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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연수기 – 미국의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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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단 한 달도 정규 과정(credit course)에 있어보지 못한 제가 미국 대학에 대해 쓴다는 게 어불성설이긴 합니다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어서. 넓은 아량으로 접어주시길.

뉴욕 Metro를 타면 가장 많은 광고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학 광고입니다. CUNY (City University of New York) 대학들까지 나서고 있지요. 그 만큼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지요.

그 광고를 찬찬히 뜯어보고 있으면 많은 걸 알게 됩니다. 요즘 각광 받는 분야가 어딘지, 고등학교만 졸업한 뒤 뒤늦게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별다른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투자’로 잡을 수 있는 job에는 어떤 게 있는지(법원 속기사, 부동산 중개업자, 경리, 간호사, personal trainer, 시각장애인용 안내견 조련사…)

그 중에서도 오늘은 4년제 대학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요즘 뉴욕 소재 대학들은 아주 잘 나갑니다.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뉴욕 시티 자체의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Columbia 대학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보면 그들의 슬로건이 ‘Columbia University in the city of New York`일 정도니까요. NYU가 최근 몇 년째 Harvard, Yale, Princeton, Stanford 같은 난다긴다하는 대학들을 제치고 미국 고교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대학으로 1위로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덕분에 NYU는 아예 Washington Square 인근의 건물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학 재벌’들 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례로 이 두 학교의 ESL 강좌는 수업료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Columbia 3개월 코스가 7000달러, NYU 2개월 코스가 5000달러입니다. 이들 덕분에 예능 계통의 명문인 New School도 학교 설립 취지와 별로 연관이 없는 ESL을 고가로 운영하고 있지요.

와서 보니 정말 한국 대학생들은 여기서 ‘봉’이더군요. 그 비싼 이 세 학교 ESL의 태반이 한국 학생들이니까요.

이 세 학교는 모두 이른바 ‘certificate` 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NYU에서 하나 따긴 했습니다만, 한꺼풀 벗겨보면 목돈을 내고 종이 쪼가리 한 장 받는 것에 불과합니다.

6개월 간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현실을 직시하게 된 저는 올 초 그 추운 뉴욕의 겨울 바람을 뚫고 다만 한 푼이라도 학비가 싼 CUNY 소속 대학들은 찾아다녔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좋아하는 Hunter College는 부자 동네를 지나는 전철 ‘line 6` 상에 있는 학교답더군요. 학생들 표정도 밝은 편이고. 학생증 검사를 따로 하지 않아 얼마든지 건물 출입이 가능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면 수업도 그냥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뉴욕 소재 대학입니다.(관광차 가실 일 있으면 참고하시길) 뉴욕 금싸라기 땅 한 가운데라 당연히 운동장 같은 건 없고 건물도 고작 3개 뿐 입니다.

경영학, 회계학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Baruch College는 말 그대로 다국적군이었습니다. 이른바 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는 보기 힘들고 한국 대만 인도 러시아 스페인 출신들로 득시글득시글 합니다.

Bronx Community College와 Hostos Community College, LaGuardia Community College, Brooklyn College 등은 흑인이 많은 곳이라 아예 갈 생각도 하지 않았고(뭐 여기까지 와서 비싼 돈 들여 ‘흑인 영어’ 배울 일은 없으니까), Kingsborough Community College, Medgar Evers College, New York City College of Technology, College of Staten Island, York College 등은 해당 학교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어서 제꼈습니다.

Queens College, Queensborough Community College는 한국 학생들 많기로 유명하고 또 ‘히스패닉판’인 곳이라 역시 제외했지요.

한국에도 알려진 Lehman College는 예상 외로 ‘까~맣’더군요. 학교 인근도 그렇고. 상대적으로 땅 값이 싼 upper New York이라 운동장이 있었고, 넓지 않은 유일한 잔디밭에서 까만 여자애들이 소프트볼 연습하는 걸 벤치에 앉아 무심히 바라보다 그냥 왔습니다. 걔들 정말 힘 하나는 좋아보입디다. 그리고 무작정 밝지요. 한심한 플레이를 하고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코트 5개인 테니스장에 있는 애들만 거의 유일하게 백인이더군요. computer lab이라는 곳이 교실 두 개 정도 붙여 놓은 크기에 불과 해 무척 놀랐습니다.

City College는 이른바 ‘웨스트 할렘’에 있는 학교인데, 겨울날 오후 4시쯤 학교를 향해 걸어가면서 ‘이걸 계속 가야하나’ 무척 고민되더군요. 하교하는 학생들이 전부 까맣더군요. 그것도 ‘진한 까망’으로. 제가 유일한 동양인이었으니 말 다했지요. 그런데 정작 캠퍼스는 담장도 있고 아주 괜찮더군요. 지역 주민 우선인 공짜 ESL은 waiting list가 길어 1년 반 쯤 대기해야 했고, 수영 레슨이 아주 쌌는데(미국에서는 수영 레슨이 무척 비쌉니다. 단체 교습이 없고 전부 개인 레슨인데다, 수영장을 수강생측이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수영장에 입장하려면 membership이 필요하고, 이 멤버십은 거의 대부분 1년 단위입니다. 테니스 레슨은 한국보다 약간 싸더군요) 이 역시 반 년 쯤 기다려야 했습니다. 집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편이라 토요일마다 개설하는 ESL을 들을까 했는데, 안내하는 뚱뚱한 흑인 여성의 톱질 할 때나 들을 수 있는 특유의 pronunciation과 intonation, 옆에 서 있다간 한 대 얻어 맞을 듯한 overaction에 ‘애라 아서라’ 했지요.(제 착각인지 모르지만 흑인 여성들, 특히 아주 뚱뚱한 black들은 저와 얘기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Borough of Manhattan Community College (BMCC)는 부자 동네의 학교답게 요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부지도 넓고 최신식 건물들이었는데, 학생들 대부분이 히스패닉이었습니다.

34번가, 요지 중 요지에 있는 The Graduate Center와 John Jay College는 특성화 (각각 인문학과 범죄학) 된 학교라 건물 밖에서 공부하는 애들 구경만 하고 들어가 보지 않았습니다.

18개나 되는 CUNY 중에서 저는 지금 Baruch College에서 `American Pop Culture`를 듣고 있습니다. 한국인 4, 일본인 3, 터키인 2, 러시아인 1, 스페인 1, 베트남 1명이라 재미있습니다. 아, 강사는 헝가리 출신이구요. 뉴욕이 이렇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