운전한다고 생각하고 ‘노스 찰스턴’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나니 훌륭한 호텔은 200달러 안에서 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