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냄새로 유명한 샌디에이고의 바다 사자들

by

냄새로 유명한 샌디에이고의 바다 사자들

미국의 휴양지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샌디에이고는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도시’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늘 화창한 날씨에 SEA WORLD와 발보아 파크, SANDIEGO ZOO 등 가장 내추럴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어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환상의 로망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샌디에이고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 오히려 그 냄새 때문에 유명세를 타는 있는 곳이 있으니 비위 약한 사람들은 찾아가지 말아야 하는 곳, 바로 바다 사자(SEA LION)들이 모여 사는 라호야 코브(La Jolla Cove)라는 곳이다.

차에서 내리면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오묘한 냄새가 바다의 짠 내음과 함께 스멀스멀 코를 자극한다. 콤콤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습하고 더운 여름철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라고 해야 할까.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직접 맡아보면 “아 그래 이 냄새!!”라고 바로 알 수 있다. 냄새와 함께 바다 사자 우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냄새와 소리가 나는 진원지에는 수 십 마리의 바다 사자들이 평화롭게 낮잠을 자면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철썩 철썩 세차게 바위를 때리는 파도 속에서 한가롭게 늘어져 있는 바다 사자들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면 신기하긴 하다. 냄새가 심해서 그렇긴 하지만…

용기 있는 관광객들은 바다 사자 바로 코앞 1미터까지 다가가 카메라를 연신 눌러 댄다. 어떤 녀석은 그런 걸 즐기는지 이런저런 포즈로 관광객들게게 화답하고, 무리에서 떨어져 관광객 있는 쪽으로 홀로 다가오는 바다 사자가 가끔 있는데, 그 녀석은 ‘와아’ 하는 탄성과 함께 관광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운 좋으면 바다 사자와 근접한 투 샷을 찍는데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너무 다가가면 바다 사자들도 “꽤액~”하고 울부짖는 경우가 많아 깜짝 놀란 관광객이 무서워하며 도망치기 일쑤다. 그런 광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요소는 충분하다.

그런데 압권은 따로 있다. 바다 사자들과 포토 타임을 마치고 조금 옆으로 이동하다 보면 조그마한 해변이 나온다. 그리고 그 백사장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공간으로 따지자면 일반 해수욕장과는 비교될 정도로 아주 협소한 공간. 그런데 그 곳은 일반 바닷가와는 차별되는 엄청난 공간이다. 바로 그 곳에서 바다 사자와 함께 수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그 좁은 해변가에서 바다 사자가 물개처럼 헤엄을 치고 사람들도 바닷가에서 함께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용기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헤엄을 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분 해변가 모래사장 근처에서 발을 담그고 논다. 하지만 바다사자들이 그 유연한 몸놀림으로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일부 사람들은 바다 한 가운데 바다사자에게 다가가 수영을 즐긴다. 하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바다사자들이 뉴스거리를 만드는 건 아닌지 정말 위험해 보였다. 개의치 않고 바다 사자와 함께 물속 만남을 즐기는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워낙 바닷가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런 걸까. 시간이 흘러도 바다 사자들 곁을 떠나기 싫어진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신기하고 즐거운 느낌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도 희미해 지고 코가 둔해지면서 고약한 냄새는 의식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나긴 난다;;) 후각이 예민한 분이라면 절대 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머리가 약간 아파오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 아들 딸들은 아주 많이 좋아라 한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할 것이다.

바다 사자 들과의 만남으로 배가 고파졌다면 샌디에이고에 갔을 때 반드시 들러야 한다는 ‘필스 바베큐(Phil’s BBQ)’에서 식사를 하면 무난하게 샌디에이고 여행의 하루가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당일치기를 하지 말고 반드시 샌디에이고에 숙소를 정해서 느긋하게 샌디에이고를 온 몸으로 느껴보라고 조언드리고 싶다.