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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 19 (공립도서관 이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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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와서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도서관이다. 맨해튼 42번가 타임 스퀘어 부근에는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인 ‘뉴욕 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이 자리잡고 있다. 주말이면 도서관 앞 대리석 계단에는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워싱턴의 국회도서관 다음가는 미국 제2의 도서관이자, 세계 5대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장 도서와 엄청난 크기의 독서실, 원하는 책과 잡지 등을 10분 내에 찾아주는 완벽한 컴퓨터 시스템 등 자랑거리가 많다. 하지만 정작 부러웠던 것은 뉴욕시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지역화 시스템이다.



^내가 사는 스테튼 아일랜드에는 모두 12개의 뉴욕 공립도서관이 있다. 물론 분소(Branch)이다. 맨해튼에 43개, 브롱스 34개 등 100여 개가 넘는 분소가 뉴욕시 곳곳에 퍼져 있다. 규모가 큰 것은 우리나라의 웬만한 대학도서관보다 소장 도서가 많다.



^우리 가족은 2개월 전 집에서 가장 가까운 뉴욕 공립도서관(Todt Hill-Westerleigh Branch)에서 Library Card를 만들었다. 연정이와 원석이는 어차피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에서 도서관 카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학년인 연정이의 경우 뉴욕시 교육청이 정한 기준(Standard)에 따라 연간 최소 25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학부모는 평소 자녀의 독서 일지를 작성, 담임 선생이 요구할 때마다 수시로 제출하게 돼 있다. 도서관 카드는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만들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보통 1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 간다. 오늘도 다녀왔다. 도서관 카드가 있으면 1인 당 책, 잡지, 비디오, CD롬, 카세트 테이프 등을 30개까지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대여 기일은 비디오가 1주일, 책과 테이프 등은 3주일이다. 기한을 넘기면 하루 1달러씩의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는 오늘 비디오 6개와 카세트 테이프(동화책 포함) 3개, 책 1권을 빌렸다.



^비디오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교육용 영화만 있는 게 아니다. 어린이 만화영화와 성인용 극영화도 수백 편씩 진열돼 있다. 우리 부부는 오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a space odyssey’와 이반 맥그리거,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a life less ordinary’ 등 두 편의 영화를, 아이들은 ‘toy story’, ‘mermaid’ 등 디즈니 만화영화를 빌렸다.



^영화 대여 코너에는 ‘벤허’,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고전적인 명작부터 ‘쉰들러 리스트’ 등 90년대 화제작까지 다양한 작품이 갖춰져 있다. 비록 올해 출시된 최신작은 없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굳이 비디오 대여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미국 비디오숍은 편 당 대여료가 2달러, 한국 비디오숍은 2.5달러).



^뉴욕 공립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독서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이벤트를 수시로 마련한다. 이벤트를 안내하는 두꺼운 책자가 매월 발행될 정도로 행사가 다채롭다. 각종 독서 클럽 운영은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독서 지도, 마술 쇼, 만들기, 노래부르기(sing-along), 연극 등의 프로그램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행사 참가비는 모두 무료. 도서관만 제대로 이용해도 뿌듯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뉴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