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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 트라이앵글지역 Cary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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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비행으로 정신이 몽롱해 미국에 도착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 연수의 4분의 1이 지났네요. 연수를 기다릴 때 더디게만 가던 시간이 연수를 할 때는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실감이 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연수를 준비할 때는 마음은 급한데 정작 뭐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수 준비를 거쳐 미국에서 연수를 하고 있는 지금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것은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 어느 지역으로 연수를 갈지 정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미국으로 연수 간다고 하면 미국으로 가나보다 하지만 미국은 정말이지 넓은 나라여서 어디에서 연수를 하는가에 따라 연수 성과와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도시에서 할지, 물가가 싼 시골에서 할지, 동부인지 서부인지, 남부인지 등 여러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시골에서 연수 중인 저로서는 시골의 장단점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12년 7월 중순에 미국에 들어온 저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도인 랄리(Raleigh) 근교인 Cary 시에서 살고 있으며, 연수는 UNC(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저널리즘스쿨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시골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주의 수도라 할 수 있는 주도 옆에 있는 곳이라 아주 시골은 아닙니다. 흔히 트라이앵글(랄리-더럼-채플힐) 지역으로 불리는 중소도시로, 쇼핑몰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도시와 동일해 불편함을 전혀 없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트라이앵글 지역은 연수를 하기에 적합한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명문 사립인 듀크대와 명문 주립대학인 UNC가 자리하고 있어 연수의 필수인 다양한 주제의 연구 활동을 하기에 최적입니다. 특히 제가 연수 중인 UNC는 미국의 저널리즘 분야에서 최고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연수 주제를 연구하기에는 미국의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뉴욕이나 워싱턴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와 비교할 때 물가가 절반 이하 수준으로 쌉니다. 미국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렌트비를 놓고 보면 2 bed room의 경우 워싱턴DC는 $2000~2500 정도인데 비해 제가 있는 Cary는 $800~1000입니다. 근처 트라이앵글 지역인 Durham과 Chapel Hill 지역도 워싱턴DC의 절반 수준으로 쌉니다. 2 bed room의 경우 $1100~1300 정도로 Cary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그래도 대도시와 비교하면 반값입니다. 뉴욕은 워싱턴DC보다 훨씬 비싸다고 하니 뉴욕으로 가신다면 상당한 생활비 지출을 감수해야 합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경

집 근처 몰 전경

한 달에 렌트비에서 1000 달러씩 차이가 난다면 1년이면 1만2000달러인데요, 이는 미국 생활에서 상당히 큰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10일짜리 미국 여행을 할 경우 3000달러 정도가 들기 때문에 1만2000달러이면 10일짜리 긴 여행을 4번이나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돈을 식비 등 일반 생활비나 쇼핑으로 돌린다고 하면 정말 풍족하게 즐길 수 있겠지요. 미국에 오면 제한된 예산으로 생활해서 그런지 10, 20달러가 큰 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1만 달러이면 거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큰 돈인 것은 맞습니다.

세 번째 장점은 공립학교 학군이 아주 좋다는 것입니다. 한국 분들은 그렇지 않아도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교육조건을 많이 따지시는데, 트라이앵글 지역은 그런 기대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제가 있는 Cary 지역은 초, 중, 고 모두 좋은 학교들이 많은데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1km 정도 떨어진 Davis Drive Elementary는 몇 년 전에 미국 전체 공립 초등학교 평가에서 2위를 할 정도의 명문 초등학교입니다. Davis Drive Middle School도 뛰어난 교육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Davis Drive Elementary 이외에도 이 곳에 있는 초등학교는 모두 훌륭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캐리 지역은 Year Round라고 하는 학기제가 있어 여행을 많이 하는 연수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미국의 학기제는 크게 Traditional과 Year Round 두 가지가 있는데요, Traditional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8월 말이나 9월 초에 새 학년을 시작해 이듬해 5월에 긴 여름방학을 하면서 학년이 끝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Year Round는 7월 초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데, 6주 수업 후 3주 방학이 1년 내내 이어지는 패턴입니다. 8월 하순에 3주 방학이 시작되고, 11월 10일에 또 3주 방학에 들어가는 식입니다. 미국 연수기간 중에 자녀들은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방학이 아니면 장기 여행을 가기 어려운데요, Year Round 학기제는 6주 만에 3주라는 긴 자유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행계획을 짜기가 좋습니다.

반면 Traditional 학기제는 9월에 학년을 시작하면 연말 크리스마스 때 열흘 정도를 빼고는 이듬해 5월까지 수업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그 중간에 긴 여행을 간다면 아이들의 수업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담임선생님에게 미리 가족여행을 이유로 결석하겠다고 통보하면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실상은 결석으로 처리한다고 합니다. 물론 캐리지역에 있는 초중고가 모두 Year Round 학기제인 것은 아니고 Traditional 학기제도 있습니다만 트라이앵글지역에서 Year Round 학기제는 캐리에만 있습니다.

네 번째 장점은 지리적 이점입니다. 미국 지도를 펴 놓고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습니다만, 미국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각지를 여행하기에 좋고, 날씨도 겨울에 그리 춥지 않습니다. 섭씨 0도 이하로 잘 안 내려고 간다고 합니다. 위쪽으로는 워싱턴DC, 뉴욕, 보스턴 등으로 여행할 수 있고, 남쪽으로는 디즈니랜드가 있는 플로리다로 가기가 쉽습니다. 미국 어느 지역이나 고속도로가 없는 곳이 없지만 이 곳은 서부 LA까지 뻗어 있는 I-40 고속도로와 미국 동부를 아래위로 연결하는 대동맥인 I-95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장점만 늘어놨는데, 단점도 물론 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미국 대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익을 즐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국립박물관을 1년 내내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워싱턴DC를 따라갈 곳이 없습니다. 또 뉴욕과 같은 대도시가 주는 활력과 갖가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가 없는 것이 단점입니다. 하지만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이 곳이 안성맞춤일 수 있겠습니다. 이 곳은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한국의 시골 밤처럼 조용해지니까요.

제가 사는 곳 자랑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미국은 정말 넓디넓은 나라여서 어느 곳이든 나름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본인의 연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곳을 잘 찾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