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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뮤지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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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캐나다 여행을 하고 오는 도중 방문했던 뉴욕을 가족들과 다시 찾게 됐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는 기본적인 뉴욕 다운타운 투어와 지인의 소개로 새로운 뉴욕의 명소로 부상한 첼시 지역을 관광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면서 아쉽게 문화공연을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96년 수습기자생활을 마치고 뉴욕을 찾아 접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15년만에 이번에는 가족들과 다시 보기로 했습니다.

♦티켓 구하기
보통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기위해서는 몇 달전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표를 미리 구입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인터넷이나 전화예매는 www.broadway.com www.ticketmaster.com등 기본적인 미국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뉴욕타임즈 공연정보(http://theater.nytimes.com/pages/theater/index.html)링크를 통하는 방법,www.ohshow.net 이나 www.hanitel.com 등 한국인 관람객들을 상대로 하는 사이트를 통해 표를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에 있는 할인티켓부스 TKTS에서 표를 구하면 당일 표를 다소 싸게 살 수도 있지만 인기있는 뮤지컬의 경우 남은 표가 없거나 원하는 자리를 찾기가 힘든만큼 모험이 될 수 있습니다.

공연장 좌석은 보통 1층 오케스트라(Ochestra)와 2층 메짜닌(Mezzanine)으로 구분되는데 구석자리는 Partial view라고 해서 티켓값이 더 싸고 극장에 따라 다르지만 저희가 본 스파이더맨의 경우 같은 오케스트라석이라해도 스파이더맨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전부 볼 수 있는 1층 중앙무대는 1층 뒷자리보다 비싼의 요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극장측이 좌석구분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연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볼 수 있게 밤 8시에 시작됩니다. 월요일은 공연이 없고 수,토요일은 보통 낮 공연이 한 차례 더 있습니다.

♦공연전
뉴욕 뮤지컬은 브로드웨이,Off-브로드웨이,Off-Off브로드웨이 이렇게 분류되는데 브로드웨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규모의 뮤지컬을, Off-브로드웨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지나친 상업화와 대형화에 반대하는 뮤지컬로 ‘태양의 서커스’,‘블루맨 그룹’,‘카타르로 가는 길’ 등이 이 쟝르에 속하며 Off-Off브로드웨이는 이마저도 상업적이라며 반대하는 공연을 말하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어공주’ 등이 현재 상연중입니다.

현재 공연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라이언 킹’,‘맘마미아’,‘매리 포핀스’,‘시카고’,‘팬텀’ 등 20여편입니다. 브로드웨이 주변 호텔에서는 대부분 공연담당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어 호텔안에서 자세한 관람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방마다 설치된 TV를 통해 현재 상연중인 공연의 주요 장면들을 맛보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저희 가족이 선택한 뮤지컬은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올려진(정식개막에 앞선 프리뷰가 진행중) 스파이더맨입니다. 스파이더맨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파워레인저 시리즈에 푹 빠져있던 7살 아들 놈의 새로운 우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들 덕분에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를 섭렵한 저희 가족들도 과연 뮤지컬로 영화속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스파이더맨을 연기하던 배우가 줄에서 떨어지면서 다쳐 이곳 언론에 대서특필 됐었고 미국 평단과 관객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작품이어서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는 생각도 한몫 했습니다. (LA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은 사상최악의 뮤지컬이라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지만 티켓 판매 순위에서 스파이더맨은 유명 뮤지컬들을 제치고 ‘위키드’에 이어 단숨에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통 뮤지컬의 3배가 넘는 6천 5백만달러라는 천문학적 제작비를 쏟아부은 스파이더맨은 눈요기 측면에서 포만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뉴욕 도심 마천루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무대 장치,각종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를 섞어 만든 화려한 비주얼 효과, 거미인간들과 각종 괴물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줄에 몸을 매단 채 관객석 위로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과 악당 고블린까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내용은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달리 기존 악당외에 여신 아테네와의 베쌈에서 이겨 평생 거미인간으로 살아가도록 저주받은 거미여신 ‘아라크네’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면서 약간 차별화했습니다.

♦공연후
앞서 말한 것처럼 화려한 비주얼 효과는 뮤지컬의 범주를 한 차원 높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뮤지컬 하면 당연히 기대하는 주옥같은 멜로디의 노래는 없었고 선악의 물리적인 대결을 영화가 아닌 뮤지컬로 표현하려다보니 주요 결투신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될 수 밖에 없는 한계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난 사람들의 반응일 터인데 우리를 포함한 대분분의 관객들이 큰 불만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무대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 했습니다. 아들을 두셨다면 함께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3시간 가까운 공연을 몰입해 보고 나온 아들 놈이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근데 고블린(영화 스파이더맨 1‘의 악당)은 나오는데 모래괴물이랑 블랙스파이더맨은 왜 안 나왔어?”둘다 영화 ‘스파이더맨 3’에 나오는 악당들입니다. 아직 영화와 뮤지컬을 구분하기 힘든 나이인 아들놈에게 대답하기가 난처했습니다 “현우가 크면 그 때는 모래괴물이랑 블랙스파이더맨도 나오는 뮤지컬이 나올꺼야,그럼 그때 다시 또 오자” 이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브로드웨이를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SBS 김우식 차장은 2010년 7월부터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연수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