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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15 (미국자연사박물관 구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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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문화의 도시다.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자연사 박물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즐비하다. 소규모 사립 미술관과 박물관까지 합치면 무려 150개가 넘는다. 뉴욕의 박물관과 미술관만 제대로 구경하려 해도 6개월은 족히 걸린다.



^가을비가 흩날려 을씨년스럽던 지난 일요일, 가족과 함께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을 찾았다. 맨해튼 센트럴 파크 서쪽 79번가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정문 입구에선 경찰이 가방과 핸드백 등 소지품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테러사건 이후 공공건물에 대한 보안 검색이 더욱 심해진 모양이다.



^정문을 통과해 티켓 판매소로 갔다. 줄을 보니 70~80명은 족히 돼 보였다. 10분 이상 기다려 우리 차례가 왔다. 요금은 박물관과 로즈센터(Rose Center for Earth and Space)를 돌아보는 A형과 우주쇼(Space Show)가 추가된 B형 등 두 종류가 있었다. 마감 시간(오후 5시45분)을 감안해 A형을 골랐다. A형은 어른 10달러, 어린이(2~12세) 6달러, 학생과 노인 7.50달러. 직원은 총액 29.50달러(나는 학생증이 있다)를 모두 내거나, 일부만 기부(donation)해도 된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10달러를 기부하고 입장했다. 우주쇼까지 볼 수 있는 B형은 총액을 모두 내야 한다(어른 19달러, 어린이 11.50달러, 학생과 노인 14달러).



^‘세계 최대의 과학박물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전시 규모는 엄청났다.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뛰어 다녔다. 팜플릿을 보니 동물학, 지리학, 식물학, 천문학 등 자연과학의 전분야를 망라해 3,200만 점의 콜렉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1869년에 이런 규모의 시립 박물관이 건립됐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근무 인원도 상상을 초월했다. 47명의 큐레이터, 200명의 과학자, 박사후 과정(Postdoctoral)을 밟는 70명의 연구생 등등.



^전시실은 무려 42개. 1층은 해양생물을 중심으로 운석과 광물, 보석 등이 전시돼 있었다.

2층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지역의 동물과 인종 전시실. 특히 아프리카 동물 전시실의 코끼리, 사자, 뱀 등의 동물박제는 실제와 너무 똑 같아 당장이라도 살아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 3층에는 조류와 파충류, 4층에는 거대한 공룡 뼈와 화석 등이 전시돼 있었다. 가장 붐비는 공룡 전시실에는 길이 12m, 높이 6m의 거대한 초식공룡 ‘아파토사우루스’와 육식공룡의 대명사인 ‘티라노사우루스’의 공룡 뼈 등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공룡 숍’ ‘인공위성 숍’ ‘천문관 숍’ 등 박물관 안의 뮤지엄 숍(Museum Shop)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특히 공룡 숍에는 고무로 만든 공룡 모형과 각종 동물인형을 비롯, 공룡 캐릭터가 들어간 티셔츠, 문구류, 가방 등이 가득했다.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었다. ‘공룡 화석’, ‘지구와 우주’ 등 다양한 주제의 강좌가 열리고 있었다. 박물관 소속 과학자들이 직접 나와 관람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부럽기 그지 없었다. 로즈센터에 들어서니 이곳 저곳서 관람객들의 환성이 터져 나왔다. 우주의 탄생(Big Bang)부터 시작해 다양한 혹성과 은하수의 형성 과정, 지구가 현재의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Passport to the Universe’라는 제목의 우주쇼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불어, 독일어, 이태리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의 무료 통역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가이드가 자세한 설명과 함께 박물관의 핵심 전시장을 안내하는 무료 투어(하루 여섯 번), 20명 이상이 사전 예약을 하면 전문가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특별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뉴욕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가진 아이맥스 영화관, 서반구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자연사 도서관도 이 박물관의 자랑이다.



^두 개층을 빠른 속도로 돌았는 데도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여유를 갖고 4개층의 전시실을 모두 관람하려면 한나절은 잡아야 할 것같다. 특히 우주쇼까지 보려면 개관 시간(일~목 오전 10~오후 5시 45분, 금토 오전 10~오후 8시45분)에 맞춰 일찍 오는 게 필수적이다. 점심은 박물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수프, 햄버거, 샌드위치, 피자, 샐러드 등을 파는 식당과 카페가 4개 있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을 둘러본 아내의 소감.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보다 더 짜임새 있고 전시물의 질도 나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