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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연수생활2 – 이른바 정착 비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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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신 없이 출발 준비를 하다 보면 제일 답답한 것 중 하나가 도대체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가져갈 필요가 없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일 것입니다. 또 현금은 얼마나 들고 가야 하는지도 막막하지요. 제 경험을 통해 간접적인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우선 출발 전 비용.
제 경우 비행기표를 출발에 임박해서 예약하는 바람에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1년 오픈 왕복 티켓 비용이 저희 4가족이 1200만원이 나왔습니다. 재단에서는 본인 왕복 비용만 지원하므로 900~1000만원이 비행기 값으로만 나갔습니다. 제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8월 출발 예정의 경우, 합격이 확인된 직후인 3~4월에 미리 표를 사 두시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 가족의 짐은 이민 가방 8개와 골프채 가방 1개로 모두 9개였습니다. 멀쩡한 화물용 트렁크를 하나 더 사야 했고, 이민가방은 5개나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이민 가방이라는 게 평소에는 전혀 쓸모가 없으므로, 연수를 다녀온 지 얼마 안 되는 선후배로부터 적극적으로 얻어 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우 가방 구입에만 30만원이 나갔습니다.

앞서 연수기 1에서 밝힌대로 저는 집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뉴욕에 왔습니다. 저처럼 집을 구하지 못한 채 미국에 올 경우 3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①아는 집에서 집을 구할 때까지 안면몰수하고 얹혀 지내는 방법 ②호텔에서 묶는 방법 ③서브렛(sublet)을 구하는 방법.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간다면, 현지 경험도 하고 조급한 결정을 피하기 위해 ③번을 택하는 것이 무난할 것입니다.

제가 8월 6일에 뉴욕에 떨어져 10월 6일까지 2개월 동안 써야 했던 돈을 한번 계산해 보았습니다. 평생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워낙 특수한 상황인데다, 저 자신 궁금해져서 기억나는 대로 계산을 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민가방이 모두 옷과 이불, 신발이었습니다. 애들(5학년, 1학년)이 한창 크는 나이라 애들 옷은 거의 전부 싸가지고 왔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모든 세간살이를 이곳에서, 그것도 전부 새 물건으로 장만했습니다. 제가 부자라서가 아니라, 집 사람이 성격상 남이 쓰던 물건을 못 쓰는 타입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부부싸움을 적잖이 했지요.

편의상 항목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①집
렌트비(1년에 33,600달러)와 복비(2,800), 그리고 렌트한 집에 대한 보험료(170달러. tenant insurance라고 하던데, 이걸 굳이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더군요)를 합쳐 36,570달러.(물론 1년치 렌트비를 한꺼번에 내는 건 아닙니다)

②차
차는 저보다 한 달 먼저 미국 중부에 정착한 J일보의 H모 기자와 장시간 통화하다가 “언제 외제차 타 보나 싶어서 저질러 버렸다”는 말에 자극 받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차 값은 생략하고, 내비게이터(400), 차 보험료(1,700), 차 먼지 떨이개(22)에다가, 집을 구한 기념으로 애들 학교 개학하기 전 나이애가라에 다녀오다가 주차위반(28)과 과속(205)에 걸려 벌금 233달러를 포함, 차와 관련한 부대 비용이 2,355달러에 달합니다.

③전화와 TV
휴대폰이 집사람과 제 것 2개와 디파짓을 포함해 300달러, 집 전화기 12달러가 들었고, TV(500) DVD 플레이어(30) TV 받침대(10) 케이블 설치(150) 등 1,002달러.

④방과 마루
아이들 침대(180) 매직 폼(이불 대용. 100) 이불보 2개(50) 책상 3개(360) 의자 4개(130) 식탁(120) 테이블(60) 책상 스탠드 5개(150) 마루 스탠드 3개(180) 안락의자(80) 책꽂이 2개(40) 휴렛페커드 복합기(90) 체중계(50) 전기청소기(70) 수납장 3개(110) 선풍기(30) 오디오(100) 아이들 가방 2개(120) 헤드폰(30) 마우스패드(10) 등 2,060달러.

⑤부엌과 욕실
그릇 세트(40) 컵 세트(30) 커피 포트(30) 원두커피 포트(40) 냄비•수저•주걱(70) 막내 아이 보온 도시락(40) 전동 칫솔(60) 드릴(70) 드라이버 세트(20) 신발걸이(20) 등 420달러.

⑥아이들 축구 교실 등 운동 용품
축구화 2켤레(200) 축구공 3개(35) 축구가방(35) 축구교실 수강료(140) 농구공(20) 야구 글러브 2개(60) 야구 배트(20) 탁구채(30) 수영 물안경 3개(30) 비치볼(10) 골프 캐리어 70 등 650달러.

⑦기타
아이들 사기도 올리고 느끼한 음식을 피하기 위한 외식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8~9월 2개월 동안 1주일에 적어도 3회는 외식을 한 듯하고, 우리 4인 가족이 한번 먹으면 50달러는 나오므로 두 달 동안 모두 1,200달러.
아이들이 장난감을 워낙 좋아해서 평균 20달러씩 10여 차례에 200달러, 한국에서 열심히 마련해 온 예방접종 확인서를 미국 의사에게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해서 허탈하게 200달러.

⑧빠진 항목
기본 식품(간장 된장 고추장 식용유 설탕 커피 고춧가루 소금)과 지퍼락•화장지•티슈 등 소모품, 전기료 등 유틸리티 비용, 쌀과 물•음료수•반찬•과일 등 식재료, 휘발유값과 각종 교통비(맨해튼 한번 나갔다 오는데 15~10달러 소요), 그리고 담뱃값 등.

⑧번은 계산이 불가능하며,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모든 구입 물품과 용역에 대해 7%의 소비세가 붙으므로 대략적인 총 비용은 45,430달러, 즉 4,170만원. 비행기 값을 포함하면 차 값과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5,200만원을 지난 두 달 동안 쓴 셈입니다.

실제 계산을 해보니 제가 서울에서 한 푼도 안 쓰고 1년 동안 꼬박 일해야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네요. 앞으로 살 길이 정말 막막하군요.

사정이 이러하니 혹 미국 뉴욕에 들르시는 선후배 여러분은 현금난에 허덕이는 연수생과 그 가족에게 따뜻한 된장찌개를 흔쾌히 사는 아량을 보임이 어떠하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