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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소식-보도경쟁을 자제하는 미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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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각은 15일(토) 오후 4시10분. 이 날 뉴욕에선 월드 트레이드센터에 매몰됐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일부 소방관의 장례식이 처음 열렸다. 테러 사건 이후 정규 프로그램을 모두 중단한채 24시간 비상 방송체제에 들어갔던 CBS는 ‘Attack On America’라는 타이틀을 ‘America Rising’으로 바꿨다.



^CBS 외에 Fox News 등 공중파 TV와 CNN, CNBC 등 유선방송을 포함, 모두 9개 주요 방송이 상업광고를 중단한 채 24시간 뉴스 속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 광고 손실액만 4,000만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업방송간의 경쟁은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선정성과 폭력도 마다하지 않던 방송들이 요즘 휴전에 들어간 느낌이다. 전국 일간지인 USA TODAY는 “주요 방송사들이 38년 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이래 결코 접해보지 못한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방송사들은 걸프전 발발, 베를린 장벽 붕괴, 오클라호마 연방법원 폭탄테러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치열한 특종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11일 워싱턴과 뉴욕에서 대형 테러사건이 동시 발생하자, 즉각 보도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방송사상 처음으로 모든 필름을 공유하며, 남의 특종을 베끼거나 독점 취재한 내용을 과장 보도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번 휴전을 주도한 인물은 케네디 암살 당시에도 뉴스 프로그램을 맡았던 CBS ’60 Minutes’의 프로듀서 돈 휴이트. 그는 이 번 사건이 터진 즉시 CBS News 회장 앤드류 헤이워드에게 “지금은 방송들이 자기 과시를 자제하고 모든 것을 공유할 때”라며 경쟁사와 협조체제를 갖출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공격적인 보도태도로 일관했던 Fox News Channel 회장 로저 에일리스의 다음 말은 이 번 테러사건을 접하는 미국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 우리 조국이 공격받고 있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특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휴전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