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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 13 (이중 언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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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영어교육, 부모하기 나름



^며칠 전 ‘학부모를 위한 이중언어(Bilingual) 및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교육 안내모임’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다녀 왔다. ESL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던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석한 학부모는 우리 부부를 포함, 5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웃집 아줌마 처럼 푸근한 인상의 50대 여교사는 뉴욕시 교육청이 제작한 비디오를 보여주고 안내 팜플릿을 나눠주면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비디오에 등장한 뉴욕시 교육청의 담당 공무원은 “자녀가 영어 환경에 빨리 적응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에게 매일 영어책을 읽어줘라. 아이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모국어 책이라도 읽어줘라. 모든 언어는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부모가 꾸준히 책을 읽어주면 자녀의 영어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초, 중, 고교는 1,000개가 넘는다. 재학중인 학생은 무려 100만여 명.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만 140개에 달한다. 뉴욕시 교육청은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가진 학생들의 효율적인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이중언어 교육 및 ESL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좀 더 세분하면 Bilingual Program. Dual Bilingual Program, ESL, Accelerated Academic English Language Model Class(영어학습 강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언어 교육’이란 학생의 모국어와 영어 등 두 개의 언어로 수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 2언어로서의 영어는 물론 모국어 학습도 함께 이뤄진다. 당연히 영어 교사 외에 학생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필요하고, 그만큼 예산 부담이 따르기 마련. 이 때문에 뉴욕시 교육청은 같은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생이 20명 이상일 경우에만 이중언어 교육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1개(스패니쉬 대상)의 이중언어 교육반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 교사는 우리 부부에게 “만일 자녀들이 이중언어 교육 받기를 원한다면 한국어와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된 다른 학교로 전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학생의 모국어로 진행하는 ‘과도기 프로그램’이다. 영어에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영어로만 하는 학급에서 수업하게 된다. 둘째, 학생이 영어와 모국어를 병행, 학습함으로써 두개의 언어를 모두 읽고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유지 프로그램’이다. 셋째,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과 다른 언어가 모국어인 학생을 같은 반에 편성, 두 개의 언어로 교육하는 ‘양방 언어 프로그램’이다.



^ESL은 이중언어 교육과는 달리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을 골고루 교육하며, 수학, 과학, 사회 등의 학과목 학습도 병행한다. 학과목 담당교사와 ESL교사가 협동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SL 학생들을 따로 모아 수업하기도 하고, ESL교사가 학생의 학과목 시간에 들어가 개별 지도를 하기도 한다.



^이중언어 교육이나 ESL 교육을 받는 학생은 다음 기준에 따라 선발한다. 뉴욕시 공립 학교는 처음 입학하는 학생의 학부모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조사한다. 집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은 ‘언어실력 측정시험(LAB)’을 봐야 한다. LAB은 개학 전 또는 개학 후 10일 이내 치르게 돼 있다. 여기서 40점 미만을 받는 학생이 교육 대상이다. 이 기준은 유아반부터 12학년(고교 3년)까지 모든 학생에게 적용된다.



^ESL 담당 교사인 Mrs.Milgram은 학부모 교육을 끝내면서 다시 한 번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영어를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는 부모에게 달려 있다. 매일 자녀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영어책을 읽어줘야 한다. 부모가 아이들의 학습 과정을 따라가면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