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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유치원에 보내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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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유치원에 보내게 된 사연

“아이고, 이제 너만 유치원 좀 가주면 이 엄마가 진짜 연수다운 연수를 하는 건데, 너는 어쩌자고 아직도 집에서 그렇게 굴러다니고 있느냐….”

아이 기관 보내기. 그것은 자녀와 함께 연수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겐 운전면허증 발급이나 집 구하기만큼이나 성공적인 정착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죠. 코로나로 연수가 장기간 미뤄지면서 한국에서 미국 현지 학교를 조사할 시간이 충분했건만, 막상 많은 부분은 현지에 도착해 처음부터 다시 알아보거나 직접 부딪쳐봐야 했습니다.

◆ 코로나로 선생님도 줄고, 자리도 줄었으니…우리 애 정말 유치원 못 가나요?

3월 초 이곳 보스턴에 도착하고 보니 듣던 대로 많은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중이었습니다. 낮시간 집 근처 놀이터에선 많은 어린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 굳이 어린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멀리 미국까지 데리고 온 이상, 아이들도 나름대로 학교생활을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확고했던 터라 첫째(만6세 킨더)와 둘째(만3세 프리스쿨러) 모두 속히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첫째아이 학교는 문제가 안 됐습니다. 당시 이곳 공립학교는 하이브리드 수업(온-오프라인 병행)을 진행하고 있었고, 만6세 첫째는 도착 일주일여 만에 집에서 1.5마일 거리에 있는 학교 스쿨버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지역 교육청의 발 빠른 행정처리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공교육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만 3세 둘째가 문제였죠. 많은 어린이가 집에 있으니 쉽게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큰 오산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지역 내 기관 약 10%가 망한 것을 비롯해 상당수 보육기관의 보육교사 수가 줄었고, 이 때문에 학생 정원도 확 줄었던 것입니다. 대면 직종인 교사들 스스로 코로나가 무서워 일을 관둔 경우도 있었겠지만, 기관 차원에서 단위 교실당 학생 수를 적극적으로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희는 인근 데이케어, 프리스쿨 기관들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정부 보조 등으로 비교적 보육비가 싼 기관은 대기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인데다 추첨식이었기 때문에 제외했고, 사립 기관 위주로 알아봤습니다. YMCA나 일부 종교기관에서 하는 보육센터가 있었으나 풀타임 보육이 이뤄지지 않거나 역시 대기가 너무 긴 문제 등이 있어 역시 리스트에서 지웠고요. 매일같이 전화나 이메일로 만3세 어린이의 입학 가능 여부를 타진해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빨리 답장이 온 곳은 “일단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으세요”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언제쯤 자리가 날지 알 수 없다”는 말도 꼭 붙였습니다. 몬테소리 교육을 표방하는 기관들의 경우, 100불이 넘는 일종의 ‘대기 접수비용’까지 받는 곳도 있었습니다.
널린 게 대학교인 도시인데다 수많은 대학이 부설 보육기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코로나 때문에 자리가 바로 나는 곳은 찾기 어려웠고요.

재택근무를 끝내고 출근하려는 사람 중에 보육기관을 구하지 못해 발 동동 구르는 사람이 많고, 이 때문에 베이비시터 비용도 급등하고 있다는 뉴스가 그즈음 지역 신문에 실린 걸 봤습니다.

◆ 웬만한 대학 등록금보다 1.6배 비싼 보육료

수소문 끝에 미국 전역에서 체인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보육기관 두 지점에 ‘대기’를 걸어놓게 됩니다. 입학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버추얼 투어로 기관 소개를 받았고, 100% 만족스럽진 않았으나 더 재고 따지다가는 3세 어린이가 연수기간 내내 집에서 유튜브만 보다가 귀국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 첫 달 보육비를 서둘러 송금했습니다. 수전증도 없는데 송금 버튼 누르면서 심하게 떨린 손…. 재단 면접 때 심사를 맡으신 교수님들께서 “생활비 비싼 거기를 왜 가려고 하느냐”며 한목소리로 걱정하셨는데, 그 말씀이 200% 체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래 그래픽은 2021년 기준 미국 각 주별 평균 보육료를 조사한 자료입니다. 우측 상단 가장 진한 파란색으로 돼 있는 MA(Massachusetts)주의 경우, 연간 보육료가 평균 2만913불이라고 돼 있습니다. 보육료가 가장 싼 주는 미시시피로 연간 5436불로 돼 있네요. 약 4배 차이가 납니다. 가장 비싼 MA주 다음으로 비싼 캘리포니아주는 약 1만7000불 수준으로 집계됐네요.
이 보육료도 젖먹이 아기(인펀트) 기준으로 하루 너댓시간만 봐주는 보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프리스쿨러 아이가 아침에 가서 오후에 하원하는 약 8시간 이상 봐줄 ‘종일반’은 여기에 곱하기 1.2~1.5배를 해야 합니다.

원자료를 제공한 미국 EPI(Economic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감당할 만한 수준’의 보육료는 가계소득의 약 7% 정도라고 돼 있습니다. 보스턴이 속한 MA주의 평균 가계소득이 9만2108불, 평균 보육료가 2만913불이니 보육료 부담은 소득의 22.7%나 되는 셈입니다. 영아가 한 명일 때 그렇단 얘기이고, 여기에 프리스쿨러 큰아이가 하나 더 있다면 보육료 부담은 가계소득의 50%를 훌쩍 넘어가게 됩니다. 살인적이지요? 저소득 근로자 가정의 경우 보육료가 연소득의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관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EPI는 “MA주의 경우 4년제 공립대학 연간 등록금 대비 보육료가 1.6배 비싼 수준”이라고 집계했습니다.

◆ 도시락도 싸야하지만, 너만 즐거우면 됐다.

대학보다 비싼 유치원인데, 아니 도시락도 싸야 한다는군요? 대부분의 미국 학교는 도시락을 싸오도록 한다는데, 간혹 점심을 제공한다는 유치원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시설이 더 나쁘면서도 원비는 더 비싼 경우도 있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도시락 싸기에 동참하게 됩니다.

처음 한 달은 안 들어가겠다며 울며불며 입구에서 버티는 날이 많았습니다. 애착 인형을 깜빡하고 안 가져간 날엔 종일 울다가 탈진해서 하원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역시 시간이 약인지, 지낸 날보다 지낼 날이 더 짧은 지금은 신나게 뛰어들어가니 참 대견하다 싶습니다.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보낸 뒤 찾아오는 잠깐의 오전 커피 타임이 연수 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연수 준비에 들어가신 분들은 모쪼록 미리미리 보육기관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부모가 많아질수록 보육대란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어느 오후, 아이들이 집 근처 공원에서 백조에게 말을 걸고 있다. 얘들아, 미국 백조는 영어로 말해야 알아 듣는단다.

(평화로운 어느 오후, 아이들이 집 근처 공원에서 백조에게 말을 걸고 있다. 얘들아, 미국 백조는 영어로 말해야 알아 듣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