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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문화생활…미술과 발레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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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문화생활…미술과 발레에 눈뜨다

뉴욕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술관 재미를 들이게 됐다. 뉴욕에는 어퍼이스트 센트럴파크에 있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부터 ‘모마(MOMA)’, ‘휘트니 미술관’, ‘솔로몬 R 구겐하임’ 등까지 유명 미술관들이 많다. 소호, 첼시, 브루클린 등 일대에 문을 열고 있는 작은 갤러리까지 더하면 매일 미술품 감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현지 유명 미술관을 방문하지만 그냥 그림 사진만 간직하고 있을 뿐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뉴욕 미술관을 산책하듯 드나들다 보니 어느덧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작품들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반 고흐, 폴 고갱, 오귀스트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 등 유럽 화가들의 작품은 물론 존 싱어 사전트, 에드워드 하퍼 등 미국 대표 화가들의 작품까지 줄줄이 꾈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뉴욕 일대 미술관을 4~5번씩 둘러보고 나니 보스턴 미술관, 시카고 뮤지엄,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템파 달리미술관 등 미국 전역의 미술관들을 ‘도장깨기’하면서 다니고 있다.

뉴욕에서 가장 즐겨 찾는 곳은 메트로폴리탄이다. 세계3대 미술관으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전체를 꼼꼼히 둘러보는 데 한 달 가량 걸렸다. 이제는 특별전 위주로 보고,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긴다.

미술관과 함께 맨하탄 웨스트 66번가의 링컨센터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찾는다. 이 곳에선 뉴욕시티발레단의 공연과 MET오페라를 볼 수 있다. 뉴요커들은 이 곳에 올 때 정장, 드레스 등으로 한껏 차려 입는다. 나도 이 곳의 공연을 볼 때 옷차림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뮤지컬은 로터리나 러시티켓을 통해 수 차례 봤지만 발레, 오페라는 내게 생소한 분야다. 그래서 뉴욕에 있어도 링컨센터에 가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인 추천으로 MET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본 이후 지금은 뮤지컬 극장보다 더 많은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 대표작으로 화려한 무대와 주인공들의 목소리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원어로 부르지만 좌석마다 영어로 번역한 자막이 흘러 나오기 때문에 공연을 이해하기도 쉽다.

지금까지 본 오페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4시간30분짜리 ‘아이다(Aida)’다. 이집트 배경을 무대에 고스란히 옮겨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에 놀라고, 오케스트라와 주인공의 하모니에 빠져있다 보니 공연이 눈깜짝할 사이 끝나버렸다.

링컨센터 오페라극장 옆 건물에선 뉴욕시티발레단의 공연도 선보인다. 지난 연말 ‘호두까기인형’(Nut cracker)을 본 이후 발레의 매력에도 푹 빠지게 됐다. 뉴욕시티발레단은 1948년 창설된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겨울과 봄 시즌 이 곳에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매 공연마다 5층 자리까지 관람객들로 가득 찬다. 발레는 대사 한 줄 없이도 몸짓으로 모든 스토리를 전달하고, 오케스트라 연주와 어우러져 감동을 준다. 넛 크래커 이후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미녀’(sleeping beauty) 공연 티켓을 구입했다.

미술관, 갤러리는 물론 발레, 뮤지컬, 오페라 공연 등에 이르기까지 뉴욕의 문화 이벤트는 언제나 풍성하다.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뉴욕에서 발레나 오페라 공연을 자주 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공연 한달 전에 예매하거나 학생할인 티켓을 이용하면 35~45달러에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