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뉴욕생활기33(뉴욕의 극장에서 느낀점)

by

^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토이 스토리(Toy Story)’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괴물 주식회사(Monsters Inc.)’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씨어터(United Artists theater)’라는 극장이 있다. 시골 분위기의 한적한 동네에 있는 극장이지만,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이 무려 12개나 있는 복합 상영관이다.



^전체의 4분의 1인 3개의 소극장에서 ‘괴물 주식회사’를 상영하고 있었다(관객이 많이 몰리는 영화는 2~4개의 소극장을 할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 시즌에 맞춰 개봉된 영화들이 많아서인지, ‘From Hell’, ’13 Ghosts’ 등 공포물로 추정되는 영화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100% 미국 영화 일색이다(외국 영화는 맨하튼의 ‘링컨 플라자’ 등 서너 개 전용극장에서만 상영한다). 요금은 성인과 어린이 모두 5.5달러를 받았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엔 성인 요금이 8.75달러로 인상된다.



^17세 이상이 볼 수 있는 R등급(우리나라로 치면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 영화는 얼굴 사진이 박혀 있는 신분증(ID)을 제시해야만 티켓 구입이 가능하다. 만일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경우엔 25세 이상인 동행자가 신분증을 제시해야 표를 살 수 있다.



^우리나라 복합 상영관은 소극장별로 독립적인 입구를 갖추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 한 편 요금을 내고는 두세 편 정도 보고 나올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반면 뉴욕의 극장은 입구가 하나 뿐이다. 일단 입구만 통과하면 12개 소극장을 모두 들어갈 수 있다. 우리 처럼 소극장 입구에 지켜선 사람도, 티켓을 구입한 영화를 제대로 보는지 검사하러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자기 영화를 본 뒤 다른 영화를 또 보는 얌체는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규모가 엄청난(?) 극장인데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표를 받는 직원 1명과 청소부 3~4명 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좌석도 지정해 주지 않는다.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에 가서 앉으면 그만이다. 표 뒤에 “운영자는 좌석을 지정할 권리가 있다”라고만 명시돼 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듯). ‘엄격한’ 규정만 존재할 뿐, ‘타율적인 규제’가 가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직’과 ‘신뢰’라는 가치가 물흐르 듯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